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유해음반 판정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성가족부가 개선방안을 내놨다. 여성가족부는 29일 언론브리핑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 기능 전부를 민간에 이양하는 별도의 민간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음반심의에서도 영상이나 게임 심의를 맡는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같은 민간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것. 또한 영상물의 경우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15세 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등 연령별로 등급이 세분화 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음반심의는 어린이부터 청소년을 하나의 등급으로 심의해 문제가 됐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초등학생 기준의 ‘12세 미만 이용제한’ 등급을 신설하여 청소년의 발달단계에 맞게 유해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소년 유해약물로 지정된 ‘술’, ‘담배’란 단어가 노래가사에 포함될 경우 청소년유해음반으로 지정되는 것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에 따라 “술, 담배를 직접적, 노골적으로 이용을 조장하거나 권장, 미화하는 경우에만 한정해 유해판정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심의세칙은 음반업계 및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10월부터 적용된다. 그리고 ‘유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청소년 이용제한음반’으로 명칭을 변경해나가기로 했다.

이미 유해판정을 받은 곡에 대해서도 재심의가 가능하게 했다. 내년 1월 말부터 재심의 제도가 시행되고, 내년 2월 말까지 (법 시행 후 30일 이내) 재심의 청구를 하면 이미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을 받은 음반도 재심의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여성가족부의 입장은 최근 음반 심의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7일 신문은 음반심의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음반심의 회의록을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심의위원은 가수 지아의 ‘감기 때문에’에서 “감기약이 많이 독했으면 싶어요. 술 취한 것처럼 아주 깊은 잠이 들어야…”라는 가사에 대해 “감기약이 항정신성 의약품이 아닌가?”, “감기약을 잔뜩 먹으면 술 취한 것 같은 효과가 있다”, “술을 먹으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제기, 결국 청소년유해매체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그룹 남녀공학의 ‘삐리뽐 빼리뽐’ 의 ‘쉬운 남잔 개나줘버려’라는 가사에는 “상당히 염세주의적인 것 같기도 하고….”,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드라마에서 개나 주라고 하면 괜찮지만 청소년에게는 유해한 거 같다”, “청소년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유해곡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성가족부의 심의기준 제시를 통해 문제가 된 심의 제도가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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