눙무리 [감탄사]
1. 눈물이 흐르고 있는 상황을 축약한 표현
2. 마음에 슬픔이 가득한 상태를 비유하는 말

‘눈물’은 [눈물]로 발음된다. 그러나 성대를 납작하게 붙이고 혀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면 첫 음절의 종성 ‘ㄴ’은 다음 음절의 초성인 ‘ㅁ’에 한층 동화되어 ‘ㅇ’으로 소리 나는 법이다. 비음이 비음에 동화되는 드문 현상으로, 아직 학계에서는 이를 올바른 발음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현대 국어에서는 종종 그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발음 경향은 극단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경기불황이 낳은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발음을 할 때조차 혀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여 에너지 낭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눙무리’가 의미하는 정서는 경제 불황이면 더욱 성행하는 미니스커트와도 일맥상통한다. 체감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의복보다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의상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징을 수용할 여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구에 습기가 찬다’는 은유로 눈물을 말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눈물은 눈물일 뿐이고, 나아가서 그것은 보다 발음이 편리한 ‘눙물’이다. 그리고 연음화 마저도 보는 그대로 소리 낼 수 있게 ‘눙무리’라고 써 주는 것이 2009년의 감수성이다. 기호가 시들고 상징이 말살된 오늘의 천박함에 ‘눙무리’ 흐른다.

용례[用例]
* 전설의 쌈씽매미를 본 적 있는가. 그 울음소리를 듣노라면 누구나 눙무리 흐른다고 하더라.

* 연예 뉴스를 읽는 지상렬, 어느새 그의 눈에 눙무리

* 연예 뉴스를 읽는 기자의 눈에도 별안간 눙무리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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