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다른 학원물과의 차별화를 하나 꼽자면, 10대부터 20~30대까지 시청층을 넓히고 싶었어요. 기존 작품보다 느린 호흡, 잘 쓰지 않느 음악 구성과 편집점에 차별화를 뒀습니다. ‘호흡이 느린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결국 10~30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될 거예요.”

지난 21일 처음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극본 윤경아, 연출 심나연)은 연출을 맡은 심나연 PD의 말처럼 급하지 않고 천천히 흘러갔다. 보통의 드라마가 첫 회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빠른 전개와 인물들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열여덟의 순간’은 등장인물의 눈빛과 미묘한 표정 변화에 더욱 신경 썼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거리도 서서히 좁히면서 감정을 중심으로 비췄다.

심 PD의 말처럼 유영하듯 느리게 흐른 ‘열여덟의 순간’의 첫 회는 여느 학원물과는 확실히 달랐다. 생소함에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생각할 여유의 공간을 비워두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었다. 특히 주요 등장인물의 앞날의 변화와 성장을 주목하게 했다.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 소년 준우, 수빈과 휘영을 만나다

‘열여덟의 순간’은 18살이 된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어머니와 살고 있는 최준우(옹성우 분)를 중심으로 그와 인연을 맺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식이다.

첫 회에서는 반에서 학습부장을 맡을 정도로 똑 부러지는 성격의 유수빈(김향기 분)과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콤플렉스를 잔뜩 안고 살아가는 반장 마휘영(신승호 분)을 비롯해 사회 초년생인 부담임 오한결(강기영 분) 등이 준우와 엮였다. 천봉고등학교에 전학 온 준우는 교복도 없이 학교를 찾았다. 휘영이 마련해준 교복을 입고 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다른 사람의 교복을 입은 탓에 이름표도 자신의 것으로 바꾸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

학교가는 길에 우연히 본 준우에게 호감을 느낀 수빈은 수행평가도 자신의 조로 들어오게 하며 마음을 썼다. 그런 수빈의 행동이 휘영은 못마땅했다. 유치원부터 같은 곳에 다니며 자란 두 사람. 수빈은 휘영을 그저 죽마고우 정도로 생각하지만, 휘영은 수빈을 짝사랑하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전학생’으로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준우의 학교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막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절도 등으로 강제전학을 당한 준우는 전학온 지 하루 만에 도둑 누명을 썼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준우는 휘영이 있는 학원으로 배달을 갔다.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학원 강사의 요청에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나오는 순간, 휘영이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렸다”며 봉투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준우는 그가 꺼낸 것이 시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후 학원 강사는 준우가 자신의 시계를 훔쳤다며 학교를 찾았고, 준우는 누명을 썼다. 이 과정에서 휘영은 준우를 두둔했다. 나서서 학원 강사를 말리며 준우를 보호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후 한결에게는 “준우가 시계를 훔친 게 맞는 것 같다”며 태도를 싹 바꿨다. 이를 문 너머에서 준우가 들었고, 이후 두 사람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준우는 휘영에게 “네가 훔친 거 다 안다. 왜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휘영은 확 달라진 눈빛으로 준우를 향해 “쓰레기”라며 도발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차갑게 바라봤다. ‘열여덟의 순간’의 첫 회는 냉기가 흐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끝이 났다.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JTBC ‘열여덟의 순간’ 방송화면.
◆ 옹성우의 변화가 기대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저마다 다른 결핍을 안고 있는 인물들을 차례로 비추며 ‘열여덟의 순간’은 막을 열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불려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는 준우 앞에 선 수빈은 “언제까지 그렇게 존재감 없이 살 것이냐”며 ‘최준우’라는 이름표를 달아줬다. 다른 사람이나 ‘전학생’으로 불린 준우가 이름을 찾고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수 있을지, 도둑 누명에서 벗어나 다시 전학가게 될 위기에서 빠져나올지 주목된다.

Mnet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옹성우는 생애 첫 드라마인 ‘열여덟의 순간’에서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공허하고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눈빛부터 수빈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껴 피식 웃는 귀여운 모습, 휘영을 살벌하게 바라보며 따지고 드는 면까지 첫 회에서만 여러 가지 얼굴을 드러내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극중 준우가 변화하면서 배우로 2막을 연 옹성우의 발전도 기대된다.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향기 역시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했다.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여주인공은 단연 김향기밖에 없었다”는 심나연 PD의 선택은 탁월했다. 여기에 웹드라마 ‘에이틴’과는 다른 느낌을 낸 신승호 역시 온화한 미소와 살기가 느껴지는 싸늘한 눈빛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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