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계의 <슈스케>라고 들어봤어?
라고 들어봤어?" />
아, 이제 매주 금요일마다 너무 허전할 거 같아.
왜? 뭐가 문제야.

말이야. 한동안 그거 보면서 금요일 밤을 보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오, 재밌었지. 가끔 100원 내고 투표도 할 정도였으니까. 나처럼 시큰둥한 애가 그 정도로 열의를 보일 정도면 정말 흡입력이 대단한 거지.

그러게? 장재인이나 김은비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거야?
음… 김은비가 되게 좋긴 했는데… 꼭 그것만은 아니고, 아무튼 좋긴 했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캐릭터가 많았잖아. 나야 워낙 착하고 성실한 남자 캐릭터 좋아하니까 존 박도 좋았고, 김지수의 꾸미지 않은 성실함도 좋았고. 물론 실력이 뒷받침 되니까 그 쇼의 포맷 안에서 응원할 수 있었겠지. 아무래도 좋은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의 조건은 그런 거 아니겠어? 그 최종목표가 가수건, 모델이건, 디자이너건, CEO건, 요리사건, 격투가건.

에이, 격투기는 아니지. 그런 게 진짜로 있으면 얼마나 살벌하겠어.
진짜로 있는데? 복싱을 다루는 랑 종합격투기를 다루는 같은 프로그램은 미국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은 콘텐츠야. 두 프로그램 모두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있고.

그런 게 있다고? 심지어 인기도 있고?
물론이지. 아, 그렇다고 네가 상상하는 피 튀기고 잔인한 장면으로 인기를 얻은 건 결코 아니야. 아까도 말했잖아.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는 캐릭터와 실력이 중요하다고. 그건 결국 경쟁의 수준이 높으면서도 재밌는 서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인데 두 프로그램 모두 그 두 가지를 충족시키면서 인기를 끌었어. 특히 는 ‘록키’ 실베스터 스텔론이 제작을 맡으면서 리얼리티쇼 버전 로 받아들여질 정도였어.

그 실베스터 스텔론이? 그냥 이름만 제공해준 거 아니야?
아니야. 실베스터 스텔론은 16명의 도전자를 모으는 것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프로그램에도 직접 출연해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줘. 마치 의 타이라 뱅크스처럼. 덕분에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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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타이라 뱅크스는 본인이 일류 모델 출신이잖아. 스텔론이 복싱을 잘 하나?
물론 시리즈에 출연했다고 복싱 전문가인 건 아니야. 물론 영화의 극적 재미를 위해 조금 과장되게 액션을 취한 부분이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 그의 펀치는 실제 복서처럼 콤팩트하지 못하거든. 대신 에서는 의 팀 건 같은 최고의 멘토를 데려오면서 그 부분을 훌륭하게 메워줬지. 예-전에 복싱계의 F4를 설명했던 거 기억나? 그 때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았던 슈가 레이 레너드가 이 프로그램에서 멘토 역할을 해줘. 이렇게 말하면 설명이 되려나? 에서 서태지가 프로그램 내내 출연자들 멘토링을 해준다고 보면 돼.

거기다가 출연자들도 좋았다?
그렇지. 물론 처럼 수천, 수만 명이 예선 시합을 거쳐 올라온 건 아니지만, 이미 상당한 아마추어 전적을 가지고 있는 검증된 복서들을 미국 각지에서 데려왔지. 어차피 스포츠라는 건 전적이 실력의 거의 모든 걸 설명해주니까. 그런데 그 캐릭터들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다양했단 말이지. 가령 한쪽에 프로모터를 잘못 만나 인생을 허비했던 프로 복서가 있다면, 한쪽에는 전적이 대단하지 않지만 팔팔한 돌주먹 아마추어가 있는 식이지. 말하자면 영화 의 최민식, 류승범 같은 캐릭터들이 합숙하면서 상금 100만 달러를 향해 대결한다고 보면 돼. 누군가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누군가는 마약중독이었던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땀 흘리며 훈련하고 링 위에서 승부를 내는 거야.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냐?

뜨거운 건 잘 모르겠고 얘기하니까 어떤 느낌인지는 좀 알겠다. 그런데 복싱은 노래나 화보 촬영이랑 다르게, 두 사람이 싸워야 결판이 나는 거잖아. 그럼 매주 전체가 모여서 치고 박고 싸워서 제일 못 싸운 사람이 떨어지는 거야?
한 주 방송하고 전원 부상으로 프로그램 접을 일 있어? 방송에 나오는 16명은 출신에 따라 동부, 서부로 8명씩 팀을 나누고, 매주 미션을 통해 승자 팀과 패자 팀을 가려. 그럼 승자 팀의 아무개가 패자 팀의 아무개를 골라서 그 주에 경기를 치르는 거지. 진 사람은 당연히 탈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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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승을 하고서 상금 100만 달러를 타고, 또 무슨 혜택을 받는데? 는 음반 발매하고, 연말 시상식 무대에 올려주잖아.
의 우승자나 준우승자들도 그에 뒤지지 않는 혜택을 받았지.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승자라고 세계 랭킹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이미 상당한 전적이 있고 TV 프로그램으로 인지도까지 높인 이들이 유료 복싱 채널에 진출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 그리고 정말 좋은 건, 이들이 그 이후 링 위에서 세운 전적이 제법 괜찮다는 거야. 시즌 1에서 우승을 했던 서지오 모라는 바로 WBC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에 올랐고, 3위를 했던 알폰소 고메즈도 비록 지긴 했지만 챔피언 타이틀전에 도전할 수 있었지. 또 준우승자인 피터 만프레도 주니어는 험난한 여정 끝에 올해 IBO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얻었고. 말하자면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의 켈리 클락슨처럼 S급 스타까진 되지 못했어도 자기 이름으로 낸 앨범으로 음원 차트나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두 번은 차지한 수준이라고 보면 돼. 사실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화룡정점은 이런 거 아니겠어?

그러게. 그렇게 성과가 좋으면 새 시즌이 계속 나왔겠네?
우선 작년까지 시즌 4가 나왔던 걸로 아는데 올해 시즌 5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까 말했던 종합격투기를 소재로 한 는 현재 시즌 12가 진행 중이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도 오래오래 장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시즌 출전자들도 잘 되면 좋겠고.
왜, 콕 집어 존 박이라고 말하지.

아, 존 박 못 볼 거 생각하니까 또 금요일 밤이 너무 허전할 거 같아.
아, 가 그렇게 재밌다 던데…

어, 재밌더라.
…DVD는 언제 나오려나…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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