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 : “자네 개그맨 한 번 해보지 않겠나?”
“제가요?”
“그래 자네.”
“전 웃기는 거 못하는데…”
“자네 키 작지?”
“네.”
“운전 할 줄 알지?”
“네.”
“잡일도 하지?”
“네.”
“그거면 됐어. 이수근도 웃기잖아.”

동대문 남대문 : 이수근이 1996년 강변가요제에 참가하려고 결성한 . 당시 이수근은 “개그맨이 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연예인이 되려고 강변가요제에 참가했었다. 그러나 이수근은 수상에 실패, 이때부터 무명 개그맨 생활을 시작한다.

김병만 : 개그맨. 무명 시절 이수근과 동고동락했다. 이들은 돈이 없어 월세 8만 원짜리 옥탑방에서 살았고, 2800원짜리 포장육 족발을 먹고 그 다음날 아침 그 족발 뼈로 사골 국물을 끓여 먹었다. 특히 김병만이 두 번 만에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 것과 달리 이수근은 “얼굴이 개그맨으론 밋밋하고 개성이 없다”는 말을 들으며 일곱 번이나 공채 시험을 봤다. 자신의 소속사 사장이기도 했던 박준형과 함께 공채 시험을 본 적도 있었을 정도. 이수근은 김병만과 영화 <선물>에 개그맨 역할로 출연, 당시 영화에 참여했던 KBS <개그콘서트> 작가의 눈에 띄어 개그를 시작하게 된다.

류담 : 개그맨. 이수근과 ‘고음불가’에 함께 출연했다. 이수근은 <개그콘서트>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몇 년 동안 무명 신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 때 “술 잘 먹고 노래 잘 부르는” 후배 류담과 만나 그들의 특기인 노래를 살려 ‘고음불가’를 만들었다. ‘고음불가’의 성공으로 8만 7천 원에서 시작, ‘고음불가’ 직전 48만 원이었던 이수근의 출연료는 100만 원으로 올랐고, ‘키가 비슷한’ 김병만이 이수근의 분장을 하고 대신 지방 행사를 뛰어줄 만큼 일이 많아졌다. 이수근은 ‘고음 불가’의 성공으로 미사리 카페, 인터넷 여성 의류 쇼핑몰 사업 등에 도 나섰고, 류담과 함께 자신이 직접 여성 옷을 입고 여성 의류 쇼핑몰의 홍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정명훈 : 개그맨. 이수근과 함께 ‘키컸으면’에 출연했다. ‘키컸으면’은 이수근을 확실하게 인기 개그맨에 안착시키도록 만들었다. 또한 ‘고음불가’에서 노래 실력을, ‘키컸으면’에서 자신의 키를 이용하는 등 자신의 특징을 자학하며 웃음의 소재로 끌어내는 이수근의 개그 스타일도 이때부터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형돈 : 방송인. 이수근처럼 <개그콘서트>로 데뷔, 이후 버라이어티 쇼에 진출했다. 두 사람은 <개그콘서트>에서는 최고였지만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웃기지 못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개그콘서트>와 달리 각본이 거의 없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내가 칠 멘트만 생각”해 리액션이 부족했던 이수근은 <해피투게더-프렌즈>와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에서 자신의 멘트가 대부분 잘리는 경험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개편 때마다 매니저에게 “이번엔 잘리겠지?”라고 말하면 매니저마저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라고 답했을 정도. 이수근은 버라이어티 쇼에 대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 증세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수근과 정형돈이 결국 버라이어티 쇼에 안착하면서 이후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은 과거보다 더 많이 버라이어티 쇼에 진출하게 된다.

유재석 : MC. KBS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이수근과 함께 출연했다. 당시 이수근은 유재석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보고 술을 마시지 않게 됐고, 밤무대 출연을 자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해피투게더-프렌즈>를 시작으로 이수근은 본격적으로 버라이어티 쇼에 진출한다.

강호동 : MC. 이수근을 “착실하고 열정적인 후배”라며 ‘1박 2일’에 추천했다. 강호동은 이수근에게 “거친 파도를 경험한 뱃사공이 훌륭한 뱃사공이 된다”며 격려했고, 이수근이 제안하는 게임이나 상황극 등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반영해 그에게 힘을 실었다. 이수근은 이런 강호동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코미디화 시키며 버라이어티 쇼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수근은 자신이 운전을 도맡아 하자 ‘운전사’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자신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것을 드러내며 ‘일꾼’ 캐릭터를 부각시켰으며, 최근에는 자신이 살았던 지명을 이용해 ‘양평 타짜’라는 캐릭터도 만들었다. 그는 각본에만 익숙했던 <개그콘서트>의 코미디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웃음의 소재로 만들면서 버라이어티 쇼의 생존 방식에 적응했다. 최근 그는 “강호동의 드센 리더십을 보완해주는, 안정적인 느낌이 있다”는 나영석 PD의 말처럼 일정부분 MC의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1박 2일’ 시청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에피소드에서, 이수근은 자연스럽게 일반인 출연자들의 특기를 소개하며 프로그램을 진행, 강호동의 역할을 보조했다. 무명 개그맨이 인기 개그맨이 되고, 다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버라이어티 쇼 중 한 프로그램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꾼’으로 성장했다.

이수근 : 남한으로 귀순했으나 이중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던 귀순자. 개그맨 이수근은 이 이수근과 한글은 물론 한자까지 같다. 이는 그의 아버지가 “간첩 이수근처럼 유명한 사람이 되라”는 이유로 이런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탄생부터 자학개그의 소재를 안고 태어났던 셈.

박지연 : 이수근의 아내. 이수근은 한 때 박준형의 스타일리스트였던 박지연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자네 개그맨 한 번 만나볼 생각 없나?”라는 말을 계속하며 대시, 결혼에 성공했다. 이수근은 프로포즈 당시 박지연에게 키스를 하며 백진주를 그의 입에 넣어줬지만, 박지연은 이를 진주인줄 모르고 뱉어 진주가 하수구에 빠지기도 했다. 이수근은 ‘고음불가’ 이후 많은 돈을 벌었지만 “너무 없이 살다보니 계획적으로 돈을 쓸 줄 몰라” 후배들과 친척들에게 돈을 쓰느라 적자에 시달려 결혼 전 그의 재산은 마이너스 통장의 빚 6000만 원이었다. 박지연은 이수근과 결혼 뒤 이수근의 차부터 없앤 뒤 철저한 재정 관리로 집안 살림을 흑자로 바꿔 놨다. 이수근은 박지연과의 결혼 뒤 원형탈모도 사라졌다. 또한 이수근은 결혼 뒤 ‘1박 2일’과 <해피투게더> 등에서 자신에게 좀처럼 돈을 주지 않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등 결혼 생활의 고단함을 코미디 소재로 삼으며 가장의 이미지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은지원 : 가수. 이수근과 ‘1박 2일’에 함께 출연 중으로, 이수근의 디지털 싱글 ‘갈 때까지 가보자’에 피처링을 해줬다. 개그맨이 되기 위해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던 이수근은 10여년이 지난 뒤 인기 개그맨 겸 방송인의 위치에서 자신의 노래를 발표한다. 키도 작고, 얼굴도 밋밋하고, 타고난 재능이나 특기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웃음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사람도 개그맨이 될 수 있다. 이수근은 우리에게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Who is next

이수근이 카메오로 나온 MBC <진짜 진짜 좋아해>에 출연한 김창완과 KBS <못된 사랑>에 함께 출연했던 권상우

강명석 two@10asia.co.kr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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