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 vs 블록베리 싸움에 이달의 소녀 등만 터지네 [TEN스타필드]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고래 싸움에 피를 보는 건 중간에 있는 새우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츄(본명 김지우)의 싸움에 이달의 소녀 11인 (희진·현진·하슬·여진·비비·김립·진솔·최리·이브·고원·올리비아혜)의 앞날만 위기다.

츄는 이달의 소녀에서 퇴출당했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츄의 폭언과 갑질을 이유로 들었지만, 갈등의 원인은 '정산금'이다. 츄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사이 불공정계약이 이뤄졌음이 공개됐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츄는 수익을 7대 3으로, 비용은 5대5로 처리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츄는 예능과 광고 등으로 수익을 얻었으나, 수익과 비용 정산 비율이 달라 문제가 생겼다.

츄는 일한만큼 받지 못했고,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기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이 츄의 손을 들어주면서 츄는 회사와 별건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번에는 츄가 7, 회사가 3을 갖게 됐다. 개인 활동이 많았던 츄는 이달의 소녀 활동에 불참할 권리도 생겼다. 츄의 뒤엔 그의 어머니 김 씨가 있었다. 츄는 어머니와 움직였고 지난 4월엔 자신이 대표 이사로 어머니를 사내 이사로 올린 '주식회사 츄'를 따로 설립했다.
츄 vs 블록베리 싸움에 이달의 소녀 등만 터지네 [TEN스타필드]
곪을 대로 곪은 츄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의 관계는 츄의 퇴출로 터져버렸다. 그 과정에서 츄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관계자와의 메시지 일부도 공개됐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며 다소 세게 나간 츄. 회사는 츄의 말투가 무례하다며 '폭언과 갑질'을 주장했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에 있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 싸움의 불똥은 이달의 소녀에게 튀었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지난 22일 "멤버들의 상황에 관한 여러 근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컴백 활동은 무의미하다는 결정을 했다. 내년 1월 3일 발매 예정이었던 이달의 소녀 디 오리진 앨범(The Origin Album) '0(제로)'는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언급한 '멤버들의 상황'은 여러 개다. 츄와의 갈등, 갈등에서 드러난 이달의 소녀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간의 불공정 정산 구조다.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멤버들이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불화'도 활동을 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다.
츄 vs 블록베리 싸움에 이달의 소녀 등만 터지네 [TEN스타필드]
이달의 소녀 11인은 츄와 블록베리에이티브의 싸움과는 별개다. 하지만 블록베리크리에이티의 입장만 보면 마치 츄 때문에 이달의 소녀 활동이 중지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녹음, 재킷,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컴백을 엎은 걸 보니 활동을 목줄로 쥐고 원만한 합의를 위한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물론 팬들은 이달의 소녀와 츄만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 속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이달의 소녀 11인은 츄의 소송 외에도 전속계약 분쟁 등 현 상황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으니 컴백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을 터다. 그런데 막상 이달의 소녀 컴백이 엎어지니 더 불편해졌다. 싸움의 피해는 고스란히 이달의 소녀 11인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츄 vs 블록베리 싸움에 이달의 소녀 등만 터지네 [TEN스타필드]
'플러스'인 츄와 달리 이달의 소녀는 '마이너스'다. 개인 활동으로 얻은 정산은 멤버들에게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츄가 번 돈은 오로지 츄의 것이었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도 이 점을 강조했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오랜 기간 수익이 발생하지 못했던 이달의 소녀 멤버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은 멤버(츄)를 응원하고 지원했으나 불행하게도 저희의 기대와는 달리 前멤버(츄)의 태도 변화가 시작됐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달의 소녀 모두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행한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고 츄에게 책임을 미뤘다.

츄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의 신경전에 이달의 소녀가 희생됐다. 수익을 생각하면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앨범을 내기 위한 모든 과정이 이달의 소녀의 빚이 될 테니. 그렇다고 기약 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건 11인에겐 가혹하다. 컴백을 앞두고 흘린 이들의 땀과 수많은 시간이 한순간에 증발하지 않았나.

'갑질'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이달의 소녀 11인에게 하고 있다. 츄는 츄고 이달의 소녀는 이달의 소녀다. 츄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의 싸움에 등이 터진 이달의 소녀 11인과 이달의 소녀 팬덤. 상처뿐인 이 싸움에서 승자는 없고 피해자만 보인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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