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태어난 줄도 몰랐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사이 변한 건 아빠의 성별이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는 기적도, 눈물의 상봉도 없이 시작된 부자의 1주일, 과연 지현(이나영)은 아들 유빈(김희수)과 애인 준서(김지석) 사이에서 끝까지 비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콧수염을 붙인 초보 아빠 이나영의 모습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제작 하리마오 픽쳐스, 감독 이광재) 시사회가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트랜스젠더라는 만만치 않은 소재를 가족, 코미디, 로맨스라는 코드로 최대한 가볍고 밝게 풀어낸 는 2008년 예상치 못한 히트작이었던 처럼 어깨에 힘 빼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설프고 마음 여린 아빠 이나영과 시크하고 어른스런 아들 김희수 콤비, 사랑에 눈이 먼 남자 준서를 연기하는 김지석의 조화도 좋다. 지현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경박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구 영광 역의 김흥수, 아빠를 찾아간 유빈이 유괴당한 줄 알고 수사에 들어가는 김형사 역 김희원 등 조연들의 코믹 연기도 뛰어나다. 다음은 이광재 감독, 이나영, 김지석, 그리고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영화를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며 큰절로 새해 인사를 한 김희수와의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트랜스젠더’라는, 상업영화에서 쉽지 않은 소재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광재 감독 : 인물의 설정에 대해 그렇게 크게 주안점을 두었다기보다 사람들은 살면서 무엇이든 특별한 선택을 하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살게 되는데, 지현이 여자가 되기로 한 것도 누구나 하는 선택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남녀나 가족 간의 사랑처럼 보편적인 감정에 바탕을 두고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

“케이트 블란쳇의 남자 연기가 충격적이었다”
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지현이 아빠로 변신하는 남장 연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공부한 부분이 있다면.
이나영 : 사실 처음 이 역할을 맡으며 제일 고민한 부분인데 그게 또 다른 선입견과의 싸움이었다. 남자, 아빠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 떠는 것, 앉는 태도, 울 때의 느낌 등 디테일한 것들을 생각해 봤는데 정작 지현이는 자기만의 여성성을 아주 크게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마 보통 여자들이 아빠를 표현할 때의 어설픔이 영화의 상황에 맞을 것 같아서 나중에는 내가 느끼는 대로의 모습이 이 영화에 맞다고 생각했다.

영화에는 과거 지현이 남자였던 당시의 모습도 등장하는데 남자를 연기해본 소감은 어떤가.
이나영 : 평상시 탐냈거나 해보고 싶었던 역할 중 남자 역할이 있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이뤘다. 영화 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밥 딜런을 연기했을 때 남장이 아닌 남자 연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고.

남자 모습이 강동원, 장동건과 흡사하다는 설이 있는데 본인 생각은?
이나영 : 내가 닮았다고 하면 그분들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웃음) 나한테는 더없이 영광인데, 어느 누구와 닮아도 그분들이라면 황송할 뿐이다.

부자 관계를 연기한 두 배우는 어떻게 서로 친해졌나.
김희수 : 유빈이가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전동 건 조립과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다정하게 된 것 같다.
이나영 : 희수 군이 굉장히 쿨한 성격이다. (웃음) 나도 아역배우와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그래도 대본 연습을 같이 많이 했고 희수 군도 내가 아빠 분장을 했을 때 더 편하게 다가와서 현장에서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얼마 전 제작보고회 때 김지석은 이나영에 대한 애정을 크게 표했는데.
김지석 : 사실 그 날 이후 이나영 씨를 다시 만나는 게 오늘이 처음이라 정말 보고 싶었고 설ㄹㅔㅆ다. (웃음) 친구나 지인들이 기사를 보고 ‘여신이 뭐냐’ 고 놀렸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진심인데! 어쨌든 내가 이나영 누나와 함께 작업을 한 건 정말 좋은 추억이었고, 아직까지는 초등학교 4학년인 희수 군보다 덜 친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그 흔한 키스신도 없고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 아쉬움이 많겠다. 또 이나영과 함께 출연할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이길 원하나.
김지석 : 왜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웃음) 일단 영화가 잘 되어서 나영 누나가 치킨 사들고 면회라도 한 번 와주실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사실 항상 모니터 앞에 이나영 씨와 희수 군이 같이 앉아있는 걸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내가 희수 군보다 모자란 게 뭘까 생각도 해봤는데 나는 희수 군처럼 순수하지가 못한 것 같다. 역시 남자가 여자에게 어필하려면 이렇게 아동적인 순수함도 필요한 것 같다. 하하. 다시 이나영 씨와 같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물론 좋고, 그 때는 멋있고 완벽한 남자를 연기하고 싶다. 이나영 씨가 에서 연기한 캐릭터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내용이라면 즐겁지 않을까.

“이나영은 남장한 모습도 아름답다”
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이나영 “남장 연기가 아니라 남자 연기다”
이나영의 남장한 모습은 어땠나.
김지석 :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저렇게 해도 예쁘구나. 혹은 머리 스타일이 짧으니까 작은 머리가 더 돋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 저렇게 머리가 작다니 이나영 씨 어머님은 출산의 고통이 적으셨겠구나. 등등. 그리고 이나영 씨가 아빠 연기를 하실 때는 ‘저 아빠의 부인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만약 영화 속 상황처럼 사랑하는 여자가 원래는 남자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 같나.
김지석 : 사실 영화 찍기 전부터 자신에게 수도 없이 물어봤다. 만약 준서가 처한 상황이 나에게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든 생각은, 결국 외모나 보이는 것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어쨌든 이나영 씨 같은 분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감독이 생각하는 배우들의 가장 큰 장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해 달라.
이광재 감독 : 세 분 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나 진정성이 강한 배우들이어서 리허설이나 테스트가 많지 않아도 시나리오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잘 표현해준 것 같다. 그리고 카메라 발을 잘 받도록 외모가 출중한 분들이라는 장점도 있다. (웃음) 아쉬운 점은 잘 모르겠고.

그럼 배우들이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 혹시 아쉬웠던 점이 있으면 얘기해달라.
김지석 : 신인이라 감독님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길을 잃는 스타일인데 감독님께서 다 듣고 수용해주시고 이해시켜주셔서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단점은, 현장이란 데가 그렇고 감독님들이 원체 그렇긴 하지만 오늘 모자 안 쓰신 모습을 처음 봤다. (웃음) 안 쓰시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
이나영 : 작품을 준비하면서 캐릭터의 진정성에 좀 많이 다가가고 싶었는데 내가 당황하거나 많은 생각을 할 때도 감독님이 중심을 잡고 설득해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우리를 끌어주신 걸 감사히 생각한다.
김희수 : 감독님, 사랑해요.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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