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권│My name is...
박혁권│My name is...
My name is 박혁권. 빛날 혁(赫)에 권세 권(權). 권자 돌림이라 끝에 권을 쓰고, 좋은 거 그냥 갖다 붙인 거 같다.
1971년 7월 11일에 태어났다. 출생신고를 늦게 해서 호적에는 73년생으로 돼 있다. 데뷔하고 매니지먼트에서 75년생으로 한 적이 있는데, 그건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래서 활동은 71년생으로 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이틀 나가고 안 나갔다. 그냥 가기 싫었다. 다 싫었다. 선생님도 싫고 애들도 싫고 학교도 싫고 집도 싫고 다 싫었다. 학교 간다고 해놓고, 수원 집을 떠나 인천에서 2년 동안 있었다. 웨이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 일하며 먹고 살았다. 집에 돌아왔고, 검정고시를 봤다. 그러던 어느 날,
스포츠신문에서 극단 단원 모집 공고를 봤다. 전화를 했고, 오디션을 봤다. 바로 나오라고 했다. 포스터를 많이 붙였던 기억이 난다. 기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고, 서울예대 연극과에 93년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 1년 뒤 다시 써서 94학번으로 들어갔다.
눈물이 많다. 엄청 잘 운다. (웃음) 타고났다. 가끔 감정의 끝은 슬픔과 닿아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사람들은 울면 창피하게 생각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슬프면 울고, 즐거우면 웃고, 화나면 화내고. 그게 제정신으로 살아가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여자 친구가 있다. 1년 반 정도 사귀었다. 결혼은 잘 모르겠다. 안 하겠다는 것보단, 결혼이라는 제도가 웃기다. 자연스럽지 않고 인간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 같아서. 하지만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 가도 늦은 건데 서두를 필요가 있나 싶다.
남자들이랑 모이면 여자 이야기 40%, 영화 이야기 30%,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30%로 섞어서 논다. 음담패설도 좀 하고. (웃음)
하루 종일 두리번거리면서 사람 구경할 때도 있다. 난 구경하는 게 참 재밌다. 뉴스에 나오는 인물들도 유심히 살핀다. ‘쟤가 왜 저런 말을 왜 할까’ 하고. 진심인지 아닌지는 다 드러난다. 예전에 모 인사가 종교계를 찾아가서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설명을 듣는데, ‘아 저건 가짜다’ 싶더라. 그런데 정말 가짜였다. (웃음)
영화 촬영차 미국에 두 달 정도 있을 때 박광정 선배님이 돌아가셨다. 극단 파크에 있을 때 대표셨다. 몸이 안 좋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찾아뵈었는데 평소에 연락 못 드린 게 죄송했다. 대표님이라 대하기가 어려웠고, 광정 선배님이 누군가를 살갑게 대해 주시는 분은 아니라 쉽게 다가가진 못했다. 하지만 연기에 한참 신경을 쓸 무렵 내게 많은 기회를 주셔서 참 고마웠다. 그 시절 공부해둔 걸로 지금 묻어가는 측면이 많다.
먹고 사는 걱정도 한다. MBC 출연 이후 회사에서는 시트콤을 알아보고 있다고 그랬다. 매니저는 나를 잘 아니까 코미디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에서는 진지한데, 시트콤으로 넘어가면 그런 이미지를 해쳐 감독님께 죄송할 것 같았다. 만약 했으면 대중적으로 어필도 되고 했을 텐데 하고, 지금은 조금 후회하고 있다. (웃음)
CF도 몇 개 들어왔다. 모 보험회사 광고랑, 제품 광고였다. 전자는 내가 싫어하는 회사라 안 했고, 후자는 배우 박혁권이라는 이름 대신 무명씨로 나와야 돼서 거부했다. 보험회사 광고는 돈만 보고 쫓아갔다가 시간이 흐른 후 부끄러워질 것 같아 하지 않았고, 제품 광고는 TV를 통해 알려진 배우의 얼굴을 이용해 시청자를 속인다는 생각에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또 후회되긴 했다. (웃음) 아직은 충돌이 많다.
생각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연기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는데, 좀 더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 같은 걸 만들고 싶다.
집에는 TV가 없다. 요즘 TV나 영화에 가짜가 너무 많다. 영화는 1년에 5편도 안 본다. TV는 가끔 을 본다. 보면 너무 웃기다. 가식이 없다. 표범 같은 애들 보면 완전히 건달들 같다. 누가 오나 안 오나 두리번거리고, 막 거드름 피우는 거 보면 정말 웃기다. 카메라도 한 번 쓱 쳐다 봐주고. 아. 연기를 그렇게 해야 되는데!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진짜라고 생각한다. 영화 에서 그가 보여준 살벌한 연기처럼 상황이 강하고 명확한 역할을 맡고 싶다.
좋고 싫은 게 없는 사람들은 바보다. 그런 게 있어야 판단 기준이 서지 않나. 세상을 두루뭉술하게 보는 사람들이 싫다. 좋은 게 좋은 거라든가, 지구는 둥그니까. 이딴 말 하면 한 대 때리고 싶다. (웃음)
정치 이야기? 4대강? 하하. 술자리에서 한 번 얘기해 봅시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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