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트롯' 1등 박세욱 인터뷰
무명 배우에서 일약 스타로 급부상
"초심 잃지 않을 것"
MBN '보이스트롯'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박세욱./이승현 기자 lsh87@
MBN '보이스트롯'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박세욱./이승현 기자 lsh87@
"우승이라니…꿈만 같아요.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앞으로 더욱 잘 하라는 뜻으로 여기고 초심 잃지 않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MBN '보이스트롯'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박세욱(34). 그는 방송 초반부터 탄탄한 실력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고, 홍경민, 문희경, 박광현 등 인지도 높은 스타들 사이에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25년 무명 생활을 청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박세욱에게 '보이스트롯'은 운명처럼 다가온 프로그램이었다. 가수 조엘라와의 친분으로 MBN '보이스퀸' 스핀오프 '라스트 싱어' 준결승 무대에 같이 올랐고, 노래를 들은 제작진이 '보이스트롯' 작가에게 박세욱을 추천한 것. 덕분에 그는 전체 참가자 80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트로트에 큰 자신감은 없었지만 두렵진 않았어요. 트로트를 연습하기 시작한 건 3년 전 부터에요. 뮤지컬 크루즈 공연을 다녔는데, 연령층이 대부분 높아서 뮤지컬보다 트로트를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눈높이에 맞는 음악을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에 하루에 8시간 씩 트로트 연습을 했습니다."

박세욱은 TV조선 '미스터트롯'으로 먼저 얼굴을 알릴 수도 있었다. 그는 "'미스터트롯'에 지원을 했었고, 긍정적인 답변이 온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크루즈 공연 일정과 '미스터트롯' 미팅 일정이 겹치게 됐고, 선약이 중요했기에 크루즈를 타게 됐다. '미스터트롯'은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과감히 내려놨다"며 "나중에 '보이스트롯'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을 보고 운명이라 생각했고,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세욱은 1대1 데스매치로 진행된 3라운드 때 다이어트를 과하게 하다 몸살이 나기도 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혼신의 힘으로 조용필의 '대전 블루스'를 불러 추대엽을 꺾고 4라운드에 진출했다.

"원래 몸무게는 68kg 정도 나갔어요. 올해 코로나로 인해 일이 많이 없어지면서 살이 많이 쪘고, '보이스트롯' 출연이 결정되고 나서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다 빼지 못했죠. 그런데 TV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너무 통통하게 나오더라고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다이어트를 계속 했는데, 이러다가는 노래를 부르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워져 중단했죠.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잖아요."
"무리한 다이어트로 경연 중 몸살이 나기도 했다"는 박세욱./이승현 기자 lsh87@
"무리한 다이어트로 경연 중 몸살이 나기도 했다"는 박세욱./이승현 기자 lsh87@
결승전에 올라가 TOP3 안에 드는 게 목표였다는 박세욱. 그는 결승 무대에서 김용임과 함께 박경희의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를 열창했다. 박세욱은 "듀엣 미션이 주어졌을 때 김용임 선배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2년 전에 처음 봤는데 당시 나는 아르바이트로 스텝 일을 하고 있었고, 선배님은 콘서트 준비 중이었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리허설을 실전처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찐'이라고 생각했다"며 "듀엣 무대를 부탁했는데 흔쾌히 허락해줬다. 만나서 곡을 고민하던 중에 선배님이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를 들려줬다.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고 말했다.

박세욱은 결승 개인 무대에서도 김용임의 '오래오래 살아주세요'를 선택했다. 그는 "선곡 미팅 시간이 오전 11시였는데 당일 새벽 2시에 그 곡을 발견했다"며 "주제가 부모님이었는데, 대부분의 노래들이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니까 감정적으로 확 와 닿지 않더라. '오래오래 살아주세요'는 가사 내용이 너무 내 이야기 같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보이스트롯' 결승전을 시청했다는 박세욱. 그는 "결승전이 녹화로 진행됐기 때문에 같이 볼 수 있었다"며 "1등 했다는 걸 일부로 말하지 않았다. 우승 발표가 나고 방에 몰래 숨겨든 왕관이랑 트로피를 가지고 왔다. 어머니에게는 왕관을 씌워주고, 아버지에게는 트로피를 건넨 뒤 큰절을 올렸다"고 말했다.

"눈물이 계속 쏟아져서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도 계속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아버지는 고맙다고, 축하한다고 해주셨죠. 그날은 셋이서 한참을 부둥켜 앉고 있었던 것 같아요."

긴 무명 생활 속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박세욱은 "부모님은 늘 제 공연을 보러 와줬고. 격려 해줬다"면서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어머니가 그만 두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음에도 말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어머니 입장에서는 내가 능력이 부족하지 않은데 돈을 못 벌고 있으니까 안타까웠던 거다. 그럼에도 자신이 그런 말을 해서 내가 흔들리게 될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만약 부모님이 반대했다면 지금처럼 건강하게 버티진 못했을 것"이라며 뭉클해했다.
박세욱은 "'보이스트롯'은 첫 발판과도 같다"고 말했다./이승현 기자 lsh87@
박세욱은 "'보이스트롯'은 첫 발판과도 같다"고 말했다./이승현 기자 lsh87@
박세욱이 처음 꿈을 가진 건 초등학교 2학년. 당시 뮤지컬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보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그는 4학년 때부터 안양에서 극단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연극 '안 내놔, 못 내놔'로 데뷔한 뒤에는 뮤지컬 '햄릿 프로젝트' '마리아 마리아' '지저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앙상블을 연기했다. 정식 가수로 데뷔한 건 2016년 10월 첫 싱글 발라드 '어떡해요'를 발표하면서다. 이후 '이별 그리고 1년' '선물' '쉬어가자' 등 음반을 꾸준히 발매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박세욱은 "차근차근 나아가고는 있었지만 음반을 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뮤지컬도 티켓 파워가 없으면 주연을 따내기 어려웠다. 세상에 나라는 사람을 알리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면서 "'보이스트롯'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첫 발판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어딜 가나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마스크를 끼고 있는데도 사인 해달라고 오셔서 응원한다고 해주기도 하고요. 어느 날은 식당에 갔는데 손님들부터 종업원, 사장님까지 모두들 알아봐줘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죠. 하하."

현재 트로트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박세욱. 그는 "'보이스트롯'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인사드릴 것 같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나면 전국투어 콘서트도 하고 싶다. 뮤지컬이랑 영화 쪽은 계속 두드릴 생각이다.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예전에는 혼자서 꿈을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팬 여러분이 함께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받은 사랑만큼 보답하는 진정성 있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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