"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1607351315149_1.jpg" width="250" height="140" /> <착한 남자> 마지막 회 KBS2 밤 9시 55분
마루(송중기)의 기도는 이루어졌다. 다만 신이 이루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이 됨으로써. <착한남자>는 결국 재희(박시연), 은기(문채원), 민영(김태훈), 그리고 재식(양익준)까지 모든 어린 양의 죄를 대신 사하기 위해 스스로를 고난에 던진 마루의 이야기였다. 재희를 대신해 살인죄를 뒤집어 쓴 순간부터 은기를 대신해 칼을 맞는 순간까지 마루는 모두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힌 인물이다. 재희가 시궁창을 탈출한 것도 지나친 탐욕을 멈춘 것도, 은기가 비록 죽은 뒤지만 아버지와 화해한 것도, 심지어 인간 같지 않던 재식마저 개과천선한 것도 모두 마루가 흘린 피로 인해 가능할 수 있었다. 나약한 어린 양들이 자신을 덮친 운명이란 이름의 폭풍우 속에서 선한 이의 희생을 통해 기적을 맞는 이경희 작가의 방법론은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착한남자>는 이것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라는 공허한 외침으로 우기기만 한 재희의 욕망, 반복되는 기억상실과 갑작스런 회복, 증발된 초코(이유비)의 병, 줄곧 허술하게 반복되다 끝내 사라진 태산의 이야기 등 디테일의 부재와 기능적으로 쓰인 설정은 여전한 단점으로 남았다. 가학적 취향을 의심할 만큼 지나치게 반복된 고난 역시 마찬가지다. 마루는 온갖 역경에 학대당하면서도 끝없는 희생을 자처했고 마침내 ‘호구’ 라는 세속적 구원자의 이름을 획득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회에서 마루가 “내가 뭘 잘 못 했다고 죽어” 라고 외치며 자신의 욕망을 분명히 드러내고, 전작들과 달리 마루가 죽지 않은 결말은 작위적일지언정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했다. 부활로 남은 이들의 죄책감마저 사해주었으니, 이제는 작가도 다음 세상에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세상사람 누구나 하는 평범한 사랑”일지도 모를.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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