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가도 아마존은 다시 못 가겠다”
“북극은 가도 아마존은 다시 못 가겠다”
12월 18일 밤 10시 55분 첫방송되는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5부작 은 섭씨 45도가 넘는 아마존 원시림 속에서 인디오와 피라냐 떼, 온 몸을 물어뜯는 벌레들과 함께 300여 일을 보낸 제작진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여전히 해충에 물린 자국이 온 몸에 남아 있는 김현철 PD, 김진만 PD, 송인혁 촬영감독, 김만태 촬영감독, 김정민 조연출과 후방에서 제작을 지원한 허태정 프로듀서, 정성후 CP로부터 그 기나긴 사투에 대해 들었다.

프롤로그를 보니 벌레에 온 몸을 물려서 고생하던데 건강은 괜찮은가. (웃음)
김진만 PD : 지금은 자국이 많이 옅어졌는데 조연출은 술만 마시면 그 때 상태로 돌아간다. (웃음) 물렸을 때의 가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고 일어나면 저도 모르게 긁어서 손톱 아래 피가 흥건히 고여 있을 정도였다.
김현철 PD : 우리끼리 농담으로 ‘원시의 수호자들은 벌레들이다’ 라고 했을 정도다.
정성후 CP : 내레이션을 하러 왔던 김남길 씨가 영상을 보고 나서 “다들 살아 계신 거죠?”라고 물을 정도였다. (웃음)

“외부 접촉이 없던 인디오를 만나는 건 경이로웠다”
“북극은 가도 아마존은 다시 못 가겠다”
“북극은 가도 아마존은 다시 못 가겠다”
그렇게 고생스런 프로그램에 두 명의 PD는 자원해서 갔나.
김현철 PD : 자원했겠나! (웃음) 그냥 팀장님이 자료를 주시면서 물어보시길래 일단 읽어는 보겠다고 했더니 그 다음날 내가 오케이했다는 소문이 나 버린 거다.
김진만 PD : 김현철 PD가 간다는 소문 듣고 얼떨결에 따라갔다. 고생은 했지만 지나고 나니 좋은 추억인 것 같다.
허태정 프로듀서 : 이후 기자들이 다시 북극에 가라면 가겠냐고 물을 때는 갈 수 있다고 했는데 후배들이 고생한 걸 보니 아마존은 못 갈 것 같다. (웃음)
김진만 PD : 앞으로 그렇게 좋은 기회는 후배들에게 양보하겠다. 이번에 갔던 김정민 조연출이 5, 10년 후 다시 가서 인디오들과 다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웃음)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갔겠지만 막상 아마존의 자연 환경을 맞닥뜨렸을 때는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김진만 PD : 정신 줄을 놓아 버렸다. (웃음) 자바리 강 유역의 인디오들이 사는 곳에 가기 며칠 전에 ‘삐융’이라는 벌레에 대해 듣긴 했지만 작아서 눈에 잘 안 보이고 물리면 핏방울 하나 맺히길래 별 것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 반 정도 지나니까 가려움이 엄청났다. 마침 촬영감독님이 군 의무병 출신이라 벌레 물린 자리를 긁지 말고 햇볕에 말리라고 하는 말씀을 듣고 따랐더니 덧나 버렸다. 결국 두 번째 촬영부터는 장갑, 복면 마스크, 긴 팔 긴 바지에 양말까지 신고 다녔다. 날씨가 섭씨 45도 정도였는데.

식인 물고기 파라냐가 가득한 강에서 수중 촬영을 할 때 목숨이 걱정되진 않았나.
김현철 PD : 보름 이상 배 위에서 먹고 자며 수중생물들을 찍으러 다니느라 김만태 촬영감독이 고생을 많이 했다. 피라냐에게 손가락을 물리기도 했고.
김만태 촬영감독 : 생긴 게 그래서 다들 겁이 없는 줄 아는데 사실 나는 겁이 많다. (웃음) 하지만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만큼 위험하지는 않았다. 굉장히 넓은 곳에서 찍다 보니 오히려 빨리 물고기들을 만나고 싶어 초조했던 기억이 있다. 핑크색 돌고래 보뚜 촬영은 호수에서 했는데, 내가 9년째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도 이번 수중 촬영처럼 환상적인 경험을 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로 갈수록 보뚜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느꼈다. 나를 향해 윙크하고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함께 노는 기분이었다.

외부인들과 접촉이 별로 없는 인디오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험은 어땠나.
김진만 PD : 브라질은 후나이라는 관리국에서 인디오들을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촬영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미접촉 부족도 있다. 우리가 방송이나 다른 매체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부족 가운데 ‘조에’ 부족의 촬영을 간신히 허가받아서 한국과 브라질 현지에서 엄격한 신체검사를 받고서야 그들을 만났다. 인디오들은 외부의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해야 했다.
허태정 프로듀서 : 작년 9월부터 조에 부족과의 만남을 요청했는데 올 5월에 담당자들을 만났을 때는 그들이 한국인들에게 호의적이라 안심을 좀 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후 신종플루가 브라질을 덮치면서 촬영이 취소될 뻔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진만 PD : 외부인들에게 배타적일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굉장히 순진하고 촬영 팀에게 친근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 몸을 만져보기도 하고 안경, 시계, 카메라에 대해 묻기도 하고 송인혁 촬영감독의 몸 개그를 특히 좋아했다. (웃음) 이런 부족들은 수천 년 동안 살아온 그들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면 경이롭거나 충격적인 순간도 많았다. 수렵 채취 생활을 하는 것도 그렇고,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따지지 않고 아이를 함께 키우는데 족내혼을 하기 때문에 모든 부족이 다 A형이다.

“김남길은 슬픔이나 원시 자연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북극은 가도 아마존은 다시 못 가겠다”
“북극은 가도 아마존은 다시 못 가겠다”
인디오들이 제작진에게 원숭이 고기를 권하던데 맛이 어땠나.
김진만 PD : 호의로 주는 거라 받아먹고 맛있다고 했지만 사실 뒤돌아서 토했기 때문에 맛은 잘 모르겠다. (웃음)
김정민 조연출 : 훈제를 한 거라서 큰 거부감은 없었지만 씻지 않은 고기를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다가 씻지 않은 절구에 빻아 준 거라 원숭이 고기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위생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웃음) 맛은 닭고기와 비슷했다. 또 다른 부족에서는 삶은 악어고기를 주기도 했는데 좀 비린 맛이었다.
김현철 PD : 우리 팀은 거북이 고기를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완전히 나체로 생활하는 인디오 부족들도 있는데 함께 생활하거나 촬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진만 PD : 와우라 부족이 사는 마을에 내렸을 때 멀리서 벌거벗은 사람들 백여 명이 달려오는 건 조금 무서웠다. (웃음) 처음 이틀 정도는 시선 둘 곳이 없었지만 며칠 지나니까 자연스러워졌다. 우리가 씻고 있으면 부족민들이 와서 지켜보기도 하고. (웃음)
허태정 프로듀서 : 인디오들의 신체 노출이나 아르마딜로를 사냥해 껍질을 벗기는 장면, 악어의 목을 자르는 장면 등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는 장면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원래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의 화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서 프롤로그에서는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 방송 후 반응에 따라 본편에서는 모자이크 하지 않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에 이어 씨네플렉스 장비를 이용한 항공 촬영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다.
김현철 PD : 9월 촬영 당시 소 농장을 만들기 위해 밀림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항공 촬영해야 하는데 씨네플렉스에 맞는 헬리콥터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일단 마나우스에서 장비를 장착한 채 6시간을 타고 가서 촬영했다. 중간에 급유할 곳이 없어서 급유하는 비행기도 한 대 더 따라오고, 결국 불타는 밀림을 담을 수 있었다.
허태정 프로듀서 : 북극에서만 힘들 줄 알았는데 아마존에서도 쉽지 않았다. 비용도 헬기를 빌리는 데만 7만 달러, 씨네플렉스 장비를 렌트하는 비용과 인건비까지 4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억 3천만 원 가량 들었다.

프롤로그의 내레이션을 에서 비담 역으로 큰 인기를 모은 김남길이 맡았다.
김진만 PD : 김남길 씨가 다큐멘터리를 워낙 좋아한다고 들었다.
김현철 PD :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더빙하는 걸 듣고 바로 좋다고 느꼈다. 젊은데도 슬픈 느낌이나 원시 자연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본편에서도 내레이션을 맡게 될지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이 그랬듯 에서도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이 파괴됨으로 인해 그 곳에 살고 있는 인간, 동식물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을 그리게 될 것 같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현철 PD :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비극이 초래되는 것 같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을 땐 고무 때문에, 그 다음에는 황금, 목재를 얻기 위한 개발이 있었고 지금은 밀림을 불태워 소 목장을 만든다. 가서 보면 두 시간 동안 경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도 여전히 밀림을 벗어나지 못할 만큼 상상을 초월하게 거대한 공간인데 이런 곳이 계속 파괴된다면 지구 전체의 환경에도 영향을 줄 거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삶 역시 많이 변할 것 같다는 걸 느꼈다.
김진만 PD : 아마존 생태의 반대말은 ‘도시’인 것 같다. 인디오 부족의 젊은이들은 도시에 굉장히 가고 싶어 하지만 돈이 없어서 나가지 못한다. 술 같은 걸 접해보지 않다가 도시로 나간 뒤 알코올 중독에 걸린 부족민들도 많고, 마지막 다섯 명이 남은 또 다른 부족은 소 농장에 둘러싸여 고립된 상태다. 그들이 죽으면 부족의 땅은 결국 소 농장이 될 텐데, 이렇게 인디오들의 생활 터전이 사라지는 게 바로 아마존이 사라지는 거다. 아마존의 주인은 전 지구인일 수도 있지만 지금 그 곳에 살고 있는 부족민들일 텐데,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금광업자나 석유업자에 의해 죽음을 맞기도 해서 어려운 상황이다. 1월부터 방송되는 본편에서는 그런 인디오들의 삶 이야기에 집중해볼 생각이다.

사진제공_MBC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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