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개최된 제 47회 뉴욕필름페스티벌(이하 NYFF)이 최근 페르도 알모도바르 감독의 <브로큰 임브레이스>로 막을 내렸다. 17개국 총 29편의 작품이 소개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김태용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청춘의 십자로>가 스페셜 이벤트로 선정돼 변사 조희봉은 물론 소규모 악단과 가수들이 참여해 뉴요커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청춘의 십자로>를 관람한 관객들은 “30년대 영화로 보기에는 촬영기법 등이 무척 세련됐다”, “변사의 나레이션이 너무 재미있었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청춘의 십자로>는 각각 바쁜 스케줄로 인해 상영 하루 전 공연장에서 간단한 리허설을 가진 것이 전부였지만, NYFF를 찾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이후 예일대에서 2차 공연을 갖기도 했다.

또한, 본선 상영작으로 선정된 <마더> 역시 영화제가 열린 링컨센터 앨리스 털리 홀을 모두 메우며 큰 성원을 받았다. 관객들은 상영 후 가진 질의응답시간에 <마더>의 도입과 말미에 나오는 춤의 의미나 또 다른 교도소에서 어머니가 한 혐의자에게 “부모가 있냐”고 질문을 한 이유, 삽입된 음악을 정하는 작업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자세한 내용들을 질문했다.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 작품이었던 <괴물>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한국의 유명한 기타리스트”라며 이병우 음악감독을 소개했고, “우리는 같이 작업하면서 엄청나게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창조적인 것이 생기는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청춘의 십자로>와 <마더> 각각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영어 자막이 미흡하고 통역이 미숙했던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NYFF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기다리며

주목받은 한국영화 외에도 이번 NYFF에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감독 알랭 레네의 신작 <와일드 그래스>(Wild Grass)가 개막작으로 상영돼 레네는 물론 배우 앙드레 뒤솔리에와 마티유 아말릭도 참석해 팬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모두 차지했던 리 다니엘스 감독의 <프레셔스>(Precious: Based on the Novel ‘Push’ by Sapphire) 역시 관객을 만났다. <프레셔스>는 80년대 말 뉴욕 빈민가에서 부모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은 16살 소녀가 자신감을 되찾아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보여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 작품에 소녀의 잔혹한 어머니로 출연한 모니크의 연기는 아카데미상 후보설이 나올 정도였으며, 머라이어 캐리와 레니 크라비츠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제 6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 14회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The White Ribbon),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 토드 솔론즈의 <라이프 듀어링 워타임>(Life During Wartime), 카트린느 브레야의 <블루비어드>(Bluebeard), 라야 마틴의 <인디펜던시아>(Independencia), 클레르 드니의 <백인의 것>(White Material), 마렌 아데의 <에브리원 엘스>(Everyone Else), 사무엘 마오즈의 <레바논>(Lebanon) 등의 유명 작품들이 상영됐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는 다른 국제영화제의 출품작이나 수상작들이 대부분 초청된 것은 물론,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가 암울하고 잔인하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올해 상영작들은 영화제의 큐레이터로서가 아닌 평론가로서 영화를 선정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과거 NYFF는 호기심이 많은 뉴욕 영화팬들이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세계의 영화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요즘 다른 영화제에서 선정했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강요하는 영화들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제공_NYFF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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