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한재석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한재석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한재석은 아이돌 그룹 연습생이었다. 2년을 준비했다. 잘 되지는 않았다. 오전에는 알바를 하고 오후에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가리지 않고 발로 뛰었다.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tvN ‘SNL코리아’를 통해 기회를 잡았다. 시즌5부터 7까지 고정 크루로 활약했다. 담대함과 순발력, 끼를 발휘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다고 하지 않았나. 이후 단막극, 아침극 그리고 미니시리즈까지 자신의 보폭을 넓혔다. 최근 종영한 tvN ‘내성적인 보스’(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를 통해 한재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알리는데 성공했다.

종영 소감을 묻자 한재석은 “너무 보고싶다”고 운을 뗐다.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과 끈끈한 정으로 뭉쳤던 현장이었다.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신인 배우 입장에서 정말 좋은 현장이었다. 잠도 제대로 못자는 환경이었지만 아낌없이 퍼주고 배려해준 선배들이었다”며 “시청률이 0.1%만 올라도 기뻐하고 더 잘해보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부정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연)우진이 형한테는 내 친형 하면 안 되냐고 하기도 했다. 너무 좋았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재석은 ‘내성적인 보스’에서 장세종 역을 맡아 밝고 긍정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철없어 보이지만 솔직하고 센스 넘쳤다. 훤칠한 키와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여성 팬들 역시 많이 늘었다. 데뷔 3년차 배우로서 꽤나 큰 롤이었으나 한재석만의 매력으로 송현욱 PD를 사로잡았다.

“오디션을 봤어요. 제가 오디션장에 어떤 여자 한 분과 들어갔는데, 그곳에 있는 스태프들과 다 아는 분이더라고요. 스태프들이 그 여자분 하고만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대로 가면 망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제 차례에 ‘저 잘 지냈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냥 덤볐죠.(웃음) 그 모습이 장세종스러웠던 것 같아요. 이후 연락이 왔는데, 곧바로 송현욱 감독님을 만나러 갔어요. 저한테 장세종 역할이 있는데 한 번 해보라면서 대본 네 권을 주셨죠. 그리고 리딩 때 보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때는 정말이지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배우 한재석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한재석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송현욱 PD는 전작에 함께했던 배우들과 다시 한 번 호흡을 잘 맞추는 연출자다. 한재석은 “나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며 “장세종이 밝고 유쾌한 캐릭터라면 다음에는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함께하고 싶다. ‘내성적인 보스’를 하면서도 나에게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내성적인 보스’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드라마였다. 여주인공 민폐 논란 이후 대본 전면 수정을 감행했다. 시청률 역시 아쉬웠다. 대본 수정 이후 극이 주연배우들에게 포커스가 더욱 맞춰지며 조연배우들은 상대적으로 빛을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한재석은 솔직하게 “대본이 수정되고 설정이 변동되면서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졌다. 삭제된 장면도 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현욱 PD는 배우들의 애드리브에 열려 있었다. 그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해줬단다. 그는 “‘SNL코리아’로 생방송을 하면서 임기응변에 강해졌다. 애드리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더 마음껏 했다”며 만족했다.

한재석은 배우가 되기까지 수많은 고충을 겪었다. 아이돌 데뷔가 좌절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본의 아니게 수치스러운 경험을 겪기도 했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사회의 혹독함을 온 몸으로 느꼈다.

배우 한재석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한재석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오디션을 볼 때 잡상인 취급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 일을 당했을 때는 ‘그래 내가 진짜 잘 돼야지’라면서 넘겼죠. 흔히 말하는 헝그리정신이 생겼어요. 그때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한재석은 그토록 꿈꿔왔던 일들을 하는 지금이 벅차고 설렌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떤 일이든 첫 단추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첫 데뷔는 ‘SNL코리아’였고, 첫 드라마는 ‘언제나 봄날’, 첫 미니시리즈는 ‘내성적인 보스’였다”며 “지금 내 삶은 모든 것이 다 처음이다.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예계 일을 하면서 스스로 다짐한 게 있어요. 항상 겸손하고 나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자고요. 계속 연기를 해나갈 텐데 인사나 예의 등 기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욕심을 내자면 앞으로 조연도 많이 하고 주연으로도 발돋움하고 싶어요. 드라마, 영화, 예능도 가리지 않을 거예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게 100이라면 아직 1도 못 보여드렸거든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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