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장나라(왼쪽), 조여정.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장나라(왼쪽), 조여정. /사진=텐아시아DB
미스터리 장르는 추리 욕구를 자극하면서 쫄깃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재미가 있다. 이 가운데 월화극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VIP’,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는 ‘99억의 여자’는 불륜·탐욕 등 비슷한 요소로 닮은 듯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각 드라마의 주인공 장나라와 조여정은 시청률을 견인하는 일등공신. 1981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발랄하고 귀여운 이전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강렬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VIP’의 장나라./사진제공=SBS
‘VIP’의 장나라./사진제공=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2002)부터 ‘동안미녀’(2011)까지 장나라는 명랑하고 쾌활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사랑 받아왔다. 동안 미모 역시 장나라의 이 같은 이미지에 한몫했다.

하지만 장나라는 연기에 변주를 주기 시작했다. ‘고백부부’(2017)에서는 독박 육아에 지쳐 자존감이 떨어진 서른여덟 살의 엄마를 연기했다. 타임워프를 통해 돌아간 과거에서 장나라는 청춘의 행복을 누리는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는 애틋한 모성애부터 코믹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줬다. ‘황후의 품격’(2018)에서는 정의로움으로 황실을 무너뜨리는 뮤지컬 배우 출신 황후를 연기했다. 계략인 줄도 모르고 동경하던 황제의 결혼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는 철 없는 모습부터 비리가 가득한 황실을 무너뜨리기 위해 표독스러워지는 모습까지 드라마을 스펙터클하게 이끌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장나라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는 남아있었다.

‘VIP’에서 장나라는 그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기존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바람 피운 남편의 불륜녀를 찾아내고 둘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세우는 나정선 역으로 장나라는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남편이 불륜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동공마저 떨리는 연기를 선보였고, 냉철하고 이성적이라는 캐릭터 설정에 맞게 감정의 표출과 절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아냈다. 잔뜩 독기가 올라 불륜녀의 뺨을 내리칠 때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지난 방송에서 이혼을 선언한 정선이 남편과 불륜녀에게 복수를 이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9억의 여자’의 조여정./사진제공=KBS2
‘99억의 여자’의 조여정./사진제공=KBS2
영화 ‘기생충’ 이후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조여정은 수목극 ‘99억의 여자’에서 전과 다른 연기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으고 있다.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고 관능적 이미지가 강했던 조여정은 ‘99억의 여자’에서 공허하고 무기력한 캐릭터인 정서연을 심오한 눈빛 연기로 표현해내고 있다. 조여정이 연기하는 정서연은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삶이 피폐해진 인물이다. 우연히 99억을 손에 넣게 된 후에는 점점 욕망에 눈을 뜨면서 변모해가는 정서연을 조여정은 설득력 있게 그려가고 있다. 친구 남편과 바람을 피고 친구 앞에서 시치미를 떼는 모습도 가증스럽기보단 안쓰럽다. 그의 눈빛에 어떤 희망이나 기쁨도 담겨 있지 않아서다.

무색의 삶에 떨어진,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를 99억. 서연이 이 돈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이 위태로운 삶은 끝은 행복일지 파멸일지 조여정은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훌륭한 캐릭터 분석력, 세밀한 대사 처리 능력, 시청자를 사로잡는 흡입력까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연기를 펼치는 동갑내기 장나라와 조여정의 연기 변신에 시청자들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이들이 펼처보일 또다른 모습에 관심이 쏠린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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