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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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기억’ 22016319일 토요일 오후 830

다섯줄 요약
박태석(이성민)은 알츠하이머 진단에 당황하고, 초기에 발견한 것이 천운이라며 치료를 진행하자는 주재민(최덕문)에게 소리치며 화를 낸다. 태석은 스스로 알츠하이머 증세를 점점 느끼며 괴로워한다. 자살한 김선호(강신일) 박사의 유서에 태석의 명함이 함께 발견되고 경찰, 기자가 태석을 찾아온다. 그날 밤, 한국병원 간호사가 태석을 찾아와 김박사의 유서를 자신이 바꿔놓았음을 밝히며 다른 소송을 맡아 달라 협박한다.

리뷰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 또 그보다 더한 말이 뭐가 있을까. 태석의 하루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알츠하이머 초기 발견은 천운이 아닌 천벌 같아 화가 났고, 김선호 박사의 자살 소식은 그를 괴롭힌다. 백지 유서에 태석의 명함이 발견되어 경찰은 태석을 조사하러 찾아오고, 사건의 깨끗한 해결을 얘기하던 신영진(이기우)과의 만남은 김박사와 얽힌 사건의 해결이 태석에게 후회로 남았음을 알게 한다. 아직 사연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있는 아버지의 등장, 그리고 일부러 유서를 바꿔놓고 소송 사건을 맡아 달라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하는 간호사의 정체까지. 병에 걸린 것이 벌은 아니지만 “뭘 그렇게 잘못 살았을까”라는 혼잣말은 그가 이 병을, 지독하게 꼬여버린 이 하루를 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의 인생을 짐작하게 해준다.

알츠하이머, 잃어갈 기억, 병은 주변사람들에게 차츰 밝혀질 것이며, 김선호 박사에서 시작한 사건은 간호사가 가져온 새로운 소송으로 태석을 옮겨놓을 것이다. 갈 길이 분명한 전개 안에서 알츠하이머로 인해 점차 변해가는 태석의 모습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들은 빤하지 않게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다. 친구의 말대로 헌법을 크게 외워보기도 하다가도, 결국 하늘에 소리치며 울분을 토해내는 태석은 어찌할 수 없는 절망적인 심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다시 헌법을 크게 외우며 성큼성큼 걷던 태석의 걸음이 멈춘다. 그것이 가게 안에 있는 어머니를 발견하고 멈춰선 것을 알게 됐을 때, 그의 괴로웠던 하루를 함께 하며 드라마에 몰입하던 시청자들은 태석만큼이나 한 순간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것. 태석의 헛웃음 위로 맺힌 눈물, 그리고 마음을 더 내려앉게 하는 배경음악까지. 앞으로 험난할 그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태석은 “엄마한테 효도하고 싶어서” 변호사가 됐다고 말한다. 어머니 앞, 바로 그의 시작으로 다시 태석을 데려다 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알츠하이머는 괴로웠던 하루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그를 추락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석이 정말 원했던 자리에 제대로 서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그 안에서 보여주는 태석의 변화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또 무너뜨릴지, 두렵지만 기대하게 한다.

수다포인트
-나이가 들어도 엄마 목소리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네요.
-이찬무(전노민) 아들이 왠지 죽은 아들 사고 범인인거 같죠?
-벌써부터 제대로 울리려고 작정한 이성민 배우의 연기(엄지 척)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tvN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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