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두 번, 그리고 그다음. 만약 어떤 사람이 볼수록 매력적이라면 분명 그에겐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있다. SBS <신사의 품격> 임태산의 특별함은 매너 있게 던지는 진심에서 나온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언제나 상대방과 상황을 고려하는 모습은 거부하기 힘든 세련된 마초를 완성했다. “임태산은 친구들 중 가장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성향이면서도 순간순간 가장 즉각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순간을 표현하면서 솔직하게 사는 거죠.” <신사의 품격> 기자간담회에서 김수로가 남긴 말은 그러한 임태산의 매력을 잘 설명한다. 더욱이 가족, 친구로서뿐만 아니라 “한 번 사랑하면 끝까지” 가고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필요하다면 기다려주는 노력을 무던히” 하기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무례하지 않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할 줄 아는, 진정한 의미의 남자니까.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임태산은 배우 김수로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기에 더욱 흥미롭다. 김수로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반칙왕> 등에서 몸으로 던지는 연기를 보여줬다면, <신사의 품격>에서는 섬세한 말로도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눈에서 귀로 감상 포인트가 움직인 셈이다. 서이수(김하늘)가 땀범벅이었던 모습을 부끄러워하자 “예뻤어요. 내가 반 미친 야구에, 나만큼 미친 여자. 예쁘죠”라고 군더더기 없이 말하고 본인 눈앞에서 여자 친구의 어깨를 만지는 남자에게 “다음에 또 홍프로 신체에 용건 있으시면 그쪽으로 연락 바랍니다. 좀 전에 손 얹으신 어깨, 시선 맞추신 눈 포함 홍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다 제 거라서요”라고 할 때의 포인트는 임태산을 쿨하게 만드는 김수로의 차분한 자신감이다. 물론 김수로는 언제나 달변가였다. 하지만 지금의 김수로는 익살스럽고 화려한 언술 없이도 보는 사람을 충분히 끌어들인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김수로의 또 다른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 모른다. “가끔 흥얼대는 감성적인” 음악을 추천하며 “의외죠?”라고 웃는 김수로가 기분 좋은 반전으로 다가오는 이유 또한 그의 새로운 얼굴에 이미 끌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 A-Ha의 <1집 Hunting High And Low>
들으면 누구나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김수로가 추천한 아하의 ‘Take On Me’는 흥겨운 리듬으로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노르웨이 3인조 팝그룹인 아하의 데뷔앨범 타이틀곡이기도 한 ‘Take On Me’는 당시 유로 팝계에 신선한 충격 던지며 주목을 받았다. “아하라는 이름이 좋았어요. ‘아하!’라고 감탄하는 말 같기도 하고 한국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웃음)” 멜로디와 리듬은 신나지만 ‘So needless to say I`m odds and ends. But I`ll be stumbling away slowly learning that life is. Okay, say after me. It`s no better to be safe than sorry’ 등의 가사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2. Rainbow의 < Ritchie Blackmore`s Rainbow >
김수로가 추천한 두 번째 곡은 레인보우의 ‘Temple Of The King’이다. “감성적인 곡을 좋아해요. 어릴 때 이 곡이 나왔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어요. 당시 수많은 곡을 들었고 팝에 묻혀 살았는데 그중에서 이런 곡들이 계속 기억에 남고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가장 좋았던 노래였나 봐요.” 딥 퍼플의 전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가 결성한 영국 록밴드 레인보우의 ‘Temple Of The King’은 하나의 소설이 구술되는 듯한 가사와 묘한 분위기의 멜로디가 특징인 곡이다.



3. Scorpions의 < Still Loving You >
“이 곡을 들으면 애잔하고 학창 시절 추억이 생각나요. 뭔가 깊어지는 느낌도 들고요.” 김수로 추천한 세 번째 곡은 Scorpions의 ‘Holiday’다. 스콜피언스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루돌프 쉥커, 마이클 쉥커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록밴드다. 이후 마이클 쉥커가 탈퇴하고 밴드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새로운 기타리스트 울리히 로스를 영입한 후 다시 활기를 찾았다. 1984년에 발매된 < Still Loving You >에 수록된 ‘Holiday’는 신나는 연주와 멜로디와 함께 ‘Let me take you far away. You`d like a holiday. Exchange the cold days for the sun’ 등의 가사, 시원한 보컬이 매력적인 곡이다.



4. 이문세의 <5집 가로수 그늘아래서면>
명곡은 추억을 불러오는 법이다. 김수로에게 이문세의 ‘광화문연가’는 1980,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다. 김수로가 추천한 네 번째 곡, ‘광화문연가’는 발표된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를 하는 등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곡이다. 2008년 세상을 떠난 이영훈이 작사, 작곡한 ‘광화문연가’는 그의 쓸쓸하고 애잔한 감수성을 드러내는 대표곡이며 가수 이문세를 스타로 만든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문세와 이영훈은 ‘광화문연가’ 뿐 아니라 ‘소녀’,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의 곡도 함께 했으며 이로써 두 사람은 모두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5. U2의 < The Joshua Tree >
“성장하며 듣던 노래거든요. 감성적이기도 하고 전 이렇게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음악들이 좋아요.” 김수로가 추천한 마지막 곡은 U2의 ‘With Or Without You’다. MBC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 삽입되면서 더 큰 사랑을 받은 ‘With Or Without You’는 1987년 발매된 < The Joshua Tree >의 타이틀곡이다. 아일랜드 출신 U2는 1980년대 초반 첫 번째 전성기를 보냈고 < The Joshua Tree >로 다시 한 번 U2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Through the storm we reach the shore. You give it all but I want more. And I`m waiting for you. With or without you’ 등의 가사는 천천히 고조되는 노래 분위기를 이끈다.




“제가 뭐 하나에 꽂히면 질리지 않은 스타일이에요. 아내도 오랫동안 사귀고 결혼했고 어떤 가게 음식이 맛있으면 매일 거기만 가요.” 언제나 건강하고 꾸미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김수로는 자신의 말처럼 끊임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제 그의 연기는 온도를 낮춰도 에너지는 식지 않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됐고 김수로는 그렇게 ‘신사의 품격’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배우 스스로에게 색다른 도전으로 기억될 지금은 그를 지켜보는 대중에게도 반갑다. 이리저리 돌아가기보다 언제나 반듯한 길을 택하는 김수로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새로운 모습, 더 깊어지는 연기를 보여주는 지금 모습을 보면 그의 미래도 청신호를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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