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크릿가든>│“<시티홀> 버리고 <파리의 연인>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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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연인 시리즈(, , )를 거쳐 전문직 드라마(, )까지 집필했던 김은숙 작가가 돌아왔다. 여기서 ‘돌아왔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새 작품 SBS 으로, 동시에 과거 연인 시리즈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전작들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까칠한 재벌남과 생활력 강한 평범한 여자의 사랑은 언뜻 SBS 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에 ‘남녀 주인공들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껴가고 오히려 코믹한 판타지물을 지향한다. 결국 은 익숙한 땅 위에 뿌려진 새로운 씨앗과도 같다.

주연배우 현빈과 하지원이 “가장 힘들면서 매력적인 요소는 영혼이 뒤바뀐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 만큼, 의 가장 큰 무기는 캐릭터간의 전복이다. 까칠하고 오만한 백화점 CEO 김주원(현빈)은 구차한 남자가 되고, 죄송하다는 말이 몸에 배였던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은 평소 자신의 우상이었던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를 향해 거침없이 삿대질을 해댄다. 주원이 “꺄-악” 소리를 지르며 쭈그려 앉거나 몸을 뒤로 제껴 트레이닝복 상표를 보여주면서 “이 옷 진짜 비싸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는 말을 내뱉고, 여자인 라임이 점점 ‘쩍벌남’과 같이 변하는 등 황당하면서도 디테일한 설정들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 상상을 좀 더 재밌게 엮을 것”이라는 김은숙 작가의 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가슴에 손을 얹어봐” “얹었어, 왜?”, “그럼 네가 감독해” “내가 무슨 감독을? 괜찮다, 이참에 내가 그냥 감독해?”로 대표되는 대사들은 마치 탁구공을 주고받듯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극의 경쾌함을 더한다.

의 영광을 위해
SBS <시크릿가든>│“<시티홀> 버리고 <파리의 연인>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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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을 배경으로 정치를 이야기했던 최근작 SBS 과 “이번엔 작정하고 재밌게 썼다”는 을 비교해보면 장르나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그가 지금껏 총 여섯 작품을 집필하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드라마와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물이다. 그의 펜은 “의 깊이나 내 욕심을 많이 버리고 주말 저녁 가족이 볼 수 있는 쉬운 드라마”로 방향을 바꿨다. 이것이 역행일지 진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건 ‘뒤바뀐 영혼’이라는 설정에 본인 역시 장점으로 인정한 “재밌는 대사빨”을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에 달려있다. 주원과 라임이 처음 마주치는 과정조차 “1~2회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며 말을 아끼는 걸 보니, 은 초반부터 판타지 색을 강하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김은숙 작가의 바람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오는 13일, 밤 9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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