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보인다’, ‘미녀들의 수다’, ‘섬마을쌤’, ‘비정상회담’ (위부터)
‘한국이 보인다’, ‘미녀들의 수다’, ‘섬마을쌤’, ‘비정상회담’ (위부터)
‘한국이 보인다’, ‘미녀들의 수다’, ‘섬마을쌤’, ‘비정상회담’ (위부터)

또 하나의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이 안방을 찾아왔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국경 없는 청년회-비정상회담’이 지난 7일 첫 선을 보였다. 비정상회담’은 성시경, 전현무, 유세윤의 진행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다국적 젊은이 11명과 하나의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MBC 예능 ‘무릎팍도사’를 연출했던 임정아PD가 연출을 맡았다.

‘한국 청년의 독립’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첫 방송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기준 1.553%(점유율 6.741%)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방송에선 샘 오취리(가나), 줄리안(벨기에), 테라다 타쿠야(일본), 귀욤 패트리(캐나다), 제임스 후퍼(영국), 다니엘 스눅스(호주), 장위안(중국), 타일러 라쉬(미국), 알베르토 몬지(이탈리아), 로빈(프랑스), 에네스 카야(터키)가 등장해 화려한 입담을 선보였다.

예상외 조합이 자아낸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사무총장 유세윤은 여타 프로그램에서와 달리 짐짓 점잖은 태도로 프로그램을 이끌었고, ‘까칠남’ 성시경과 ‘의욕 과다’ 전현무는 티격태격하며 새로운 듀오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세계 각국 출신의 외국인 11명은 G11이라는 명칭하에 기대 이상의 한국어 능력과 재기넘치는 화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대부분 출연자가 MC들의 한국어 진행에도 농을 주고받을 정도로 한국어 구사 수준이 높았으며, 일부 출연진은 첫 회부터 캐릭터 형성에 성공해 새로운 외국인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최근 TV 속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찾아 보기가 어렵지 않다.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을 다룬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초반 화제몰이를 한 데는 샘 해밍턴의 활약이 작지 않았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은 ‘다나까’ 말투부터 낯선 군대식 용어에 적응하지 못해 실수를 연발했다. 혹독한 훈련에 힘겨워 하다가도 식사가 나오면 감탄을 연발하는 등 꾸밈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열혈 한국사랑으로 유명한 프랑스 청년 파비앙을 캐스팅, 외국인의 나홀로 한국 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한국 생활을 즐기는 그만의 방식이나, 기존 출연진과의 색다른 조화가 프로그램에 신선함을 더했다.

외국인이 오롯이 이끄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지난해 케이블 채널 tvN에서는 ‘섬마을 쌤’이란 제목으로 샘 해밍턴, 버스커버스커의 브래드, 아비가일, 샘 오취리 등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의 섬마을 적응기를 그려낸 프로그램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외국인이 출연한 예능은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1999년 KBS2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에서 국토 순례에 나섰던 중국 청년 보쳉과 이탈리아 청년 브루노 콤비는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외국 여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크를 나누는 ‘미녀들의 수다’는 수많은 외국인 미녀 스타들을 발굴해 냈다.

외국인 예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과거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이후엔 우리에겐 익숙한 한국 문화를 그들의 시선에서 색다르게 되짚어 보는 것에서 의미를 찾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때론 웃음을 얻고 때론 새로운 배움을 얻기도 했다.

최근 외국인들은 예능을 통해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군대의 추억을 나누고, 섬마을에서 ‘한국의 정’을 깨달았다. 단순히 한국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에 대해 소견을 밝히기도 한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했던 한국 문화가 외국인과 만나면서 색다른 예능 소재로 재해석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비정상회담’은 ‘미녀들의 수다’와 사뭇 달랐다. 이들의 이야기가 토크쇼 보다는 토론의 형식을 따랐다는 점이 흥미롭다. 성시경, 전현무 등 MC들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미녀들의 수다’가 외국인 출연진의 에피소드 토크가 주를 이뤘다면 ‘비정상회담’은 좀 더 묵직한 주제에 대해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정상회담’은 외국인이 본 한국 문화에 포인트를 두지 않고 세계 공통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첫 회에서 장동민이 상정한 ‘서른이 넘어 부모에게서 독립 못 하는 게 정상인가, 비정상인가?’라는 주제는 얼핏 한국 청년의 문제인 듯 하지만 11인의 대화 속에서 다양한 국가의 통념과 사고를 엿볼 수 있었다.

더욱이 일찍이 부모 곁을 떠나 먼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매우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보수적인 견해를 고수한 에네스 카야와 자유분방한 사고를 자랑한 줄리안 퀸타르트, 다니엘 스눅스 등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흥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그속에서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외국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편견이 깨지기도 했다.

‘비정상회담’은 일단 기존 외국인 토크쇼와 차별화를 보여주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산만함을 피할 수 없었으며, 이에 따른 MC들의 중재 역할이 좀 더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회담’이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고 프로그램만의 강점을 살려 외국인 예능의 새로운 대명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MBC ‘세바퀴’, tvN ‘섬마을 쌤’, KBS2 ‘미녀들의 수다’, JTBC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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