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눈물의 12회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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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지난 1월의 어느 날. KBS 의 곽정환 감독은 전라남도 화순의 운주사에 있었다. 10회에서 태하(오지호)가 불상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곳으로 갔다는 말에 대길(장혁)이 단번에 알아맞혔던 그 곳이다. “운주사에는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불상이 있어요. 땅에서 이루지 못한 민초들의 뜻을 담은 불상이라고 해요. 그 얘기를 듣고 이곳에서 촬영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곽정환 감독은 그렇게 아직 다가오지 않은 태하의 세상과 노비들의 꿈을 담아 운주사를 촬영 장소로 골랐다. 곽정환 감독의 말을 듣고 보니 다른 사찰에 비해 투박하게 깎은 듯한 석탑과 불상들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운주사를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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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주사는 에서 상징적 의미만을 갖지는 않는다. 9, 10회에서 많은 조연들이 죽은 뒤, 운주사는 주요 인물들이 대거 모이는 공간이다. 태하는 원손 마마를 한 손에 안고 자신의 옛 동지들을 만나고, 대길 패거리 역시 운주사로 모인다. 하늘을 바라보는 불상 밑에서 쫓는 자의 집착과 쫓기는 자의 복잡한 마음이 뒤엉킨다. 이 날 운주사에서 찍은 분량은 5신정도. 신의 내용도 화려한 액션 보다는 캐릭터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그 만남과 헤어짐의 감정처럼 깊고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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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내딛자마자 돌아서 주세요.” 곽정환 감독이 태하, 오지호에게 연기 지시를 한다. 그는 “초반 몇 회는 몇 달 전부터 촬영을 해서 여유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시간과의 싸움이에요”라고 말하지만, 촬영할 때만큼은 시간을 잊은 듯 모든 것을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파고든다. 인물의 작은 동선 하나, 사소한 고증 하나까지 놓치는 법이 없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신을 찍은 설화, 김하은에게는 “뛰어온 뒤 좀 더 숨 가쁘게 할 것”을 지시한다. 운주사의 대웅전에서 태하의 뒤를 쫓은 대길을 맞이하는 동자승이 등장할 때는 “과거에는 주지 스님 외에는 대웅전에 들어갈 때 정문이 아닌 곁문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인 받고 이를 화면에 반영한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곽정환 감독의 운동량은 액션 연기를 하는 대길이와 태하 못지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모니터 화면과 현장을 왔다갔다하며 모든 것을 체크하고, 지시하고, 다시 모니터했다.

그곳에선 비마저 조용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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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 한 번 나지 않지만 밀도 있게 집중하는 제작진의 분위기는 곧 연기자들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추노꾼 패거리 장혁, 김지석, 한정수는 촬영 전부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찍을 신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었고, 오지호와 이다해는 촬영 시간 동안 좀처럼 말을 하지 않은 채 연기에만 몰입했다. 그들이 웃으면서 말을 하게 된 건 오지호의 촬영 분량이 모두 끝난 뒤였다. “먼저 가다니 반칙이야!” 이다해가 오지호에게 웃으며 말한다. 아마 옆에 대길이가 있었다면 눈에서 불이 솟아오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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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배우들을 발견한 여행객들의 작은 말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한 현장. 그리고 그 고요함은 조금씩 흩날리던 눈이 비로 변하는 순간 깨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지나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이 날 의 밤 촬영은 취소 됐다. 예정대로라면 운주사 주변에서 한차례 액션 신 촬영이 있을 예정이었다고. 비가 오면 어려운 것은 야외 촬영 뿐만이 아니다. 오디오 기능이 약해 원래 별도의 오디오 세트를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레드원 카메라로 비오는 날 촬영을 하려면 그만큼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조명 기구에는 막이 쳐지고, 스태프들은 촬영이 진행되는 운주사 처마 밑으로 모여 촬영을 진행한다. 하지만 촬영장의 고요한 공기는 그대로다. 동자승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도 촬영이 끝나기 전까지 계속 대사를 외우며 분위기에 몰입한다. 장혁은 이런 아이가 귀여운지 아이의 머리를 매만지며 촬영 틈틈이 대사 처리에 대해 지도해준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아이는 여러 차례 진행되는 촬영에서도 똑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촬영을 마치고 엄마의 품에 안겼다.

바로 오늘 밤 만나게 될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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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시작한 촬영이 어느덧 저녁 8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부터 저녁까지 의 제작진이 찍고 있는 신은 단 하나. 대길의 오열 장면이다. 12회에 방영되는 이 장면은 지금까지 에서 대길이 가장 폭발적으로 감정을 터뜨리는 신. 그만큼 모든 촬영에 진지했던 곽정환 감독과 장혁의 에너지가 더욱 강하게 부딪치는 순간이었다. 장혁은 촬영 시작 전부터 PMP로 에서 자신과 혜원의 멜로 신을 보며 그 순간의 감정들에 몰입했다. 그리고 곽정환 감독은 끊임없이 촬영을 반복한다. 풀샷으로, 클로즈업으로, 지미집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곽정환 감독의 지시에 따라 의 스태프들은 빠르게 설정에 맞게 모든 기기들을 조작한다. 장혁은 끊임없이 울고, 웃고, 소리 지르고,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연기를 반복한다. 몇 시간동안 찍은 이 컷들 중 곽정환 감독의 선택을 거쳐 의 본방송에 나올 분량은 불과 몇 분. 하지만 곽정환 감독도, 장혁도, 스태프들도 “대길이의 감정이 터지는” 신의 중요성을 알기에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는다. 추노꾼에 쫓기는 노비처럼 시간에 쫓기는 의 현장. 하지만 그들은 촬영의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다해 최선의 결과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바로 오늘 의 12회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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