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최성윤 역할을 맡은 스테파니 리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최성윤 역할을 맡은 스테파니 리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최성윤 역할을 맡은 스테파니 리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의 소녀 탐정들, 모두 개성 만점이다. 특히, 첫 화에서 양호 선생 흉내를 내며 느릿한 말투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행동대장’ 최성윤은 대중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최근엔 가죽 재킷과 선글라스를 쓰곤 ‘호로록’ 먹방을 패러디 해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여운혁 감독의 색깔 있는 연출에 최성윤 캐릭터를 위해 온몸을 내던진 스테파니 리의 열정이 보태어져 강렬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스테파니는 원래 약사가 되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도전! 슈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은 그녀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 준다. 그동안 알던 아름다움이 아닌,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그녀. 모델이 되기 위해 무작정 뉴욕으로 향했고, ‘엘리트 모델’에서 타이라 뱅크스의 눈에 들어 모델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스테파니 리란 이름 앞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뉴트로지나’ 역시 우연히 광고를 찍게 된 경우다. ‘선암여고 탐정단’ 또한 먼저 캐스팅된 장기용을 통해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그녀는 이러한 인생의 놀라운 순간순간에 대해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어찌 보면 ‘럭(Luck, 운)’ 이었다”고 말한다.

“‘운’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만들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전 ‘럭’이란 게 하나의 에너지라고 생각하거든요. 밝고 건강하게 산다면, 그 ‘럭’이 제 에너지를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이 ‘에너지’에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스테파니 리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스테파니 리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스테파니 리

자신의 입으로 ‘운’이라 칭했지만, 그 기회가 ‘운’이란 단어 안에만 갇혀 있지 않았던 건, 그녀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었다. “(나와) 정 반대되는 성향”의 최성윤을 표현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옷 입는 것도, 말투도 모두 최성윤처럼” 생활했다. “에너제틱한 성격”인 그녀가 주변으로부터 “좀 이상해졌어”란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성윤이는 약간 ‘멍’해요. 4차원이죠.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고요. 하하. 뭔가를 아는 듯하면서도 모르는 것 같은, ‘얜 뭐지?’ 하게 되는 스타일이에요. 조금 둔하고 느리기도 하고. 그런데 전 그런 성격이 아니거든요. 정확한 걸 좋아해요.”

‘선암여고 탐정단’은 10대들의 왕따, 자살, 낙태와 같은 민감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다. 사소해 보이는 사건 뒤엔 언제나 커다란 주제 의식이 있어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무겁지만 가벼운, 색다른 콘셉트를 지닌 드라마 안에서 스테파니는 진지희, 강민아, 혜리, 이민지 등의 여배우들과 함께 절묘한 호흡을 이루며 극적인 사건 해결은 물론, 찰떡궁합의 케미를 보이고 있다.

“여배우들끼리 신경전이 있을 법도 한데, 다들 어려서 그런 걸까요. 서로서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친하지 않으면 그게 다 티가 나는 드라마잖아요. 그래서 일부로라도 더 같이 밥 먹고 그랬죠.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턴 매일 같이 생활하니깐 정말로 사랑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막 뽀뽀해 주고 싶을 정도예요. 제 첫 작품을 이 친구들과 함께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앞으로 ‘으음~’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될 신인 배우, 스테파니 리
앞으로 ‘으음~’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될 신인 배우, 스테파니 리
앞으로 ‘으음~’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될 신인 배우, 스테파니 리

모델로서 정상에 서 있었다. “광고 페이도 제일 많이 받았고, 쇼도 다 서 봤고, 상도 다 받았다”던 스테파니는 “모델로선 더 갈 길이 없다”란 생각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것이 ‘선암여고 탐정단’. 처음 연기하는 것이라 제작발표회 당시 “떨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녀는 이제 감독의 칭찬을 듣는 배우 유망주가 되어 있었다.

“감독님이 여기서 배워서 해외로 나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아니 왜 해외를 나가라고 그러세요, 했는데 ‘본드걸’을 해서 한국을 알리라고 하시는 거예요. 하하. 넌 여기에 있을 그릇이 아니라고요.”

여운혁 감독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가 내뱉는 모든 말엔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에너지’란 것이 깃들어 있었고, 그것은 두 손으론 잡을 수 없을 만큼 크고 밝았다. 앞으로 그녀에게 있어 엄청난 성장을 이룰 동력이겠구나, 짐작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힘을 주겠다며 귀여운 제스처를 취해 보인 스테파니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럭키걸’ 그 자체였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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