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이경규의 선배. TV 예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최고의 개그맨. 또는 개그, 운동, 사업 모두 잘하면서 인물까지 훤한 남자. 다만, 시간이 그를 옛날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2011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주병진
주병진
이종환: 라디오 DJ. 주병진은 이종환이 운영하던 ‘이종환의 음악살롱’에서 우연한 기회에 재치 있는 말솜씨를 발휘, 이종환의 눈에 들어 그 곳의 사회를 보기 시작했고, 이 인연으로 당시 최고의 예능 PD였던 김웅래의 눈에 들어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원래 주병진의 꿈은 사업가였다. 어린 시절에는 소심한 성격으로 말을 잘 하지도 못했던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라면만 열흘을 먹을 때도 있을 만큼 가난하게 자랐다. 친구 집에 놀라갔을 때 친구 아버지가 용돈을 주는 것을 부러워하며 보았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 주병진은 자라면서 돈을 벌기를 원했고, 돈을 벌기 위해 누구 앞에서도 겁먹지 않고 자신의 제안을 얘기할 수 있는 말솜씨를 키웠다. 개그맨이 된 것 역시 사업자금을 벌기 위해서였다. 성공에 대한 갈망은 주병진이 개그맨에서 토크쇼 진행자로, 다시 사업가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을 듯.

이성미: 주병진과 여러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개그우먼 겸 MC. 주병진과는 MBC 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주병진은 심장병 어린이돕기 국토종단마라톤을 하면서 2주간 하루 약 6시간씩 총 630여 km를 달려 화제를 모았다. 결국 다리인대가 늘어나 수술을 받았을 정도. 그는 이런 활동들로 인해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에도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운동 잘 하고, 노래도 하고, 정장이 어울리며, 슬랩스틱 보다는 재치 있는 토크를 더욱 잘 하는 훤칠한 외모의 개그맨은 부터 10대용 음악 프로그램 KBC , MBC 같은 개그 프로그램까지 두루 출연할 수 있었다. 웃기면서도 멋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당당하고 스마트한 개그맨의 등장. 또한 주병진이 국토종단 마라톤을 한 것은 대마초 사건에 연루, 방송정지를 당한 뒤 “나 자신을 찾고 싶다는 욕심”에서 한 것이라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더 강한 모험으로 극복한다. 신사적인 외모를 가진 예능계의 승부사.

故 김형곤: 한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 KBS 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서 당시 사회상을 직접적으로 풍자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병진은 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유행어 “좋습니다”를 사용했다. 타 방송사의 이름조차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개그맨들이 방송사마다 전속으로 묶여 있던 시대에 타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의 최고 인기 유행어를 사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또 다른 코너 ‘신이시여’는 신에게 매번 다른 상황에서 물벼락을 맞는 코미디로 화제를 모았다. 유행어의 반복이나 예상 가능한 상황의 에피소드가 많았던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주병진의 코미디는 예측하기 어려운 동시에 당시의 유행을 반영했다.

노사연: MBC 의 ‘배워봅시다’에 함께 출연한 가수. 당시 ‘배워봅시다’는 스튜디오에서 주병진과 노사연이 각종 운동 등을 배우며 벌어지는 돌발적인 상황으로 웃음을 줬다. 주병진과 ‘일요 진단’을 함께 진행하던 이경규는 “순간적인 위트와 재치를 무기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주병진과 편안하게 웃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하는 노사연은 안성맞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주병진은 ‘몰래카메라’의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경규가 이 코너를 맡으며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배워봅시다’와 ‘몰래카메라’는 콩트 위주로 진행되던 당시 코미디 프로그램에 리얼리티 쇼적인 부분을 더했고, 여기에 프로그램 전체를 진행하는 주병진의 진행이 더해지면서 한국에서 버라이어티 쇼의 개념이 탄생했다. 주병진이 최고의 예능인이었던 건, 그가 단지 잘 웃겼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조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백기완: 통일문제 연구소 소장. 주병진이 SBS 에 초대한 게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당시 재야운동가이던 백기완을 초대했을 만큼, 는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를 초대했다. “적당히 아쉬움이 남을 때 그만둬야겠다”며 를 떠났던 주병진이 시사적인 성격이 가미된 토크쇼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 셈이다. 이후 그는 MBC , SBS 등 꾸준히 비슷한 토크쇼를 시도한다. 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였지만 자신의 의도가 제작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고, 에서는 누드 모델을 게스트로 초대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는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가 MBC 의 ‘무릎 팍 도사’에서 말한 것처럼 30대는 폭 넓은 게스트를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나이였고, 주병진이 시작한 버라이어티 쇼의 붐은 오히려 주병진의 토크쇼에 위협이 됐다. 하지만 주병진은 당시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는다.

제임스 딘: 미국을 대표하는 청춘의 아이콘이자 주병진이 열었던 카페 이름. 주병진은 후에 차린 속옷 회사도 제임스 딘으로 하려고 했지만 외국인의 이름이라는 이유로 등록이 안 됐다. 카페 이름 역시 사업자 등록은 ‘쟤 임씨든?’으로 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나이트클럽의 경영에 참여, 순식간에 흑자로 바꾼 그는 카페를 개업해 6개월 만에 빌린 돈을 모두 갚고, 1년에 한 개씩 분점을 낼 만큼 탁월한 사업수완을 보였다. 당시 카페에 설치된 카우보이 모자 간판을 일반적인 것보다 5~6배 큰 것으로 달아놓아 택시기사들이 카페를 기억하게 만들 정도로 빼어난 홍보력 역시 보여줬다. 하지만 “소득세 1백위 안에 드는 것”이 막연한 꿈이었다던 주병진은 보다 큰 사업을 하길 바랐고, 속옷 회사 좋은 사람들을 설립한다.

주병학: 주병진의 동생. 주병진과 함께 좋은 사람들에서 일했고, 독립해서 재래시장의 속옷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뒤 다시 좋은 사람들을 경영한다. 좋은 사람들은 한 때 연매출 16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창업 당시에는 주병진이 밤무대를 뛰어서 번 출연료로 돈을 댔던 소규모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공이었다. 이는 신문 광고를 통해 자신의 나체 사진을 싣겠다고 하거나, “주인집 따님과 같은 빨랫줄을 쓰는 하숙생 여러분! 당신의 수준을 올려보세요” 같은 기발한 카피가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은 주병진이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아 카달로그를 모으다 속옷 카달로그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든 회사였고, 주병진은 국내에서 속옷을 패션의 개념으로 이해한 최초의 사업가였다. 사람들이 점차 패션에 신경 쓰기 시작할 때, 주병진은 도발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트렌드의 흐름을 읽는 감각과 자신 있는 일에는 올인할 수 있는 승부사적인 기질, MC의 화술을 함께 가진 사업가.

강호동: ‘무릎 팍 도사’의 진행자. 주병진은 ‘무릎 팍 도사’를 통해 12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그가 2000년대에 TV에서 사라진 것은 그 스스로 말했듯 성폭행 누명 때문이었는데, 피해자라 주장한 여성이 자신의 친구에게 돈을 주며 자신을 때려달라고 하는 등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입증되며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주병진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는 기사는 크게 나도 정정 기사는 그만큼 다뤄지지 않았고, ‘개그계의 신사’이자 성공한 사업가로서 가졌던 좋은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주병진은 세상과 단절되다시피한 채 살아야 했다. 속옷의 패션에도 관심을 가질 만큼 빨리 세상의 흐름을 읽고, 1997년에 이미 카레이서 자격증을 딸 만큼 한 발 앞서 모험에 나서던 그에게는 2000년대가 삶의 방식을 포기하며 살아야 했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 사이 주병진은 좋은 사람들을 매각했고, 예능은 유재석과 강호동이 양분했다.

최현정: 주병진의 복귀작 MBC 를 함께 진행하는 아나운서. 메인 MC가 오른 편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MC가 왼편에 앉아 토크를 거드는 것은 KBS 부터 국내에서 유입된 고전적인 토크쇼의 구조다. 또한 주병진은 박찬호와 차승원 같은 게스트를 몰아붙이거나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대신 그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트렌드를 가장 빨리 읽어내던, 과거 가장 스마트했던 이 남자는 10여년의 공백 기간 동안 흘러간 시대의 진행자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대한 차분하게 진행하며 조심스럽게 끌고 가던 1회와 달리 2회의 주병진은 차승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농담을 걸고, 활기찬 액션을 선보이며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과거와 같은 위상을 되찾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치 냉동인간 같았다던 시절을 지나 돌아온 그가 사람들과 함께하다보면 세상의 흐름을 읽는 눈은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벌겠다는 꿈은 이뤘다. 남은 건 자신의 방식으로 명예를 찾는 일이다. TV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이미 또 다른 모험은 시작됐다. 그 시절 가장 스마트했던 이 남자는 어떻게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올까.

Who is next
주병진과 영화 에 출연한 이미숙과 SBS 에 출연한 이나영과 영화 에 나온 오다기리 죠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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