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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조선족 민요 보존을 구실로 ‘아리랑’을 자국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중국 내 소수민족 규합을 위한 지원 정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표명 했으나, 이미 2009년에는 조선족 전통 풍습인 농악무, 전통 혼례, 한복, 상모돌리기가 중국의 무형문화재로 지정 된 바 좌시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이와 같은 중국의 동향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의심되는 까닭에 해당 부처의 각별한 경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문화적인 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미래는 밝다. 국가 문화 수호가 중요한 이유가 민족의 혼과 얼을 계승하고자 함이라 할 때,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정신은 강건한 지도자로 인해 고고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동북아 순방에 나선 장일준 대통령은 방문한 국가의 더운 날씨를 감안해 깨끼 한복을 입는 위트의 정치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리셉션에서 입으로는 간드러지는 나발을 불고 손으로는 꽹과리를 치는 멀티태스킹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스스로 민족정신의 대형 아카이브가 되어 세계만방에 국격을 드높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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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장일준 대통령의 행보는 그에게 왕좌가 온당함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세습 왕조인 조선의 왕들은 어려서는 총명한 눈매에 단정한 입매로 비슷한 생김이나, 하관과 미간의 모양에 따라 폭군, 성군, 여색에 약한 왕, 싱거운 왕으로 성장한다. 자라나면서 이들의 성품과 외양이 달라지는 까닭은 두뇌의 사용에 따라 두개골의 형상이 틀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시조와 3대 왕은 동일인에 가까운 골상을 가졌다. 에서도 제갈공명은 유비에게 위연을 쓰지 말 것을 청하며 그의 후방 반골이 솟아 있음을 지적 했다. 또한 18세기 독일의 해부학자 프란츠 갈은 뇌의 부위별 용불용설을 근거로 골상학을 주창하기도 했다. 왕이 될 골상은 애초에 따로 존재함을 뒷받침 하는 사실들이다.

장일준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반도의 왕에 그치지 않고 대륙을 향해 뻗어나갈 기상을 고루 갖춘 지도자의 골상을 갖추었다. 해영박물관에 소장 중인 사료에 따르면, 관자놀이가 완만하고 악관절이 예리한 이 두개골은 발해 대조영, 고려태조 왕건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신라 해상왕 장보고 역시 유사한 관상이라는 학계의 보고가 있다. 요컨대, 이러한 두개골은 진취적이며 용맹하여 수륙 양방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기개와 위엄이 서린 생김새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다.

남정우 / 서림대 고고미술사학과 조교수
유년청년중년의 두상이 달리 기록된 광개토대왕을 통해 본 골상학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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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라면 블랙이 런칭 한 달 만에 1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신제품의 성공과 함께 (주)흑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과연 십라면 블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투자 이익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언제 들어가고 언제 빠져야 하는가. 주식계의 마이더스, 론아시아 김도현 자문위원의 조언을 구해본다.

최근 투자 자문을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주)흑심에 대한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가격을 올린 십라면 블랙의 매출이 1000억 원을 넘겼다는 소식과 함께 (주)흑심의 주가는 지난 3일 동안 꾸준히 상승세다. 질문의 요지는 과연 언제까지 이 상승세가 건강한 종류의 것인가, 그리고 이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주)흑심은 기본적으로 저평가 된 가치주였던 만큼 평소에도 소액 투자자들에게 자주 권하던 상품이지만 이제는 한 탕을 바라는 사람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상승세는 좀 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사람들의 눈은 오직 십라면 블랙에만 쏠려 있지만 그 1000억 원이 고스란히 (주)흑심의 매출에 더해지는 건 아니다. 십라면 블랙이 그만큼 팔리는 동안 십라면 오리지널의 매출은 과연 어떻게 됐는지 따져보는 게 (주)흑심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첫 번째 열쇠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밀러의 경우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의 성공적 런칭이 그 전 브랜드인 밀러 라이트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리고 새 브랜드에 대한 초기 호기심이 나중까지 이어질지를 판단하는 것이 두 번째 열쇠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최대한 많이 리서치 해야 오차를 줄일 수 있는데, 부족하나마 최근 수집한 일부 표본을 보면 ‘괜찮지만 한 봉지에 1400원은 비싸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 주가가 고점을 찍진 않았다고 보지만 만약 지난 3일 동안 이익을 얻은 투자자가 있다면 지금 빼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주식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고점을 찍고 안정화된 상태에서 매입하길 바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주)흑심은 가치주고, 그에 대한 평가는 꾸준히 올라갈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매입하고 고점 직전에 빠지는 모험적인 투자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주식을 파는 투자자들이 다수 생길 것을 감안할 때 너무 피곤한 속도전을 선택하진 않길 바란다. 당신의 건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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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약력
인쇄소 아르바이트
보조 사진작가
독립영화 감독
애니메이터
첼리스트
호스트바 선수 및 웨이터 생활 병행
퀸즈그룹 본부장 비서
現 배우 독고진 소속사 본 엔터테인먼트 실장

저자 소개
믿기지 않겠지만, 김재석은 올해 나이 서른넷이다. 소싯적에는 고향 부산에서 이름만 대면 아는 사고뭉치였다. 고등학교 시절 고니, 주식이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일찍이 도박과 나이트클럽에 눈을 떴다.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던 20대, 큰 뜻을 품고 유명한 사진작가가 되려 했으나 포트폴리오 대신 아들이 떡 하니 생겨버렸다. 그것도 속도위반으로. 여자 친구와 아들을 내팽개치고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여자들을 꼬드기는 작업남으로 유명세를 탔다. 어느덧 서른, 잘 생긴 외모 대신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은 순간 불운은 시작되었다. 독립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가 가장 말이 필요한 순간에 실어증에 걸렸고, 애니메이터로 직업을 바꿨지만 이번에는 심장병에 걸렸다. 부모님도 포기했던 그를 벼랑 끝에서 구제해준 사람이 바로 퀸즈그룹의 구용식 본부장이다. 결국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사람의 소중함, 일하는 행복을 깨달았다. 일과 사랑, 사랑과 일, 두 가지를 모두 거머쥔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처럼 방황하는 청년들의 등불이 되기 위해 강연과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 , , , 등 모든 저서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성공과 함께 사랑도 쟁취, 오는 8월 본 엔터테인먼트 문진영 대표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책 속에서 & 밑줄 긋기
고등학교 때 성적 좀 안 좋았다고,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안 된다고 기죽는 청춘들이 수두룩하다. 근데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다. 적당히 방황도 해보고 사고도 쳐봐야 사람답게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 무조건 한 우물만 파는 것보다 나처럼 6개월에 한 번 꼴로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판도 기웃거려봤다가 독립영화도 한 편 찍어보고 호스트바 선수와 웨이터 생활까지 해봤더니 그때서야 세상 돌아가는 꼴을 좀 알 것 같았다. 유명한 대기업 임원 비서에 톱스타 매니저까지,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고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나는 오늘도 외친다. 여러분도 극복하십시오, 회복하십시오! 그러면 행복해집니다!
-프롤로그. ‘김재석의 성공시대’ 전국투어 강연 中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굽실거리는 비서의 시대는 지났다. 눈 딱 감고 “어우, 무서워. 인생 갑과 을이네?”이라고 외치는 순간, 상사는 당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어라? 이 놈 보게? 하지만 절대 쫄지 마라. 오히려 당신을 할 말 다 하는 당찬 사회초년생으로 인식했다는 증거니까. 물론 때로는 밤늦게 상사의 자동차 타이어도 갈아주고, 유부녀와의 연애상담까지 성심성의껏 들어주는 것은 프로페셔널한 비서로서의 당연한 덕목이다.
-Chapter 6. 비서불변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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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며느리의 난’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지 두 달, JK그룹 故 공순호 회장의 장남이자 전 JK 전자 조동진 사장은 하루아침에 막내 여동생 조현진 상무에게 경영권을 빼앗기며 체면을 구겼다. 앞서 구성그룹의 장녀이자 부인인 임윤서 씨와의 이혼으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어 버린 조 전 사장이 정가원을 떠나 전라남도 신안군의 한 무인도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제보가 본지에 접수됐다. 서울에서 18시간이 걸려 찾아간 기자에게 수척한 얼굴의 조 전 사장은 “지금까지 내가 돌려보낸 기자만 132명”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이튿날 저녁, 기자는 조 전 사장이 불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나뭇가지를 비비고 있는 광경에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를 빌려주었고 조 전 사장은 반찬이라곤 쑥국과 마늘구이 뿐인 식사에 기자를 초대했다. 조 전 사장은 몇 번이고 “인터뷰 같은 건 안 한다. 이건 그냥 밥 먹으며 하는 얘기”라며 강조했지만 “내 억울한 심정을 정확하게 전달해 달라”는 당부 또한 빼놓지 않았다.

오랜만에 얼굴을 뵙는다. 왜 여기서 혼자 힘들게 지내고 계시나.
조동진: 나한테 남은 게 뭐가 있나. 어머니는 끝까지 나를 후계자로 지목하지 않으셨고, 현진이는 JK를 낼름 집어 삼켰다. 내가 별 볼일 없어질 것 같으니까 마누라도 떠났고, 자식이랑은 연락 끊긴지 오래다.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절망적인 생각만 들었다. 어디다 말할 곳도 없고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조 사장님은 한때 ‘JK의 황태자’라고 불렸던 분 아닌가.
조동진: JK의 황태자? 바깥에서는 나를 그렇게 부르나? (쓴웃음) JK의 호구가 아니라?

섬에서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는지.
조동진: 그냥 시간도 모르고 아무 때나 자다 일어나서 낚시 좀 하고. 뭐가 잡히는 날은 식사를 하는 거고 아무것도 못 잡은 날은 굶는다. 보통 많이 먹으면 하루 두 끼 정도, 일주일 단위로 치면 8끼 정도 먹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배는 고프다. 그렇지만 JK에서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서 독하게 수련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내가 사람을 너무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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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돌아가신 공순호 회장님, 임윤서 전 사모님, 조현진 현 회장님 중 가장 원망스러운 이는 누구인가.
조동진: 내 앞에서 조현진 회장님이라는 말은 꺼내지 마라. 친동생한테 뒷통수 맞은 기분, 아나? 어머니가 유언장에서 자기를 후계자로 지정했다는 걸 알고 나서, 그 계집애 따위가 나를 대놓고 무시했다. 어린 것이 감히 “오빠 때문에 어질러진 정가원, 오빠가 깨끗이 치워주시길 바래요”라니! 생각해 보면 그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같이 놀고 나서도 장난감 안 치우고 쏙 빠져나가 공부하는 척 하면서 어머니께 혼자만 예쁨 받았다. 그 때 이렇게 뒤통수 칠 걸 알았어야 하는데, 내가 사람을 너무 믿었다.

무시라는 말이 나온 김에 조심스레 묻고 싶다. 한때 정가원에서 ‘K’, 김인숙 전 JK 클럽 사장보다 더 무시당하는 인물이 사장님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물론 루머를 믿는 건 아니…
조동진: 바로 그거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어머니는 “입 닥쳐! 조용히 해!” 하셨다. 어머니가 자꾸 그러시니 다른 사람들도 걸핏하면 대놓고 나를 무시했다. 마누라부터 현진이, 엄 집사, K까지 누구 하나 내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 한 사람이 없다. 외롭고 쓸쓸했다. 라는 영화에서 말포이라는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는 걸 보며 많이 울었다.

메이드, YGN 박 모 기자 등 뭇 여성들과의 수많은 스캔들 또한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조동진: 노코멘트 하겠다. (기자는 ‘오프 더 레코드’를 조건으로 조 전 사장의 여성 편력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약 여섯 시간에 걸친 그의 육성 고백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독자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조동진: 이게 다 엄 집사 때문이다. 일개 월급쟁이 집사가 내 마누라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데 빡…아니 불쾌해 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나. 애초에 손만 좀 봐주려고 한 거지 내가 죽인 건 아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 말을 안 믿으시고 내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셨다. 결국 엄기도가 모든 걸 망친 거다. 천하의 조동진이 그런 밑바닥 때문에 인생을 잡치다니!

소리 지르시는 걸 보니 아직 기운이 팔팔하신 것 같아 보여서 좋다.
조동진: 여기서 민물 장어가 가끔씩 잡히는데 그걸 먹은 날은 기운이 좀 난다. (웃음) 어제 잡았다.

정가원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으신 건지.
조동진: 현진이가 회장이랍시고 설치고 다니는 꼴을 어떻게 보겠나. 차라리 나도 동민이처럼 JK물산 미국지사 같은 곳으로 가 버리면 이런저런 더러운 꼴 안 보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실 계획이신가.
조동진: 당분간 계속 계속 칩거하면서 추이를 살펴볼 생각이다. 와신상담, 사필귀정, 권토중래다.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좋은 날이 오면 저도 꼭 기억해 달라.
조동진: 그래야지. 그런데 이거 기사는 언제 나오나. 여기로 좀 보내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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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중요한 비밀을 알고 싶으면 문 뒤에 서서 엿들으면 된다.
내일의 리빙포인트: 그러다 걸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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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시대다.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등록금은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기 어렵게 만들고, 겨우 졸업을 한다 해도 교문을 나서는 순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다. 어려울수록 귀 기울여 하는 것이 어른들의 말씀. “기술이 최고다”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흔히 공사나 공기업, 국책은행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불린다. 한편,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희귀성과 전문성 덕에 고소득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숨은 직종이 있다. 이른바 ‘신도 모르는’ 직업, 21세기 유망 직종 ‘문서 복원사’가 바로 그것이다.

‘문서 복원사’는 세단기에 절단된 문서 조각을 100%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이어 붙이는,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를 요구하는 최첨단 유망직종이다. 몇 해 전 S 모 그룹이 불법 증여 의혹으로 세무 조사를 받을 당시 수 백 명의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인근 건물에서 72시간 동안 주요 문서를 세단기로 폐기 처분했다. 그 후 폐기된 문서 중 주요 문서들을 재복구 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다. 이를 계기로 세단된 문서를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복원하는 전문가인 ‘문서 복원사’에 대한 수요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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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복원사’는 집, 학교, 공공장소 등을 불문하고 1평 이상의 공간이 확보되는 모든 장소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양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 학력, 성별, 외모를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 단,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인 만큼 2급 이상의 자격증을 가진 사람에 한 해 공식 ‘문서 복원사’로 인증을 받고 활동할 수 있다. 기업의 주요 문서 복구를 경제 성장의 신 동력으로 천명한 현 정부의 기조와 불안한 샐러리맨보다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합쳐져, ‘문서 복원사’ 자격증 대비를 위한 양성기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강의를 이용하고 있는데, 특히 키 187cm의 아랍계 미남 교관이 직접 동영상으로 시범을 보이는 ㈜시티헌터의 강좌가 유명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 신청을 하면 실습용 문서 176조각과 투명 유리 테이프, 돋보기안경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 외 궁금한 점은 다음 메일 주소 sedanlove@cityhunter.co.kr로 문의하면 된다.

‘Yo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난 저승사자가 아냐↗, 스케주울↗러~♬’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4시 20분, 전화벨이 울린다. 군대에서도 말년 병장은 팔자가 늘어진다는데, 임기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나는 여전히 바쁜 현역이다. 윤지훈이라는 신입 스케줄러가 들어왔으니 실무교육을 담당하라는 염라선배의 전화다. 이승에서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학자로 실력이 출중하니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는 게 통화의 요지였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지 30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한 사내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아..안녀..ㅇ..하십니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저승사자 윤지훈이라고 합니다.”
저승사자라는 말은 망자들에게 위압감을 준다는 이유로 스케줄러로 명칭을 바꾼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승사자로 알고 있는 신입들이 꼭 한 명씩 있다. 게다가 촌스러운 뿔테 안경, 우중충한 양복 색깔, 어리바리한 표정, 한껏 찌푸린 미간.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이 동네에서는 이런 복장 용납할 수 없다고 한 마디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제 패션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정색하고 달려드는 그의 돌발행동에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토바이 시동을 켜며 생각했다. ‘몰라. 얘 뭐야…무서워…’

하지만 새파란 후배와 한가하게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젯밤 본부로부터 건네받은 명부가 수상하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 중간 즈음 어느 하늘에서 실종된 남녀를 찾아오라는 임무가 적혀있다. 이 동네에도 엄연히 질서와 원칙이 있는데 이승에서도 포기한 사건을 맡으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그런데 신입 녀석이 명부를 슬쩍 보더니 흠칫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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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과 한지훈이라면…! 제가 이곳에 오기 직전 JK그룹을 발칵 뒤집어놨던 사람들입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JK그룹의 수많은 비리, 억울한 희생자들과 관련된 열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서 진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 사이에 증거가 조작될 수도 있다고요!!”

5년차 베테랑 스케줄러도 가만히 있는데 감히 신입이 나선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를 낼 명분이 딱히 없어서 일단은 좋은 말로 타이른다.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우리 좀 웃으면서 일하자고. 스마일~ 응?”
“비키십시오.”
뒤통수를 띵-하고 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입 녀석은 벌써 저 멀리 뛰어가고 있다. 5년 동안 이런 후배는 없었다. ‘뭐지… 자존심이 상하는데 좋다…?’

우선 김인숙과 한지훈이 생전에 거주했던 JK 그룹의 본가 정가원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남기고 간 쪽지라도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윤지훈은 아직도 정가원 입구에서 코를 킁킁거리고 서 있다.
“선배님, 시체보다 더 썩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여기! 이 정가원 사람들!! 그 중에서도 공순호 회장!!! 분명 뭔가 있습니다. 분명히 공 회장의 계략에 휘말렸을 거라고요. 당장 공 회장 사무실로 가ㅅ…”
녀석의 말을 중간에 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신입! 우리 스케줄러들은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거든? 우린 그냥, 김인숙과 한지훈의 흔적만 찾으면 되는 거야, 언더스탠드?”
“아뇨, 저는 포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 녀석, 도통 상식이라는 게 통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진실에 집착하는 것일까. 정가원을 샅샅이 뒤졌지만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가원 입구를 나서려는 순간, 아까부터 우리 눈치를 보고 있던 직원이 다가와서는 김인숙과 한지훈이 동탄 신도시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귀띔해왔다. 동탄 신도시라면 김인숙의 고향이 아니던가. 그 곳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헉헉, 김인숙이 살았던 ‘헬스테이트’ 아파트에 가봤는데 그 곳 가택신도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정가원에 다시 가보…”

그 때 녀석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첫 눈에 난 내 사람인걸 알았죠~♬’
“지금 염라선배께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김인숙-한지훈 사건은 선배님 혼자 해결하셔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이 제 명부에 올라왔답니다.”
녀석의 눈빛이 심각하다. 목소리도 매우 격앙되어 있다. 나는 녀석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닥쳤음을 직감했다.
“도대체 누군데 그래?”
“선배님도 잘 아실 겁니다.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의 딸이자 아이돌 그룹 멤버 故서윤형의 연인이었던… 강.서.연.”
“…!!”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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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five@
글. 위근우 기자 eight@
글. 윤희성 nine@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글. 이가온 thirteen@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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