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경기도 양평의 영어마을에서 KBS <꽃보다 남자>의 촬영장을 찾는 일은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숲길에 놓아둔 빵조각을 따라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그리고 상기된 얼굴로 “어떡해”를 연발하는 소녀들과 까치발을 든 주부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서 구준표(이민호)를 찾는 것은 더더욱 쉽다. 주변을 둘러싼 스타일리스트와 스태프들 위로 불쑥 솟은 잘생긴 얼굴 하나. 새삼 그의 큰 키를 실감하게 된다. “게가 싫으면 삿포로 가서 우동이나 라면을 먹던가”라고 고집부리는 모습이 얼핏 그럴듯하게 보일 정도로 장성한 청년의 모습이지만, 사실 카메라가 꺼진 순간 구준표는 영락없는 철부지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종종종 뛰어가는 금잔디(구혜선)의 모습을 따라하며 입술을 빼죽 내밀고 “구준표오오오”하고 놀려대거나 멀쩡한 계단을 놔두고 굳이 엉덩이로 난간을 타고 내려가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눈에 하트가 그려지기 보다는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다.

감독님이 “F3!”하고 부르는 소리에 미남 셋이 나란히 등장하자 촬영장의 숨죽인 환호는 더욱 뜨거워진다. 과묵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이 캐릭터 그대로인 송우빈(김준)과 막간을 틈타 대기실로 사용 중인 교실에 있는 피아노로 ‘눈의 꽃’을 능숙하게 연주하는 소이정(김범), 그리고 틈틈이 춤 연습을 하는 엉뚱함이 눈에 띄는 윤지후(김현중)를 보면서 태연하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절대로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 지는 해가 야속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 틈틈이 포스터와 O.S.T에 사인을 하는 팬서비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웃는 얼굴로 인터뷰까지 소화해야 하는 F4에게 이 순간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NG. 다행이다. 피곤해도, 힘들어도, 심지어 다쳐도 현장을 지킬 수 있을 만큼 F4가 젊어서.

오늘 현장의 한마디 : “토마토 던진 애! 그 옆이 저였어요.”

F4와 금잔디, 그리고 진선미말고도 신화고에는 이름 없는 많은 학생들이 있다. 게다가 드라마의 설정에 따르면 이들은 대한민국 상위1%의 자제들이다. 그러나 촬영을 기다리는 길고 지루한 시간을 달래는 동안 신화고 학생들이 심취한 것은 놀랍게도 공기놀이! “기다리는 게 일이예요. 늘 잠만 잤는데 오늘 처음으로 공기놀이를 시작했거든요.”하고 말하는 남학생은 사실은 올해 스물 하나. 동글동글한 얼굴이 낯이 익다고 했더니 이내 눈을 반짝이며 “기억 하세요? 토마토 던진 애! 그 옆이 저였어요.”하고 자신이 화면에 비춰졌던 순간을 되새긴다. 언젠가 F4 못지않게 주목받는 연기자가 되라는 격려에 고무된 그는 일어나 방금 구준표와 같이 촬영하고 온 친구들과 함께 장면을 재연해 보인다. “(손을 앞으로 밀어내며)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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