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의 10 Voice] <웰컴투더쇼>에 필요한 것, UV가 알려주마
에 필요한 것, UV가 알려주마" />
SBS , 엔딩 무대를 장식하기로 한 빅뱅은 비행기 시간 연착으로 방송을 펑크 낸다. f(x)의 설리를 짝사랑하는 2AM의 슬옹은 2PM의 닉쿤이 설리와 사귄다고 오해하고 생방송 중 돌발 발언으로 닉쿤과 제작진을 곤경에 빠뜨리지만, 가장 쇼킹한 사건은 역시 ‘뮤티즌 송’을 수상한 아이유의 “닉쿤 오빠와 사귀고 있다”는 고백이다. 방송사고와 스캔들 속에서 팬들의 폭동이 일어나고 MBC 가 “아이돌 간의 연애, 한류 열풍에 타격”이라는 뉴스를 내보낼 법도 한 대형사고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뻥’, 16일 방송된 SBS 의 세계다.

, 새로운 형식,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
[최지은의 10 Voice] <웰컴투더쇼>에 필요한 것, UV가 알려주마
에 필요한 것, UV가 알려주마" />
한 회가 제작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돌, 선배 가수, PD와 작가, 매니저 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은 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허구의 캐릭터로 허구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모큐멘터리’ 기법을 활용한 시트콤이다. 대선배 마에스트로(김장훈)을 본 체 만 체 지나치는 새파란 후배 그룹은 ‘인피니트 역을 연기하는 인피니트’일 뿐, “이것은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 관련이 없”다. 하지만 MC 임슬옹이 닉쿤과 설리의 다정한 MC 멘트에 질투심을 불태우며 그 대목이 잘려 나가길 바라는 모습은 어디가 페이크고, 어디가 진짜인지 알기 어렵다. ‘슬옹 역을 연기하는 임슬옹’이라는 독특한 형식 때문만은 아니다. 남자 아이돌이 여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모큐멘터리 또는 페이크 다큐의 핵심은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대중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사건을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동시에 재밌게 뒤트는데 있다.

처럼 국내에서 실제 연예계를 뒤트는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건 대중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HOT 출신의 토니안의 말대로 “팬들의 시선 때문에 남녀 아이돌이 서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시절”이라면 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KBS 에서 인기가수이자 대형 기획사 대표이자 이 드라마의 제작자이기도 한 박진영이 ‘데뷔에 실패한 가수 출신의 가난한 기간제 교사이자 스스로 동안이라 주장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의 소유자 양진만’을 연기하는 것이 웃기는 건 시청자들이 박진영에 대해 그만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세윤과 뮤지의 듀오 UV가 출연하는 Mnet < UV 신드롬 >이 방영됐고, 오는 6월 방영하는 MBC 은 MBC 의 가상 연애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이 인터넷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연예계에 대한 가십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 동시에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예능의 대세를 차지하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약진 중인 시대에 연예계의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점점 무의미해진다. 이 ‘리얼 강박’의 시대에 처럼 장르 간의 이종교배, 현실과 허구의 혼합이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치밀함과 과감함, 그리고 뻔뻔함을 필요로 하는 쇼
[최지은의 10 Voice] <웰컴투더쇼>에 필요한 것, UV가 알려주마
에 필요한 것, UV가 알려주마" />
그래서 는 디테일한 리얼리티를 보여주는데 충실하다. “동방신기 오는 날엔 먹을 게 많아져서 좋아”라는 대사로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 및 스태프들의 간식까지 챙기는 ‘조공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각종 방송용어나 ‘원데이 (2AM과 2PM을 합쳐 부르는 말)’라는 별명 등을 자막으로 풀어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가 재미있는 쇼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방송을 둘러싼 가상현실을 창조한 것은 발 빠른 선택이지만 그것만으로 코미디와 드라마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역시 방송사를 배경으로 한 미국 시트콤 은 ‘TGS with Tracy Jordan’ 라는 가상 코미디 쇼의 독특한 콘셉트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반면 의 캐릭터들은 평면적이었고, 개연성 없이 흘러가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감동 코드로 황급히 봉합됐다. 파일럿 방송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새로운 기법에 비해 새롭지 않았던 내용은 아쉽다.

< UV 신드롬 >은 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시즌 1에서 이 프로그램의 소재는 가요계의 현실이었다. 표절과 립싱크는 물론 아이돌의 연애 허용 등 가요계의 현안이 패러디되고, 태양과 구준엽 등 실제 뮤지션들이 예상치 못한 모습을 연기하면서 웃음을 일으켰다. 반면 지난 15일 시즌 2 격인 < UV 신드롬 BEGINS >의 예고편, < UV는 왜 Mnet을 거부하는가 >는 그 시즌 1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 유세윤과 뮤지는 카메라를 향해 “엠넷은 자폭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CJ 계열의 밥, 빵, 영화, 기타 등등을 하나도 접하지 않겠다”는, Mnet의 모기업에 대한 다소 위험한 수위의 도발까지 서슴지 않는다. < UV 신드롬 >은 발 빠르게 시즌1으로 변화한 UV의 현실까지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는다. 중요한 건 단지 현실에 최대한 가까운 허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을 빠르게 잡아내는 동시에, 그것들을 얼마나 뻔뻔하게 코미디로 만드느냐다. 음악 프로그램인 줄 알고 출연했는데 웃음거리가 되었다며 분개하던 유세윤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라 일갈한다. 이 장면이 웃긴 건 시청자들이 그의 본업이 코미디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뻔뻔할 만큼 자신을 코미디의 대상으로 삼는데 능숙한 유세윤의 연기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큐멘터리 또는 페이크 다큐의 기본은 현실의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의미 있는 코미디가 되려면 현실의 반영만으로는 어렵다. 중요한 건 그 현실을 통해 얼마나 더 재미있는 거짓말을 만들어내느냐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실의 치밀함과 현실에 대한 과감함, 그리고 약간의 뻔뻔함이다.

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글.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