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이범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셀트리온 사옥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이범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셀트리온 사옥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지금은 ‘믿고 보는 배우’, ‘천(千)의 얼굴’을 가진 배우라고 불리는데 배우 이범수의 시작은 어땠나요?
이범수: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했어요. 당시에는 아르바이트생·행인 등 단역이어도 상관없었어요. 연기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기였죠.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을 하나씩 달성하면서 조금씩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10. 27년차 배우 이범수가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은 뭔가요?
이범수: 연기야말로 인간을 탐구할 수 있는 최고의 학문이에요. 인간의 욕망·꿈·희로애락·흥망성쇠가 모두 담겨있어요.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영화가, 좋은 대사 한 마디가, 어떤 배우의 연기가 관객의 인생을 바꿀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래서 연기를 하기 전에는 언제나 진지해져요. 그렇게 자긍심을 느끼면서 배우 생활을 한 지 벌써 27년입니다.

10. 최근 출연작인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았어요. 영화 ‘짝패’와 ‘신의 한 수’, 드라마 ‘라스트’에 이어 또 한 번 인상적인 악역을 맡았는데요.
이범수: 부담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번에 악역을 했으니까 이 작품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구분을 잘 해서 전작과 또 다른 차이점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그런 도전 혹은 모험을 즐기는 편입니다. 림계진 역시 ‘짝패’의 깡패두목, ‘신의 한 수’의 살수와 차별을 두려고 노력했어요. ‘신의 한 수’의 살수는 뱀 같은 이미지였다면, 림계진은 좀 더 능글맞고 기름진 캐릭터로 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감독에게 말하고 살을 좀 찌웠습니다.

10. ‘인천상륙작전’이 제작 전이나 개봉 후나 의견이 분분한 작품인데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범수: 평소에 전쟁영화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전쟁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인천상륙작전’ 시나리오를 받게 된 겁니다. 시나리오도 재미있었고, 우리 민족이 실제 경험한 이야기라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배우 이범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이범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차기작을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이범수: 1970년대 반체제 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선에서’란 영화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학자였던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1970년대에 반체제 인사로 찍힌 경제학자가 북한으로부터 당신의 경제이론을 북조선 인민을 위해 써보지 않겠냐며 제안을 받고 순진하게 북으로 넘어갔다가, 이용만 당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다시 자유진영으로 넘어오는 이야기입니다. 가슴 아픈 아버지의 사랑도 느껴지는 작품이라 지금 상황에선 좀 더 잘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제 수상도 한 번 노려보고 싶습니다.(웃음)

10. 배우 이범수의 다음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범수: 지금까지 파도가 오면 오는 대로 파도에 넘어지지 않고, 서핑보드 위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는 연기자였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 서서히 파도를 즐기기 수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쌓이고 연륜이 생긴 거죠. 이제야 파도 타는 맛을 알았으니 좀 더 타 볼 생각입니다.(웃음) 앞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됐든, 새로운 장르가 됐든 간에 배우 이범수를 기다려주시는 팬들을 위해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고민할 겁니다. ‘다음에 뭘 보여주지’ 걱정하는 순간이 오지 않도록 말이죠.

⇒ 인터뷰③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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