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목장>, 만화 같으면 무성의해도 괜찮아?
, 만화 같으면 무성의해도 괜찮아?" /> 1회 월-화 SBS 밤 8시 50분
는 1회부터 “이 드라마는 만화처럼 봐주세요”라고 외친다. 경매에 참여한 주인공들의 머리 위로 알록달록한 숫자가 춤추고 경매가를 표시하고, 쨍그랑 소리와 함께 화면이 유리창처럼 깨지는 구성은 그 목표점이 명확하다. 화면 위를 둥둥 떠다니는 핑크색 하트가 목욕을 하고 나온 한동주(심창민)의 아랫도리를 가리는 대목에 가면 이 드라마를 진지한 자세로 보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말똥 위로 넘어져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는 다지(이연희)의 오버액팅 또한 다분히 의도된 것처럼 보인다. “진지하게 들여다 볼 필요 없이 밝고 경쾌한 드라마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감독의 변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럴 법하다. 그러나 만화 같은 드라마가 허술한 구성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이 데뷔작인 심창민과, 연기로 호평을 들은 적이 없던 이연희의 조합은 예상했던 것처럼 불안하다. 그러나 이들의 연기만 지적할 수 없는 이유는 극 자체가 인물을 제대로 보여줄 시간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건 위주로 진행되는 전개는 가뜩이나 연기가 약한 배우들에게 시청자들을 설득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호주에서 6년 만에 만난 동주와 다지의 태도가 왜 이리도 다른지 짐작은 할 수 있어도, 인물에게 공감하고 극을 따라가는 건 어렵다. 다지와 윤호(주상욱)가 처음 만나는 대목에서 혼잣말을 방백처럼 내뱉는 이연희의 연기를 지적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나는 장면에서도 제 고민을 만천하에 광고하듯 중얼거리는 다지를 보면 극을 쉽게 전개하려는 각본의 무성의함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기의 빈 칸을 채워줘야 할 스토리가, 그 빈 칸을 더욱 거대해 보이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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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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