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하겠습니다! 청춘예찬 마이크 차십쇼!” 23기 류정남이 선창을 하자 무대 앞에 모여 앉은 공채 23기 신인개그맨들이 입을 모아 그의 말을 따라 외친다. 선배와 동료들이 녹화 전 마지막으로 일주일간의 준비를 점검하는 시간. 리허설의 모든 순간이 곧 수업인 신인들은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일찌감치 ‘소비자 고발’의 리허설을 끝낸 안영미 역시 무대에 집중하기는 마찬가지. 매일 보는 선후배의 익숙한 개그일 텐데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코너마다 “으하하하하” 공개홀이 떠나갈 듯이 우렁찬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실 <개그 콘서트>의 재미있는 일들은 무대 밖에서 더 많이 벌어진다. 어딜 가건 무거운 첼로를 낑낑대며 들고 다니는 ‘악성 바이러스’의 신고은이나, 코트를 입고 있어야 할 만큼 쌀쌀한 녹화장에서 줄곧 러닝 탑 하나만 입은 채로 동작을 연습하는 ‘나쁜 남자’ 이승윤은 그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청춘 예찬’이 시작되자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악성 바이러스’가 시작되자 바이올린 연주를 흉내 내며 리허설을 온 몸으로 즐기는 유민상과 한민관은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실루엣조차 재미있는 볼거리다. 개성과 재치로 상위 1%인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잠시도 조용할 순간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들 중에서도 가장 4차원으로 소문난 박성호가 ‘도움 상회’를 위해 무대에 오르자 녹화장의 웃음은 절정에 달한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코피를 “콸콸콸” 뿜는 개그도 수려하지만, 헝클어진 머리에 핑크색 파자마를 입은 그의 차림은 가히 상상초월의 경지다. 그렇게 웃겨 놓고서 무대를 내려가는 박성호는 “휴, 재미없다”며 오늘의 개그를 자평하고, 후배들은 다시 웃음이 터진다. 개그 침체의 시절에 <개그 콘서트>의 시청률이 20%를 넘길 수 있었던 건, 녹화장에 이토록 웃음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결국, 즐기는 사람을 당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오늘 현장의 한마디 : “CF 노리고 그러는 거지?”

‘왕비호’가 무대에 올랐는데, 정작 눈에 보이는 것은 훤칠하고 예의바른 낯선 청년이다. “20기 윤형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몇 번이나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서 윤형빈이 대사를 시작하자 객석에 앉은 정경미는 누구보다 큰소리로 환호를 보낸다. 그 모양을 보고 있던 이수근은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는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너, CF 노리고 그러는 거지? 국민 요정 정경미 홈에버! 그렇게 들려.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이들이 진짜 CF 계약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건 크리스마스이브에 데이트도 못하고 열심히 일하는 연인을 위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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