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10│⑥ 갤럭시 익스프레스 “록을 통해 우리가 살아있음을 알린다”
인디10│⑥ 갤럭시 익스프레스 “록을 통해 우리가 살아있음을 알린다”
3인조 그룹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발표한 앨범 < Wild Days >는 ‘만우절부터 노동절까지’ 한 달 동안 작업한 앨범이다. 작곡, 녹음, 재킷 디자인 등 앨범의 모든 과정이 그 시간에 이뤄졌고, 녹음 중 상당부분이 MP3플레이어를 통해 진행됐다. 또한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그들의 곡에 대해 반응했다. 인디 신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와 했던 지난 인터뷰 이후 1년 동안 갤럭시 익스프레스에게 벌어진 일들에 대해 들었다.

이번 앨범을 MP3 플레이어로 녹음하면서 30일 만에 만들었다. 대체 왜 그랬나? (웃음)
이주현 : 루비살롱을 나오면서 예정대로 앨범을 낼 수 없었다. 만들던 레코딩은 아예 사라져버렸고. 앨범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밴드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구석에 몰리니까 우리가 가진 걸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원래는 카세트, 그 다음엔 MD로 녹음하다 MP3 플레이어를 샀는데 녹음 기능이 좋더라. (웃음) 한 달 동안만 녹음한 것도 작년 공연에서 올해 5월 1일에 낸다고 말한 게 생각나서 “큰일 났다”하고 한 거였다. 완성된 노래도 없는 상태였는데, 앨범을 통해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우릴 따스하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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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은 어떻게 진행했나.
이주현: 아이리버 구형 플레이어에 외장 마이크를 끼어서 그걸 드럼 쪽에 대고, 기타앰프와 베이스 앰프 사이에 소형 레코더를 놓고 했다. 그렇게 녹음하면서 합주실에서 연주하고, 보컬만 스튜디오에서 했다.

노래방에서 부른 곡도 있더라.
이주현 : 그냥 노래방 가서 부르고 MP3 플레이어 눌러서 녹음했다. (웃음)
박종현 : MP3 플레이어의 외장 마이크에 노래방 마이크를 대면 노래방 에코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웃음) 녹음할 때 YB(윤도현) 형이 놀러왔는데, 우리가 고등학교 때 했던 걸 지금 하면 어떡하냐고 하더라.

짧은 시간동안 녹음하면서 음악도 변한 것 같다. 사이키델릭하거나 대곡 지향의 곡들이 사라졌다. 짧고 강한 곡들만 남았다.
이주현 : 그때 만들고 싶던 노래들이 그런 거였다. 불안과 분노에 차있는 감정을 거창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으니까. 사람들과의 믿음이 다 깨졌던 시기였다. 그래도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들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글씨일 뿐인데, 존재감이 느껴져서 되게 안심을 하면서 앨범을 만들었다.

그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자산이 된 것 아닐까. 사람들이 밴드에게 정을 붙이는 거니까.
이주현 : 그 정을 느꼈다. 정글에 혼자 있는 느낌으로 앨범을 만들고 있었는데, 우릴 따스하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앨범 마무리하고 공연할 때 정말 행복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든 곡들이 오히려 멜로디는 더 대중적이었던 것 같다.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 같은 곡의 멜로디라인은 의외였다. 좀 더 대중적인 가요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후렴구가 빨리 와 닿더라.
이주현 : 그 전 앨범보다 보컬의 멜로디 라인은 더 멜로디컬해졌다. 앨범 만들면서 타이틀을 정해놓겠다든가 하는 생각 같은 건 없이 닥치는 대로 만들었는데, 의외로 좋게 나왔다. (웃음) 이번 앨범 만들 때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서 멜로디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웃음)

어떤 만화를 봤나.
이주현 : 현실 도피적인 만화들을 많이 봤다. 그리고 음악은 90년대 후반 그런지 음악들을 많이 들었고. 내가 밴드를 처음 시작할 때가 한창 너바나의 시대였는데, 그때 음악들을 다시 찾아들었다. 밴드를 처음 했던 시절로 돌아가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예전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하는 그 느낌을 되찾은 것 같다. 이번엔 기타 더빙도 아예 안 하고 다 라이브로 했다.

엔지니어가 고생 많았겠다. (웃음)
이주현 : ‘락대성’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김대성님이 엔지니어를 해줬다. 그 분이 있는 스튜디오 이름이 톤 스튜디온데, 우리가 녹음하는 방식에 대해서 듣더니 크레딧에 톤 말고 똥 스튜디오로 하자고. (웃음) 도와는 줘도 자기 이름은 절대 못 걸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가 녹음한 걸 들고 찾아갔더니 해보자고 하더라. 결국 크레딧에 자기 이름을 실었다. (웃음)
박종현 : 예전에 산울림이 하루에 10곡 작업했다는 걸 소문으로만 들었다던데, 자기가 이렇게 직접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웃음)

“음악을 하려고 먹고 자는 것 같다, 먹고 사는 게 먼저가 아니고”
인디10│⑥ 갤럭시 익스프레스 “록을 통해 우리가 살아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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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녹음은 어땠나. 소리잡기 참 어려웠을 텐데.
박종현 : 잡을 소리도 없었다. (웃음)
김희권 : 그냥 쳤다. (웃음) 답답한 게, 원래 치던 대로 칠 수가 없었다. 원래 치던 대로 치면 다른 소리가 깨져 버리니까. 더 세게 쳐야 하는데 힘을 조절해야 하니까 더 이상하게 나왔다. 톤 스튜디오에서 한 곡을 더 쳤는데, 거기서 좋은 드럼으로 치니까 확실히 좋더라. (웃음)
이주현 : 나는 베이스 이펙터를 하나씩 사면서 발전하기도 했다. 이펙터가 고가라서 쓰다가 팔수도 없고, 안 쓰면 산 의미도 없어서 노래에 꼭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이펙터를 살 때마다 새로운 노래가 한곡씩 만들어진다. 그리고 기타 더빙을 안 하고 다 라이브로 하니까 공연 때도 편했다.

그런데 사운드 디자인은 오히려 전작보다 좋았다. 곡마다 톤은 들쑥날쑥이지만 드럼이 거의 정 위치에서, 기타나 베이스보다 조금 뒤로 물러나서 중심을 잡아주니까 연주할 때의 공간이 잘 느껴지던데.
이주현 : 우리도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이 더 생동감도 있고. 헤드폰 끼고 들으면 진짜 그 합주실에 있던 기분이 든다.

1년 사이에 공연을 더 많이 했다. 달라진 게 있나.
이주현 : 노련해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무대에서 관객의 손을 확실하게 잡아끌지 못하는 것 같다. 라이브는 실시간으로 관객과 대화를 하는 건데, 서로 교감하는 걸 이끌어내기 어렵다. 어느 날은 관객과의 호흡이 좋지만 어느 날은 우리가 너무 얼어있기도 했고. 요즘엔 자주 보이는 팬들도 있다. 희권이가 팬들을 잘 기억하는데, 팬들도 (희권이가) 아는척해주니까 좋아한다. (웃음)

공연으로 수익이 나는 부분이 있나.
이주현 : 행사나 공연 수익이 있다. 그런데 아직 행사 루트는 많이 못 뚫었다. 월드컵 행사 같은 건 들어온 게 없고. 물론 다른 행사는 있다.
김희권 : 우리가 응원가는 아직 안 만들어서. (웃음)
박종현 :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주현 : 6월 2일에 클럽 대관해서 선거하고 오면 할인해주는 이벤트로 공연했는데, 그 때는 400명이 와서 대박 났다. 클럽에 처음 와 본 분들도 많았는데, 앞으로도 클럽을 처음 와본 사람들도 많이 오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어차피 공연 보러 안에 들어왔으니 문 걸어 잠그면 못 나간다. (웃음) 와서 볼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루비살롱에서 나와서 독립 레이블을 차렸는데 운영은 어떻게 하나.
이주현 : 골치 아프긴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재밌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만들어서 그냥 있는 걸로 최선을 다해서 앨범을 만들 생각이다. 시작은 집에 있던 MP3플레이어로 녹음했지만 나중에는 절대 이걸로 계속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한다.

이주현은 1년 전에 인터뷰를 했을 때 택배 일을 한다고 했었다.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나.
이주현 : 3월말에 관뒀다. 앨범을 도저히 못 만들 것 같아서 일을 때려 치고 나서 다시 안 나가고 있다. 앨범 팔리는 거 봐서 일 나가게 될지 안 나가게 될지 결정이 될 것 같다. 6월이면 앨범판매 정산이 나오니까. (웃음) 나머지 둘은 안 먹고 안 쓴다.
박종현 : 소비를 줄인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나.
이주현 : 먹고 살려면 아침에 일을 나가면 된다. 사지 멀쩡한데 박스라도 나르면 돈은 받잖나. 이걸 하는 이유는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음악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물론 분명히, 돈은 벌고 싶다. (웃음) 하지만 돈을 꼭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다. 돈 벌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여자랑 사귀어야겠다고 해서 꼬셔서 성공한 경우도 없다.
박종현 : 이걸 하려고 먹고 자는 것 같다. 먹고 사는 게 먼저가 아니고.

“음악은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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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홍콩에 다녀온 걸로 안다. 무슨 일로 갔나.
이주현 : 뮤직 컨퍼런스 마켓이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 모임인데, 나라마다 밴드 하나씩 데려와서 쇼케이스도 하고 컨퍼러스 끝난 후에 파티도 한다. 홍콩을 안 가봐서 좋다고 갔는데, 의외로 선전했다. 처음에는 코리아라고 하니까 한국에는 케이팝만 있는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박종현 : 너네 슈퍼주니어 노래 할 줄 아냐? 하는 사람도 있고.
이주현 : 한국에 록음악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리고 분위기가 이태원 같았다. (웃음) 홍콩 사람들보다 호주, 미국, 캐나다 사람들이 더 많고.

당신들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이주현 : 공연에서 난리를 쳤다. 연주하다 공연장 밖으로 나가고, 밖에 있는 택시도 치고 오고.
박종현 : 첫날 그렇게 공연했더니 단체 문자가 돌았다고 했다. 코리아팀 또라이들이라고. (웃음) 웬 캐나다 밴드도 공연 잘 봤다고 해서 공연 끝나고 나서 맥주 먹고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되게 유명한 밴드였나 보더라. 3인조 밴드인데 와서 검색해보니까 유튜브 조회수가 10만이 넘었다. 소개할 때 우리 레이블은 러브락이다라고 말하니까, 걔네는 “어, 우리는 워너.” (웃음)
이주현 : 거기서 뉴욕에서 하는 페스티벌에 오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파티에서 한 얘기라 사람들이 얼큰하게 취해있는 상태였다. (웃음) 다 성사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응은 참 좋았다. 우리 가사가 다 한국말인데도 말 하나도 안 통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줬다는 게 좋았다.

그렇게 당신들을 고생시키면서도 행복하게 만드는 록을 처음에 어떻게 들었나.
이주현 :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산 외진 곳의 공동묘지 밑에 살아서 주변에 집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1시간거리에 있는 서울로 학교를 보내셨는데, 그 때 워크맨을 사주셨다. 그걸로 형이 듣던 퀸이나 비틀즈를 들었고, 형 친구가 헤비메틀 앨범을 녹음해줬었다. 듣고 “이야, 악마의 음악이다” 그랬다. (웃음)
박종현 : 나도 초등학생 때 형이 듣던 메틀 음악을 들으면서 좋아하게 됐다
김희권 : 나도 형이 오프스프링이나 김종서를 좋아했었는데, 사실 그 때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클래식을 했었고,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하면서 록을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록을 추천해주던 형들은 다 어딜 간 건가. (웃음)
박종현 : 원더걸스, 에프엑스, 소녀시대를 좋아한다.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왜 록을 하나.
김희권 : 심플하면서도 뭔가 더 있다. 무게도 있고 시원시원한 맛도 있고. 클래식을 하다 록을 하면서 (드럼을) 더 세게 치니까 ‘아, 역시 두들겨야 되는 악기였어’라는 느낌이 왔다.
이주현 :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록을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앨범을 하면서 생각해보니까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창구인 것 같다. 록을 통해 우리가 살아있음을 이야기해줄 수 있다.
박종현 : 소리가 크다.

글. 강명석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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