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산업+종사자 다룬 '성+인물' 논란과 화제
정효민 PD "종사자들, 어떤 소명 갖고 일하는지에 초점"
김인식 PD, '문화의 상대성' 강조
성별 갈라치기?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의견"
대만편 준비 중 "논란이 편집에 영향 無, 성소수자 다룰 것"
'성+인물'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성+인물'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궁금하지만 궁금해하기엔 겸연쩍었던 '성(性)' 문화를 공공연히 탐구한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이 화제와 논란 사이에 섰다. 성과 성인 산업 종사자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성+인물' 일본편을 두고 대중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성+인물'을 연출한 정효민 PD와 김인식 PD는 각종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정 PD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내가 맞고 네가 틀려'의 방식이 아닌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일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또한 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교양과 다큐멘터리로도 뻗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성+인물'을 연출한 정효민 PD, 김인식 PD와 만났다. '성+인물'은 MC 신동엽, 성시경이 성(性)과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토크 버라이어티쇼. 지난 4월 25일 일본편 6회분이 공개됐다.

MC들은 일본 성인용품점을 찾기도 하고 AV배우들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한다. 자위 기구 전문 회사도 방문하고 호스트 클럽도 찾는다. 민감한 주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는 대목은 AV가 소재로 다뤄졌다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국내에서 유통이 불법인 일본 AV도 소재로 한 '성+인물' 콘텐츠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 문제가 음지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양지에서 다룰 경우 오히려 순기능이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성+인물'을 연출한 정효민 PD. / 사진제공=넷플릭스 제공
'성+인물'을 연출한 정효민 PD. / 사진제공=넷플릭스 제공
정 PD는 "AV가 합법이냐 불법이냐 얘기가 있다.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건 불법의 영역이다. AV를 개인이 보는 게 불법이냐고 했을 때 불법인 건 아닌 것 같다. 일본에서는 AV를 제작하는 게 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AV를 제작하는 게 합법인 나라들이 적지 않게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성+인물'을 제작하기로 했다면 일본을 피해 가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AV는 성인 산업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이 산업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소신과 소명을 갖고 일하는지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데 포인트를 맞췄다"고 강조했다.

정 PD는 '법의 기준'은 국가마다 상대적일 수 있다며 '음주'를 예로 들었다. 그는 "폭력, 살인처럼 만국 공통으로 처벌받는 법이 있다. 또 사회적 약속에 의해 정해지는 법이 있다. 성인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음주 같은 것이 그렇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정도가 어딘가를 잡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맞고 저 나라는 틀리다' 혹은 '우리나라가 틀리고 저 나라는 맞다'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갖는 좌표가 어디인가를 보고 싶었다"며 "각자 판단력을 가진 성인이 세계의 다양한 경우를 들어보고 호불호를 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논쟁적인 건 있겠지만 충분히 의미 있게 던져볼 만하겠다고 생각한 화두"라고 전했다.

김 PD 역시 '문화의 상대성'을 강조했다. 김 PD는 "이 문화 안에서 나는 주류이고 이 생각이 맞는다고 살아왔는데, 조금만 떨어져도 이런 문화가 있구나 싶을 수 있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문화를 살펴보는 건 '비주류의 입장'에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격이다. 그런 문화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인물'을 연출한 김인식 PD. / 사진제공=넷플릭스
'성+인물'을 연출한 김인식 PD. / 사진제공=넷플릭스
일본 내에서도 AV 산업이 배우들을 성 착취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상황에 '굳이 한국에서 일본의 음지 문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 PD는 "착취 문제도 당연히 고려했다. 성인 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서 AV는 일본에서 주류다. 방송에도 담았듯 1조 원에 가까운 시장이다. 일본을 '편의점의 나라'라고 부르는데, 편의점 산업 규모와 맞먹는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의 명암이 있고 특히나 성인 관련 산업은 명암이 더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일부 암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이 분야를 전혀 다룰 수 없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AV배우가) AV는 연출된 것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산업에서 보여주지 않는 부분이다.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처음 시도한 것에서 이런 논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뜻하지 않게 '성별 갈라치기'를 하게 된 것 같다는 말에 정 PD는 "초반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 안에서도 여론의 방향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내부 시사 등 과정을 거치며 남녀 문제라기보다 성에 대해 어느 정도 관용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나는 완고한가, 조금 더 열려있는가. 남녀문제라기보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 공론화되고 얘기해보면 재밌는 부분이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성+인물: 일본편'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일부 네티즌들은 SBS 예능 'TV 동물농장',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을 진행하는 신동엽에게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온 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인 'TV 동물농장'과 10대 시청자가 주를 이루는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하는 신동엽이 19금 콘텐츠인 '성+인물' 출연이 부적절했다는 이유다.

정 PD는 "프로그램과 관련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성에 대한 담론이 나오는 건 저도 긍정적이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C들에 대해 찬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신동엽 씨한테는 죄송한 일이 돼버리더라"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프로그램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는 거다. 라이브도 아니고 편집을 거쳐 나가는데 '동물농장' 하차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MC에게 죄송한 일이다"고 털어놨다.

김 PD는 "성시경 씨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걸 알았다. 신동엽 씨는 MC로서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간다. 이번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야기를 잘 끌어내주는 좋은 질문자였다. 언어적으로는 성시경 씨가 통역을 원활히 해줘서 대화가 더 잘 되기도 했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분위기를 유쾌하게 했다"고 말했다.

'성+인물' 제작진은 일본편 다음으로 대만편을 준비하고 있다. '성+인물' 팀은 지난주 대만 촬영을 다녀왔다. 정 PD는 "한국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토론이 갑론을박인 상황인데,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된 곳이다. 대만에 사는 평범한 동성 부부들을 만났다. 게이 부부, 레즈비언 부부, 그중에서는 육아할 생각이 있는 임신 중인 레즈비언 부부도 만났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에서 성 박람회에 가봤다. AV배우들도 와서 아이돌처럼 인사하더라. 3대가 오기도 한다. 부모, 자식이 관객으로 와서 참여하고 연인들이 와서 참여하는 모습도 봤다. 성에 대해서는 각자 나라마다 보는 기준이 다양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지금의 논란이 대만편 편집 방향에 영향이 있겠냐는 물음에 정 PD는 "그렇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면에서 논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LGBT(성소수자)를 소재로 다루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우리가 인간의 삶의 방식이라든지 일에 대한 삶의 철학에 대해 꺼내놓는 건 잘못된 일은 아니다. 다르다고 얘기할 순 있다. 대만편 톤이 달라질 수 있다기보다는 계속 이런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