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Step’을 부르는 청림은 어떤 강렬한 스틸컷의 이미지보다는 전체적으로 흐르는 유려한 선의 흐름으로 기억되는 댄스 가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창작한국무용을 전공하던 유연한 근육의 움직임을 따라 긴 팔과 다리가 만들어내는 동선은 현란하다기 보단 시원하다. “안무 짜시는 분이 처음부터 선을 중요하게 여기긴 했어요. 하지만 좀 더 힙합적인 움직임을 원했는데 아무래도 무용을 전공하던 몸이라 약간 ‘변질’된 것 같네요.” 하지만 그 변질 때문에 그는 비보이부터 팝핀까지 다양한 댄스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신인 남자 솔로가 속속 등장하는 가요계에서 특별히 월등하진 않아도 차별화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했다.

“무용을 전공해서 그런지 안무 느낌이 좀 달라요”

재밌는 건 무대 아래에서도 그는 하나의 특징보다는 전체적인 느낌 혹은 큰 그림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란 사실이다. 물론 사진 촬영을 준비하며 눈을 크게 뜨고 “원래 모든 매체 인터뷰는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나요?”라고 물어보고 “제가 인터뷰는 처음이라… 헤헤”라고 눈웃음을 짓는 모습처럼 인상적인 조각들도 있지만 그 모습들은 카메라 앞에서 쉬지 않고 취하는 역동적인 포즈들과 함께 청림이라는, 정확한 디테일을 설명할 수 없지만 시원함과 귀여움, 남자다움 등이 공존하는 독특한 그림을 이루는 요소가 될 뿐이다.
“댄스 동아리에 있던 친구가 공연을 앞두고 멤버 한 명이 못 나오게 됐으니 한 달만 열심히 연습하고 같이 공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요. 말하자면 ‘땜빵’이었죠.” 그렇게 대전의 어느 학원에서 주최하는 축제에 ‘땜빵’으로 참여한 15살 소년은 “사람들의 갈채와 환호에 매력을 느껴” 저녁마다 학원을 빼먹고 춤 연습에 열중했다. 도 대회를 비롯한 무대를 찾아다니던 소년이 자신의 이름 청림을 걸고 라는 공중파 무대에 서기까지는 9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9년 동안 무대 아래서 키워왔던 것

tvN 에서 영주(최정윤)의 지갑을 야금야금 좀먹는 연하남 준호를 연기했던 경험은 중요한 경력일지언정 지금의 그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때문에 그가 보낸 시간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직선주로 질주와는 거리가 먼, 완곡한 커브를 그리는 흐름 하나하나를 짚어볼 수밖에 없다. 춤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다기에 예술고등학교 무용부에 지원했다가 타이즈를 입은 지망생들을 보고 기겁했지만 불행히도(!) 합격하는 장면과 우연히 창작한국무용을 보고 감전된 것처럼 감격했던 장면처럼, 그 순간들을 분리해 하나하나 비교하면 모순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론적일지 몰라도 지금의 그를 본다면 그 모든 과정이 청림이라는 가수가 지금의 모습으로 설 수 있게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의 매니저를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 연예인의 꿈을 품은 그가 대학 시절 영화 캐스팅이 확정되고서 학교 정기공연과 겹쳐 영화 스케줄을 포기했단 사실은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그 땐 무용이 더 소중했고 지금도 그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는 말에서 이후 신인가수로 다시 데뷔하기까지의 긴 시간동안 흐트러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