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조우종 아나운서(왼쪽)와 이영표 해설위원
KBS 조우종 아나운서(왼쪽)와 이영표 해설위원
KBS 조우종 아나운서(왼쪽)와 이영표 해설위원

KBS가 기어이 역전에 성공하는 형국이다. 1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방송된 KBS2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 vs 러시아’는 22.7%(전·후반 평균)을 기록하며 지상파 3사 중 1위에 올랐다. 그간 주요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던 MBC는 18.2%, SBS는 11.6%를 기록했다.

이 같은 중계방송 대역전극의 중심에는 KBS 이영표 해설위원이 있다. 앞서 월드컵 예선 주요 경기의 스코어를 기가 막히게 예측해온 이 해설위원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 7일째를 맞은 시점에 지상파 3사 중계방송의 핵(核)으로 떠올랐다. ‘인간문어’, ‘갓영표’, ‘이작두’ 등 온라인상의 반응도 뜨겁다. 개막 전 KBS 파업으로 가장 뒤처져있던 KBS 월드컵 중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켰다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KBS 중계의 인기는 단순히 이 해설위원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경기 결과 예측이야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빗나갈 수 있는 것. 중요한 건 KBS가 월드컵 중계를 다루는 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상파 3사 중계진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이번 월드컵은 개막 전부터 ‘예능 대격전’이라 불릴 만큼 유독 치열한 경쟁 관계를 형성해 눈길을 끌었다. KBS 메인 중계진으로 나선 이 해설위원과 KBS 조우종 아나운서는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에 출연해 대중에게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MBC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MBC는 아예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혹은 출연했던)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계의 예능화’를 선언했다. 또 SBS도 ‘차 부자(차범근, 차두리)’를 필두로 캐스터로 나선 SBS 배성재 아나운서를 ‘정글의 법칙’에 출연시킨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개막전을 비롯해 주요 경기만 놓고 봤을 때는 MBC와 SBS의 전략이 그대로 들어맞는가 싶었다. 이번 월드컵의 경기가 주로 새벽 시간대와 이른 아침에 포진한 터라 시청자들의 경기 시청 방식이 다변화됐다는 것도 한몫했다. 본방송보다 인터넷 중계나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에 화제성 있는 중계진의 톡톡 튀는 멘트는 경기 결과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스타 중계진의 화제성은 그간 축구 중계에 관심이 없던 새 시청자를 유입하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온라인상의 반응을 보면 이들의 중계에는 ‘신선하다’, ‘재밌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산만하다는 상반된 시선이 교차했다.

KBS2 ‘따봉 월드컵’ 방송 화면 캡처
KBS2 ‘따봉 월드컵’ 방송 화면 캡처
KBS2 ‘따봉 월드컵’ 방송 화면 캡처

이 해설위원을 필두로 한 KBS 중계가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타 채널이 다소 예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 KBS는 되레 전문성을 강조한 객관적 해설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는 이 해설위원의 정확한 분석력도 한몫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날카로운 지적을 가하는 이 해설위원의 중계 방식은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성을 찾아갔고, 곧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KBS가 정통 중계로 수를 띄우자 ‘그간 축적된 정보량과 중계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KBS는 그간 자사 케이블채널 KBS N스포츠를 통해 K리그는 물론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UEFA 챔피언스리그 등 해외 주요 경기를 빠짐없이 중계해왔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는 KBS2 ‘따봉 월드컵’ 등 프로그램으로 매 경기에 대한 집중 분석도 빼놓지 않는다. 타 채널과 구별되는 일관된 ‘축구 사랑’이 KBS 중계 대역전극의 발판이 됐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지상파 3사의 월드컵 중계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결과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매 경기 종료 이후 각 방송사는 저마다 구미에 맞는 ‘시청률 1위’ 자료까지 만들어 선두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진정성은 빛나는 법이다. 마치 ‘월드컵 특수’를 누리듯 중계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채널부터 꾸준히 달려온 채널까지, 시청자의 리모콘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따봉 월드컵’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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