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과 아벨이 신을 위해 제사를 지낼 때 신은 카인의 재물을 받지 않았고 질투를 느낀 카인은 아벨을 죽였다. 그렇다면 죄의 원인은 어디까지 소급될 수 있을까. 아벨을 죽인 카인만이 죄인일까, 아니면 그 원인을 제공한 신 역시 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걸까. 그렇다면 카인의 선택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걸까. 2월 18일 수요일 밤 9시 55분 첫 방영하는 SBS의 새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은 구약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모티브로 형제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배신, 그리고 용서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지난 13일 청주국제공항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SBS 허웅 책임프로듀서와 제작사 플랜비픽처스의 김동현 대표, 남상우 청주시장 등이 참석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고, 연출을 맡은 김형식 감독과 대본을 쓴 박계옥 작가, 배우 소지섭, 신현준, 채정안, 한지민, 한다민, 유주희가 작품에 대한 소감을 얘기했다.

사랑과 배신을 향한 두 형제의 삶

SBS <외과의사 봉달희>로 세련된 메디컬 드라마의 문법을 보여준 김형식 감독이 연출하지만 <카인과 아벨>은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다. 병원은 무대일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권력 암투와 두 형제의 대결구도, 그리고 용서와 구원의 문제가 드라마의 핵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형사와 킬러 이야기로 기획됐다는 걸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박계옥 작가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사랑 받으려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말로 이 드라마의 원동력이 아버지의 사랑을 동생에게 뺏겼다고 여기는 선우(신현준)와 사랑하던 형이 배신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초인(소지섭)이 느끼는 공통된 결핍에 있음을 밝혔다.

인간을 위한 의술을 믿는 휴머니스트 아벨 이초인, 소지섭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 없이 단지 자신을 키워준 양부 이종민 원장(장용)과 형 선우(신현준)처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 의사가 된 청년이다. 따뜻한 마음뿐 아니라 실력까지 겸비해 양부가 운영하는 보성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로 명망을 얻는다. 하지만 그가 능력이 부족해 인맥으로 병원에 붙어있는 수준의 의사였다면, 양부의 사랑이 조금 부족했더라면 오히려 믿었던 형 선우의 질투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양부가 병원의 모든 권리를 자신에게 물려주는 바람에 선우는 카인의 심정으로 초인을 사지로 내몬다. “사실 킬러 역할에 관심이 있어 드라마에 참여했지만 오히려 지금의 의사 역할이 훨씬 좋은 것 같다. 특히 초반의 순수한 느낌의 캐릭터는 꼭 해보고 싶었던 모습이다.”

아벨에 대한 질투 때문에 괴로워하는 카인 이선우, 신현준
초인과 마찬가지로 그의 불행 역시 아버지의 선택으로 시작됐다. 그 역시 아버지가 조금만 초인에게 애정을 덜 표현했더라면, 병원의 소유권을 자신이나 부원장인 어머니에게 넘겼다면 얼마든지 초인의 좋은 형이 될 수 있었고, 뇌의학 센터를 세워 세계 최초의 브레인 맵핑을 완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병원의 상속권은 초인에게 넘겨졌고,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던 서연 역시 초인과 연인이 된 것을 알자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결국 초인을 제거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선우는 악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불쌍한 인물이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선우의 그런 면을 이해시키고 싶다.”

카인과 아벨 모두의 첫 사랑 김서연, 채정안
도대체가 당사자끼리의 충분한 대화만 있었더라면 이 드라마의 갈등은 이토록 블록버스터급으로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선우와 서연, 초인의 삼각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선우는 서연을 좋아했고, 서연도 그를 좋아했다. 초인 역시 서연을 좋아했지만 나서서 형의 여자를 뺏을 인물은 아니다. 문제는 유학을 떠난 선우가 7년 동안 서연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에 보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2년도 견디질 못하는데 7년 동안의 감감무소식에 서연이 자신의 곁에 있는 초인을 선택한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선우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방아쇠가 된다. “드라마에서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덕분에 악기와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나중에 작은 공연장에서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까지 생겼다.”

북조선 출신의 맑은 영혼 오영지, 한지민
탈북해 중국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는 순수한 영지 역에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의 열혈 봉사자로 유명한 한지민이 캐스팅된 건 당연해 보인다.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함경북도 사투리로 초인에게 나중에 서울 가면 만나달라고 외치는 영지는 복잡하게 얽힌 병원 내 갈등과 애정의 삼각관계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잠깐의 좋은 만남으로 기억될 것 같았던 초인과의 인연은 이후 그가 사선을 넘어 영지의 오빠 강철의 부대에 들어오면서 다시 이어진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새터민에게 평양 말을 배웠는데 전문적으로 하는 분이 아니라 많이 어려워하셨다. 그러다가 영화 <크로싱>에서 북한말을 가르치던 분을 만나 이북에서 더 많이 쓰이는 함경북도 사투리를 배웠다.”

관전 포인트
대본과 캐릭터 수정, 배우 교체까지 <카인과 아벨>은 대작 드라마가 기획 단계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할 수 있다. 형사와 킬러였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모티브만을 유지한 채 병원으로 무대를 옮겼고, 정려원과 지진희 등의 출연은 무산됐다. 하지만 착오를 겪는다는 것은 하나하나의 불안요소를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로비스트> 같은 블록버스터가 허술한 이야기 때문에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전례를 볼 때 오랜 기다림은 오히려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카인과 아벨>은 허웅 책임프로듀서의 말처럼 “드라마의 역사를 바꾸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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