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리와 나>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린 시절 광안리 바닷가에서 길 잃은 치와와를 주워다 잠시 기른 거 말곤 애완견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키워보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개털을 싫어하는 부모님 밑에 자란 나는 개를 키우는 집은 무조건 위생적이지 않다는 편견까지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자유로운 칼럼니스트 존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기자 제니부부가 새로운 식구 말리를 들이면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 말리가 벌이는 사고들과 부부간에 있을 적당한 갈등을 제하면 갈수록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 다니고 예쁜 아이들도 가지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그런 잔잔함이 좋았는지 아니면 항상 외로울 틈없는 일상들이 부러웠는지 몰라도 나도 모르게 영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기자였던 존이 애정을 둘 수 있는 편한 존재를 만나면서 좀 더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칼럼니스트가 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며 요즘은 애완견사이트를 한참 찾아다닌다. 과연 내가 밥이나 제대로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쩝.

글. 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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