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앞으로도 억압받고 약하고 짓밟히고 빼앗기는 사람들을 위해 더욱 편파적으로 나의 인생을 바쳐 그들을 묘사하겠다. 이 땅에서 드물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았고, 밥과 술을 풍족히 제공받았으며, 독자들에게 지지받고 보호받고 그리고 상처받은 작가로서, 이제 23년차가 된 소설가로서, 교육받은 시민으로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무 두려움 없이 인간 조건의 기본 전제이고 민주주의의 초석인 표현의 자유를 향유할 것이며, 이것을 억누르는 어떤 것과도 맞서 싸울 것을 약속한다.” – 공지영, 제 35회 이상문학상 시상식 수상소감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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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브론테: 소설 의 작가. 공지영은 어린 시절 소설에서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모두 조연이라는 걸 알고 낙담하다 에서 주인공이 자신과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했다.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길 바랐던 소녀였던 셈. 여기에 세 살부터 한글을 따라 쓰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만큼 글에 관심을 보이고, 중 1 때는 언니의 연애상담을 할 만큼 감성이 발달했으니 글을 쓰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김장할 때 아내 옆에서 마늘을 까고, 전 날 술을 마셔도 딸은 반드시 학교에 등교시켜준 자상한 아버지는 공지영에게 한국일보의 여성 언론인 장명수의 칼럼을 칭찬하며 “내 딸이 기자가 되는 건 싫다. 팔 자 세다. 그런데 장명수란 여자가 참 대단하다. 논조를 보면, 남자들보다 훨씬 뛰어난데 난 니가 이런 여자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지영은 학교 백일장에서 계속 1등을 하며 타고난 소질을 증명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또는 독재자. 1980년 광주항쟁의 원인 제공자. 공지영은 전두환에 대해 “내 인생에 기여한 바가 참 많다. 나를 정말 사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공지영은 부유한 집안 덕에 1970년대에 이미 아파트에서 살았던 공지영은 대학에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동료들을 보며 “인간의 이상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았고, 친구들이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는다. 공지영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에 대해 “이 과정이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재수 없는 부르주아 여성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지영의 소설들은 처럼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에 두거나, 이나 처럼 자신이 몰랐던 사회적인 문제를 알게 되면서 느낀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생운동을 통해 예민하게 느낀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자기 바깥의 세계에 대해 느낀 충격이 작품세계의 기본을 갖추게 한 셈. 공지영은 자신의 전반기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삶이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잘 먹고 잘 살아” 왔던 것, 그리고 운동권에서 도망쳐 나온 죄책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지영은 처음에는 시를 썼지만, 시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을 깨닫고 “노력이 필요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미연: 공지영 원작의 영화 에 출연한 배우. 공지영이 학생운동을 하자 자상하던 아버지는 반대했고, 첫 남편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해지기 전에 들어오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구속당하기 싫어 결혼을 서둘렀던 공지영은 남편의 말에 충격을 받았고, 결국 이혼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가 조금씩 흔들리고,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시절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인 여성을 그린 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지영은 에 대해 “페미니즘이란 큰 딱지” 대신 “어떻게 사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가 주제라고 말했다. 이는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추고, 가부장적이면서도 온화했던 아버지를 뒀지만 이후 급변하는 세상의 한가운데에 놓였던 공지영의 삶과 일치한다. 공지영이 자신처럼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간 많은 평범한 여성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이유.

오병철: 의 감독. 공지영의 두 번째 남편이었다. 그리고 이혼했다. 공지영은 잘 알려진대로 세 번 이혼했다. 결혼 생활은 그의 인생을 바꿔놨는데, 에서 다루는 사형수 문제만 해도 “22살에 첫 결혼을 했는데 그 때부터 인생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 (중략) 너무 끔찍하고 슬프고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할지도 모르겠”던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며 “너희들도 이런 걸 원치 않았겠지”하는 심정으로 접근하게 됐다. 부유한 집안의 여성에게 학생운동, 결혼과 이혼, 성이 다른 세 아이의 싱글맘으로서의 생활은 더욱 크게 다가왔고, 공지영은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모두 드러내고 “내가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라는 자부심으로 글을 쓰게 된다. 또한 싱글맘으로 살아가면서 “먹고 살기 위해”를 글 쓰는 이유로 말하게 됐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충격이 소설의 소재가 됐고, 격정적인 마음으로 쓴 문체는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소설가 박완서로부터 “평론가의 도움 없이도 뭔 소린지 알아먹게 하는 문장”이라 호평받고, 동시에 “자의식 과잉”이라거나 “문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 소설가의 등장.

어수갑: 1989년 임수경의 방북을 도왔다는 이유로 한 때 독일에 망명했던 인물. 공지영은 소설집 의 에서 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공지영은 1990년대 페미니즘 소설 논쟁의 한 복판에 있었고, 사생활 역시 미디어에 의해 자극적으로 포장되곤 했다. 공지영은 18년 만에 성당을 찾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과 을 내놓는다. 당시 공지영은 어수갑과의 대화에서 “어떤 신부님에게 듣자 하니, 카톨릭의 역사는 양극단을 잘라 내면서 나아간 역사라더라. 카톨릭이라는 말이 ‘보편’이라는 뜻이 되기도 하는 연유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1997년 를 쓸 당시 “죽고 싶었지만 받은 계약금 때문에 죽지 못하고 소설을 썼던” 공지영은 40대에 접어들며 ‘보편’을 찾아나갈 마음을 얻었다. “어릴 때 지나치게 밝았”고, 커서는 “차갑고 어두운 것이 멋있게 보였”던 작가는 다시 “원래 나의 밝은 모습도 사랑”하게 됐다.

송해성: 을 영화화한 감독.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 공지영의 소설을 읽고 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공지영은 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논쟁을 끌어내면서 작품세계 역시 보다 넓어진다. 이후 공지영은 에서 사회적인 소재를 끌어내고, 3인칭 시점을 통해 보다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공지영은 송해성이 이 작품을 “우리가 진심으로 소통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한 것에 대해 “원작자의 진심을 알아봤다”고도 했는데, 공지영은 이 소설에 대해 사형제 폐지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이 사람을 얼마나 구원할 수 있냐”에 중점을 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공지영은 자신이 받은 충격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시 서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그 충격의 강도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그만큼 내용이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어떤 이에게 공지영의 소설은 자신이 받은 충격과 상처를 지나칠 만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이 받은 상처와 충격은 그 자신 외에는 누구도 온전히 알 수 없다. 타인의 반응이 어떠하든, 공지영은 그걸 부단히 설명하고자 하는 작가다.

공유: 영화 의 주연. 공지영의 소설을 보고 영화화 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지영 역시 청각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의 기사에 적힌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순간 청각장애인들의 울부짖음이 법정을 울렸다’는 문장을 보고 소설을 쓸 마음을 먹었다. 마음이 움직여 쓴 소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영화화 돼 사회 전체를 움직였다. 공지영은 “소설보다 취재해서 쓴 현실 자체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거 같다. 그게 좋았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금 공지영의 소설에 대한 가장 명쾌한 설명일지도 모른다. 점점 더 따뜻해지던 그의 소설은 이명박 정부 이후 “약한 사람이 잽을 한번 날렸다는 이유로 (강자가) 가루가 될 때까지 밟아” 버리는 현실에 분노했고, 대중이 모르던 현실을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끊임없이 자신의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던 작가는 시대의 현실, 그리고 타인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며 이를 공론화시킨다. 가 신문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발표될 수 있는 시대에, “내 문학은 포르노와 혁명 사이 어딘가”라고 말하는 공지영은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운동을 해나간다.

김연아: 세계 최고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 공지영은 트위터에 김연아와 인순이가 종합편성채널 (이하 종편) 채널에 출연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남겼다. 이에 대해 그 자신도 종편을 가진 언론사와 과거 인터뷰를 한 것을 지적 받았다. 이에 대해 공지영은 사회가 민주화되던 시절 그 언론사들과 인터뷰한 것과 지금은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의적인 기준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 시절에도 보다 진보적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언론사들은 거부의 대상이었고, 보다 보수적인 사람에게는 그 때나 지금이나 큰 문제없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상황을 피부로 느껴서 발언하는 공지영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리지만, 동시에 그것이 깊은 논리를 가졌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경우도 생긴다. 조선 TV가 영화 에 일부 투자를 한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도 마찬가지. 물론 공지영의 말대로 “작가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용서 받아 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고 사랑받아 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데, 사랑이니 용서니 하는 것이 너무 거창하다면 ‘봐주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한 사람이라면, 좀 더 ‘봐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단지 우리 편과 적으로 나누기엔, 지금은 너무 복잡한 시대다.

정봉주: 인터넷 방송 의 멤버.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공지영은 의 여성 팬이 정봉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것에 대해 의 멤버들과 일부 남성들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공지영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잠시 트위터를 중단하기도 했다. 공지영의 발언이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공지영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작품을 쓴다는 것을 감안하면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지영은 여성이었고, 운동권이었으며, 싱글맘이었을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계속 부딪쳐 나가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성찰의 깊이나 트위터에서 보여준 발언의 일관성과 별개로, 적어도 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의 일관성은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큰 영향력을 가진 작가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과 별개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조금은 “괜찮다”고 말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10대의 공지영과 대학생 공지영, 그리고 지금의 공지영이 다르듯, 그는 몇 년 후면 또 다른 시대의 다른 작가가 돼 있을 테니.

Who is next
공지영 원작의 영화 에 출연한 공유와 군 생활을 함께한 양동근과 MBC < Dr. 깽 >에 출연한 한가인.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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