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이니셜 기사로 재미보는 이슈 유튜버 및 일부 누리꾼
살 붙은 루머에 피해 연예인 속출
이무생(왼쪽부터), 이상보, 박해진 / 사진=텐아시아DB, KBS
이무생(왼쪽부터), 이상보, 박해진 / 사진=텐아시아DB, KBS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니셜에 가려진 사건·사고는 언제나 흥미롭다. 가십 자체가 어떤 사람에 대한 '흥미' 본위의 뜬소문이기 때문에 진실보다는 재미에 집중한다. 작은 정보로 큰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어 루머 만들기도 쉽다.

루머는 굴릴수록 몸집을 불리는 눈덩이와 같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살이 붙고 꽤 그럴싸하게 포장된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가십은 여러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나서야 진실이 밝혀진다.

마약이나 도박, 폭행 같은 범죄도, 폭로성 글도 결국엔 흥미를 쫓는다. 이런 이야기들은 당사자의 항변권이나 사실관계는 중요치 않다. 불꽃놀이처럼 찰나의 놀이이기 때문에 늦게나마 사실이 밝혀져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연예인에겐 기록이 남게 된다. 잊을 때쯤 한 번 더 끌어 올려지는 흔적으로 한때 루머에 휩싸였던 사람으로 어떻게든 소환된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생긴 뒤부터 지금까지 연예인과 루머는 한 몸이었고, 루머는 진실보다 늘 오래 기억됐다.

최근 40대 남자 배우가 마약 투약 후 서울 논현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마약류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40대 남배우는 많지만 타깃은 이무생이었다. 블로그에서 시작된 루머는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2006년 드라마 데뷔, 주·조연급으로 활약 등 근거로 나온 것들과 일치하는 것이 없는데도 마약으로 잡혀간 남배우는 이무생이 되어 있었다.
사진=각 소속사
사진=각 소속사
특히 익명 커뮤니티에 '아까 좀 유명한 배우 강남에서 봄. 입에 토 묻은채로 이상한 걸음으로 거리 뛰어다님. 마약한거 같은데 누군지 올려도 되나? 드라마나 영화 주조연으로 꽤 나와서 말하면 다 알듯'이라는 목격담이 올라왔다며 글이 퍼졌고, 이 글로 인해 이무생의 루머에 힘이 실렸다.

이무생의 소속사는 재빠르게 대처했다.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본 사건과 무관함을 명백히 밝히며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가 계속될 경우 당사는 법적 절차를 통해 강경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무생에 이어 박해진이 '40대 남자 배우'로 지목됐다. 박해진이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바람에 루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에 박해진 측도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박해진 씨는 본 사건과 무관함을 밝힌다. 당사는 관련된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가 이어질 경우, 해당 내용을 작성 및 유포한 이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분노했다.
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마약을 투약한 40대 남배우는 오후가 되어서야 정체가 드러났다. 텐아시아는 긴급 체포된 남배우를 이상보라고 보도했다. 이상보는 2006년 KBS2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우보현 역으로 데뷔해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지난해 7월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니셜 기사는 언제나 나온다. 올해만해도 마약과 폭행, 피습 사건과 상간녀 폭로글 등 너무나도 많은 이니셜 글이 쏟아져 나왔다. 수사대를 자처한 누리꾼들은 작은 단서들로 A씨 찾기에 집중했으나 루머에 루머만 더할 뿐이었다.

A씨 찾기가 위험한 건 루머 피해자를 양산하는 행위인 지도 모른다는 것. 지난 6월 발생한 '40대 여배우 피습' 사건과 2월에 일어난 '88년생 3인조 걸그룹 멤버의 불륜 폭로글'이 그랬다.
최지우(왼쪽), 장윤주 / 사진=텐아시아DB
최지우(왼쪽), 장윤주 / 사진=텐아시아DB
피습 사건은 남편이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이려던 무서운 사건임에도 살인을 시도한 남자보다는 이 40대 여배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2차 가해이자 사건과 관계없는 피해자들이 만들어졌다. 슈퍼 모델 출신,연하와 결혼, 자녀 1명이 있다는 신상정보 일부가 공개되면서 피해자 찾기가 시작됐다. 최지우부터 장윤주까지 카더라의 주인공이 됐고 40대 여배우들의 SNS에는 걱정과 관심을 가장한 사실확인 댓글이 이어졌다.

상간녀 폭로글 역시 상처만 남겼다. 해당 글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1988년생 3인조 걸그룹이라는 꽤 구체적인 정보로 인해 피해자가 생겼다. 상간녀 지목을 받은 이는 가비엔제이의 제니와 서린. 일부 유튜버는 사실 및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고 영상을 제작, 제니와 서린은 결국 직접 분노를 표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예사 속 많은 루머가 즐비했지만, 루머가 사실로 밝혀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루머를 만들고 퍼트리다 고소를 당한 뒤 가벼운 처벌을 위해 반성문을 쓴 경우도 적지 않다. 순간의 흥미로 루머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중심을 다 잡길 바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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