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선비
밤을 걷는 선비
MBC ‘밤을 걷는 선비’ 2회 2015년 7월 9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120년 후, 책쾌 조양선(이유비)은 김성열(이준기)을 기방에서 처음 보게 된다. 정현세자(이현우)가 남긴 비망록을 구하기 위해 성열은 양선의 도움이 절실하고, 남장한 양선은 성열의 아름다운 얼굴에 한눈에 반한다. 사가에서 요양 중인 세손(심창민)을 폐하라는 상소에 왕(이순재)은 세손을 궁으로 부른다. 귀(이수혁)는 어린소녀를 흡혈귀로 만들어 양선을 공격하게 함으로써 성열을 불러들인다.

리뷰
첫 방송에서 서책을 쓰는 정현세자가 ‘음란서생’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김성열과 음란한 책과 그림에 대한 농담을 심하게 주고받던 이유가 2화에서 드러났다. 노골적인 단어들까지 사용하며 다소 ‘튀게’ 그려진 감은 있지만, 음란한 이야기를 가장한 필생의 비책을 남기려던 정현세자의 의지와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이 책이 후대에 끼친 영향력이 고스란히 현재의 왕과 세손의 갈등, 정현세자처럼 역모로 억울하게 죽어간 세손의 아버지 사동세자의 이야기까지 하나로 엮으며 120년을 뛰어넘는 역사를 하나로 이었다.

책쾌 조양선이 김성열과 처음 만나는 대목이 극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겠는데, 너무 중요성을 강조하는 바람에 오히려 다소 부담스러운 장면이 됐다. 클로즈업과 놀라는 장면 등이 반복되면서, 기대감 보다는 두 사람의 향후 관계가 당연해지겠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양선과 성열은 어차피 한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 자연스럽게 둘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임을 에피소드들을 통해 풀어나갔으면 한다. ‘책’을 매개로 만났다고는 하지만, 책 얘기가 지나치게 많은 감이 있다.

초반에 120년 후의 후손들의 삶에 대한 설명을 하려했던 것은 이해하나, 극 도입부가 많이 늘어졌다. 대사와 양선의 설명 위주로 풀어내려다 보니 장면들은 변화가 없고 심지어 최근에 개봉한 여러 영화와 드라마들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상황들도 있었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편이 더 흥미를 높일 듯하다. 후반부에 궐에 불려 들어간 세손이 왕과 가슴 아픈 지난 세월과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 사동세자 이야기를 함으로써, 120년 전의 비망록과 후손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나니 비로소 전체 구도가 느껴졌다. 세손이 왜 ‘음란’하고 방탕해 보이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의 깊은 이유도 짐작하게 했다.

성열의 매력은 그저 말없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장면만으로도 두드러진다. 여자 한복을 입고 머리를 푼 채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양선과 기방에서 잠시 ‘정사 직전’ 같은 연기를 하며, 세손을 찾으러 온 포도대장을 속이는 장면에서는 이준기의 매력이 돋보였다. 개울가에서 양선이 이 순간을 추억할 때는 달달함과 설렘이 제대로 표현됐다. 성열은 어떻게 눈빛 하나로 그리 상황을 제압할 수 있을까.

도탄에 빠진 세상을 애처로이 훑고 다니던 성열이 드디어 한 보따리를 선물 받았는데, 첫 장에 “사람이 희망인 세상 안에서. 음란서생”이라고 정현세자가 120년 전에 쓴 비망록이었다. 모두 불태워져 단 한 권도 남지 않았다는 그 비책을 기어이 찾아낸 성열. 그간 이 책만을 고대하며 음서골에서 두문불출하던 김성열이 귀와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순간이 닥쳤음을 느끼게 했다.

수다 포인트
- 귀는 이제 등장만으로도 으스스하네요. 표정도 없이 “네 평생 이 모습 이대로 살게 해 줄까?” 하면서 우물로 여자아이를 끌고 들어갈 때 실감했어요. 역시 이수혁의 귀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제일 눈길을 끄는군요.
– 예고에서 쓰개치마를 두른 어떤 처자를 보고 넋 나간 표정으로 “명희야!”를 부르던 성열. 명희의 환생일까요? 다음회가 기대되는 장면이었어요.
– 기방이라고는 하나 여자의 가슴을 집중 조명해 보여주는 장면들은 너무 19금인 듯하오.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밤을 걷는 선비’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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