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 구라 vs 큐티 숙종
큐티 구라 vs 큐티 숙종
큐티 구라
모든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털이 있어 순진해 보였다는 박미경의 러브스토리를 듣고는 “그럼, 나 엄청 순진해!”라며 자신의 퓨어함을 자랑하던 그는 유오성이 ‘라디오스타’의 스튜디오에 등장하기가 무섭게 ‘라스’를 ‘낮술’로 잘못 알아들었다는 사소한 이야기에도 봄처녀처럼 헤픈 웃음을 보였다. 그러더니 예의 없는 후배를 “이렇게 좀 있다가 보면”이라고 유오성이 살짝 미간에 힘을 주었을 뿐인데 “눈이 벌써 이상해”라고 호들갑을 떨더니 급기야 신정환의 좁은 어깨 뒤로 동그마니 어깨를 말아 몸을 숨겼다. 심지어 “어머, 무서워!”라고 앙탈도 부렸다. 나중에는 핑크빛 요술봉을 꺼내 “뽀로롱~”의 마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윤종신과 김국진이 유오성의 팔뚝을 만지고 나서 그를 포장해준다고 투덜대더니 정작 본인은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아, 두려움은 구라도 애교떨게 하는 법이다.
큐티 숙종
죽음의 위기에서도 “이렇게 뛰어 본 적이 없다”라며 주저앉는다. 칼싸움에 실전은 처음인 주제에 “물러나면 능지처참만은 면하게 하주겠다”고 호기를 부린다. “넘기엔 너무 높았다”는 이유로 평생 담을 넘어 본 일도 없단다. 하지만 엎드리라면 엎드려 낯선 여인의 발판이 되어 주기도 하고, 고개를 조아려 존경을 표하는 궁녀들에게는 친절하게 손을 흔들며 아이돌 오빠처럼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약한 모습은 오직 소녀들만을 위한 것, “임금을 만나러 왔는데 설마 빈손으로 오진 않았겠지”라며 진상품 조사를 요구해놓고 “농이네”라며 신하를 무안하게 하는 것은 기본, 흉조인 운석으로 관자를 만들어 나누어 주고는 “재앙을 나누어지고 가자”며 조정이 집단 썩소를 짓게 만든다. 해맑은 얼굴로 의뭉스러운 추리를 해나가는 모습은 ‘멘탈리스트’에 버금가지만, 국가적 위기 앞에서 ‘함께걷자’는 마음을 공표하는 그는 역시 아이돌 오빠다. 그러니, 궁녀 여러분은 숙종오빠 입에서 나온 말만 믿어요. 장씨랑 오빠는 그런 사이 아니래요.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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