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 ,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던 배우 임지규가 드라마 쪽으로 영역을 넓힌 건 지난 2008년 SBS 를 통해서였다. “솔직히 드라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조금 일찍 시작한 것 같다”고 를 회고하던 그는 2년이 흐른 지금 “더 긴 시간동안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며 드라마에 대한 욕심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를 시작으로 KBS 그리고 ‘마지막 후뢰시맨’을 거쳐 이번 ‘마음을 자르다’ 편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건, 어떤 장르에서든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온 그의 무던한 노력과 “작은 역할이라도 열심히 한다면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불러줄 것”이라는 믿음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약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선영(문정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극 중 재우는 지금껏 그가 연기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몸에 익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첫 드라마 주연작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요즘은 영화보다 방송에서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 KBS ‘마지막 후뢰시맨’에 이어 이번 ‘마음을 자르다’ 주연까지 맡았고, 현재 tvN (이하 )에도 출연 중이고.
임지규: 요즘이 제일 바쁜 것 같다. 특히, 방송관계자분들이 ‘마지막 후뢰시맨’을 많이 보셨다고 들었는데, 덕분에 이번 작품을 비롯해 다른 기회들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선배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KBS <드라마 스페셜> ⑬│임지규 “이번 작품으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거다”
⑬│임지규 “이번 작품으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거다”" />
이나 등 최근작들을 보면 여자한테 매달리는 ‘찌질한’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번 ‘마음을 자르다’의 재우는 전체적으로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다.
임지규: 재우는 나이는 어리지만 선영에게 남자로 보여야 되는 인물인데 지금까지 남자다운 연기를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초반에 애를 먹었다. 그냥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이게 만만치 않은 거다. 지금까지는 좀 구부정한 자세로 편안하게 대사를 쳤다면, 이번에는 바른 자세로 말투나 표정도 다르게 연기를 해야 되니까. 사실 주변에서도 너무 연약한 캐릭터만 보여주는 것 같다고 걱정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나 역시 기대가 된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경험이 많은 문정희, 김나운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꽤 도움이 됐겠다.
임지규: 진짜 많은 도움이 됐다. 제대로 된 멜로연기는 처음인데, 멜로라는 건 상대방과 감정을 주고받아야 되는 연기잖나. 내가 쫓기듯 초조하게 연기를 하고 있으면 정희 누나가 여자에 대해 많이 알려주시기도 하고. 아, 나보고 결혼 빨리 하라고 하시더라. (웃음) 나운 선배는 극 중 누나로 나오는데, 심장병에 걸리고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동생을 뒀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나. 그래서 그 감정을 준비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집이나 차에 한동안 내 사진을 붙여놓으셨다고 하더라. 남편분이 질투할 정도로. (웃음)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막상 연기를 같이 해보니까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해주는 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심장병을 앓던 재우의 직업이 애니메이터인데, 아무 의미 없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임지규: 정확하게 봤다. 어렸을 때부터 아파서 세상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던 재우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혼자 만화를 그리는 직업이 여러모로 닮았다. 하지만 선영을 만나게 되면서 이 직업은 그녀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변한다. 선영의 아들 우주에게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선물하고 함께 소풍도 떠나면서 관계가 가까워진다. 사실 ‘심장’이라는 소재만으로는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재우의 직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

“내가 영화와 관계된 사람이라는 게 참 재밌다”
KBS <드라마 스페셜> ⑬│임지규 “이번 작품으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거다”
⑬│임지규 “이번 작품으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거다”" /> 첫 단편영화 이후 장편영화, 상업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그런 노력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속상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을 텐데.
임지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가진 작품을 해야겠지만, 내가 원한다고 해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작은 역할이라도 열심히 한다면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불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마지막 후뢰시맨’ 편도 국민의 대다수는 못 봤겠지만, 나는 이 작품 덕분에 다른 기회들을 얻었잖나.

조급한 성격이 아닌 것 같다.
임지규: 내가 뭘 하든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시간적 제약 때문에 순발력이 필요한 드라마보다 여유롭게 준비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 현장이 더 익숙하다. 게다가 난 연기를 많이 해 본 사람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아무래도 다른 각도로 다가가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이제 단막극 주연까지 맡았는데, 그 다음 목표는 뭔가.
임지규: 더 긴 시간동안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독립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
임지규: 언제든지. 그 곳에서 내가 연기를 배우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까. 근데 이나 의 윤성호 감독님은 내가 독립영화 전문배우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계속 독립영화만 하다보면 그것만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도 있으니 다른 걸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으신 것 같다. 그래서 작은 일에 날 부르는 걸 굉장히 미안해하신다. 아무튼 내가 영화와 관계된 사람이라는 게 참 재밌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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