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개그맨 김기리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lsh87@
개그맨 김기리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lsh87@
김기리에게 ‘초인가족’은 첫 연기 도전은 아니다. 김기리는 지난해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와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단순한 호기 때문은 아니었다. 김기리가 연기에 강한 끌림을 느낀 것은 13년 전, 그가 극단 새내기였을 때부터다. 청소와 조명 세팅 등을 돕던 그는 무대 위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초인가족’에서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낸 그는 이제 더 큰 날갯짓을 펼치려 한다.

10. 어떤 사람들은 성공 가도를 달리던 개그맨의 연기 도전 이유를 궁금해한다. 언제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나?
김기리: 스무살 때 대학로에 코미디와 연극을 동시에 운영하는 극장에 들어갔다. 그때는 소위 ‘리마리오(이상훈)’ 시대로, 공개 코미디 인기가 대단할 때였다. 극장에도 개그맨 지망생들이 꽉 차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당장 내가 할 일은 없고 청소하고 조명 세팅을 도우라고 하더라. 그 때 조명을 만지면서 무대 위의 연극 배우들을 처음 봤다. 그 때였다.

10. 그 때 본 연극 배우들이 깊은 울림을 줬나 보다.
김기리: 그랬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도 않은데,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하니까. 이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왜 이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하나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개그맨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영화와 연극을 챙겨 봤다.

10. 꽤 오랜 시간 연기자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인상 깊게 본 작품이 있다면?
김기리: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들이다. 감독님이 칸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상을 타고 인정 받는 걸 보면서 영어 공부를 안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웃음) 무언의 용기를 얻고 드라마에 도전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10.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는 것’을 기준으로, 삶을 재밌게 살아가는 것 같다.
김기리: 원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후회하고 시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언제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누워서 10년 뒤에 후회할 지 안 할 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때 후회할 것 같다면, 무조건 해야 되는 거다. 그래서 난 지금 후회 없이 만족스럽다. 감사한 일이다.

10. 사실 이번 연기 도전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도 또 다른 영역을 도전하며 속으로 고민도 많았을 텐데, 무엇으로부터 힘을 얻었나?
김기리: 틈나면 ‘개그콘서트’ 사무실을 찾아갔다. 뭔가 조언을 구하러 간 건 아니고 그냥 아이디어 회의하는 사람들 옆에 앉아서 편안함을 느끼고 왔다. 다들 편하고 친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니까.

10. 연기가 참 자연스러웠는데, 어떻게 캐릭터 구축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김기리: 섀도우 복싱처럼, 세트장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그런데 좋은 방법은 아니더라.(웃음)

10. 보통 시뮬레이션을 해보라고 조언을 많이 하던데, 의외다.
김기리: 동선이 정해진 개그와는 달리 드라마 현장에는 변수가 많더라. 머릿속으로 ‘도레미 주류’ 사무실 구조를 연습하고 가도, 막상 가면 탕비실로 바뀌어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몸을 움직이면서 대사를 더 열심히 외웠다.

10.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김기리: 사실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배우들과 감독님,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혹시 이 드라마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까 봐 더 열심히 내 자신을 채찍질했던 것 같다.

10. ‘개그콘서트’에 원년 멤버들이 복귀하며 화려한 막을 열었는데, 김기리는 왜 합류하지 않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기리: 앞으로도 당분간은 연기를 계속 해보고 싶어서 ‘개그콘서트’를 병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그콘서트’는 하루 방송을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회의를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라,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병행할 순 없더라.

10.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해 래퍼의 기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도 평소에 랩을 하는지?
김기리: ‘초인가족’ 쫑파티 때 노래방에 가서 랩을 했다.(웃음) 요즘엔 그런 용도가 됐다. 아직까진 취미로 하고 있는데 쓰다가 너무 괜찮은 라임이 나오면 또 모른다.(웃음)

10. ‘초인가족’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연기를 스스로 평해본다면 100점 중에 몇 점일까?
김기리: 49점을 주겠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분명 아쉬운 점이 있으니까.

10. ‘초인가족’은 ‘진로’에 관한 드라마이기도 했다. 그것이 ‘중2병’ 학생이든 아니든. 김기리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김기리: 아직까지 연기가 굉장히 즐겁다. 개그도 병행은 하지만, 당분간 연기 위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할 거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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