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스릴러를 입은 흥미로운 성장물
, 스릴러를 입은 흥미로운 성장물" /> 1회 KBS2 일 밤 11시 15분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흥미로운 성장물의 등장이다. “전국 상위 0.1 퍼센트의 우수학생들이 모인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물 의 첫 인상은 그러하다. 고립된 공간,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 낯선 방문객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의문의 편지 등 ‘악마는 스스로 문을 열지 못한다’라는 부제를 가진 1화의 설정은 전형적인 미스터리물 관습을 따른다. 하지만 편지의 발신인을 추적하는 1차적 플롯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물들 내면의 그림자다. 동떨어져 보이던 관계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아이들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드라마는 이 스릴러의 외피 속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의 맨얼굴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범의 아이콘” 무열(백성현)과 최고의 수재 치훈(성준)은 마치 “살리에르와 모차르트” 같은 관계이고, 수신고의 얼짱이자 차가운 소녀 은성(이솜)은 무열과 상처받은 첫사랑의 관계로 얽혀있으며, 기부금을 내고 입학한 공식 왕따 윤수(이수혁)는 우울증을 앓으며 은성의 스토커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풍긴다. 아직 사연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학생들도 편지 때문에 불안해할만한 비밀과 결핍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억압된 신경증이다. 그리고 그 근원은 무열의 내레이션에서처럼 “공부 이외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 채 경주마처럼 달리기를 강요”하는 입시 교육의 강제적 시스템이다. 는 그렇게 경쟁 사회의 압축판인 학교에서 성장 이면의 공포를 스릴러의 구조 안에 담는다. 하나같이 비현실적인 배우들의 외모는 완벽한 신체 안에 갇힌 미숙의 불안과의 극적인 괴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그들 앞에 열리고 닫히는 학교 안의 수많은 문들은 입사식 드라마의 상징적 도구로서 인상적인 기능을 한다. 미장센의 과시와 클리셰가 종종 눈에 띠긴 하지만, 이쯤 되면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초대의 문은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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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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