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세계 다크투어' 영상 캡처
사진=JTBC '세계 다크투어' 영상 캡처
세계의 사건, 사고 현장을 누볐던 ‘세계 다크투어’가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여행을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

지난 8일 방송된 JTBC ‘세계 다크투어’에서는 FBI 역사상 가장 기이한 은행 강도 사건이었던 ‘피자 바머’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며 시청자들의 추리 욕구를 한껏 자극했다. 특히 영화 ‘쏘우’의 모티브가 될 만큼 반전을 자랑하는 이번 사건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전개로 ‘세계 다크투어’의 마지막 페이지를 드라마틱하게 장식했다.

표창원 다크가이드는 “다들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할 것”이라는 말로 다크 투어리스트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며 FBI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복잡한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했던 미국 필라델피아로 안내했다. 목에 시한폭탄을 차고도 사탕을 먹으며 태연하게 움직이던 은행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안절부절하다 폭탄이 터지면서 사망해 모두를 경악게 했다.

경찰들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피자 배달원의 행동을 다시금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은행 강도의 차 안에서 발견된 9장의 범행 지시문에는 ‘제한시간 55분 안에 열쇠를 찾아 폭탄을 해체하라’는 미션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열쇠를 찾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뿐만 아니라 미션 장소 그 어디에서도 폭탄을 해체할 열쇠를 발견할 수 없었기에 프로파일러들은 범인의 목적이 돈이 아닌 그저 인질을 죽이는 데 있었던 것으로 짐작했다.

어떠한 증거도 없는 탓에 수사가 난항을 겪던 중 “냉동고에 시신이 있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신고자 빌은 냉동고의 시신이 옛 연인 마저리가 죽인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집을 수색하던 중 ‘이 사건은 은행 강도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 적힌 유언장을 발견, 빌을 향한 의혹은 증폭됐다.

그러나 빌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진실은 다시금 안개 속에 빠진 가운데 세상을 발칵 뒤집을 반전이 밝혀졌다. 감옥 안에 갇힌 마저리가 은행 강도 사망 사건을 신고하려 했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 것. 여기에 무고한 인질로 여겨졌던 은행 강도가 마저리와 공범이었고 연달아 사망한 은행 강도의 직장 동료도 이들과 한패였다고. 사건은 종결됐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기에 다크 투어리스트들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심장을 옥죄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함께 오랜 여정의 막을 내린 ‘세계 다크투어’는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유럽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기의 사건, 사고가 발생했던 장소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왔다. 광복 77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된 일제강점기 다크투어를 비롯해 끔찍한 학살이 벌어졌던 난징 대학살 등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을 방문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세계 다크투어’는 아동 방임 사건,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마약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력 범죄를 조명, 이를 예방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한 강력 범죄나 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화산, 지진 등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한국이 더 이상 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수차례 강조했다.

‘세계 다크투어’를 이끈 다크 투어리스트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 모였던 다크가이드의 호흡이 단연 돋보였다. 다크가이드는 세계 각지의 사건, 사고를 몰입감 있게 전하는 동시에 과거의 일을 통해 미래를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며 스토리텔러로 활약, 보는 이들이 사건 당시에 푹 빠져들 수 있도록 몰입도를 높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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