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워싱턴 주 폭스(Forks)시가 <트와일라잇> 팬들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소설 <트와일라잇>의 배경이 된 폭스시는 작가가 뱀파이어 생활에 적합한 “인근 대도시와 떨어져 있으며, 산림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라는 설정에 부합하여 선택한 곳이다. 행정구역상 시로 구분되어 있지만 폭스시는 인구 3,120명의 작은 마을로, 그동안의 관광객이라고는 연어와 송어 낚시꾼이 전부였던 곳이다. 그러나 폭스시는 벨라가 핸섬한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 곳으로, ‘트와일라이터스(twilighters)’, ‘트와이하즈(twihards)’라 불리는 <트와일라잇>의 열혈 팬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으로 추앙받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올 8개월 동안 이 지역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배로 늘어나 인근 숙박시설의 예약이 급증하고, <트와일라잇> 기념품 상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낚시꾼밖에 오지 않던 도시를 성지로

폭스시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체로 10대 소녀들이나 소설에 심취한 여성들이며, 때로는 가족, 친구들과 그룹으로 찾거나 혹은 홀로 관광길에 오르기도 한다. 이들은 자세히 표시된 지도를 따라 벨라의 낡은 붉은색 트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벨라와 에드워드가 처음 만난 폭스 고등학교와 벨라의 아버지가 근무하는 시청도 찾는다. 이밖에도 폭스시 북동쪽에 위치한 워싱턴 주 포트 앤젤레스는 불량배들에게 쫓겨 궁지에 몰린 벨라를 에드워드가 구해준 후 식사를 하던 곳으로, 이곳에도 수많은 ‘트와일라이터스’가 ‘순례’중이다. 특히 <벨라 이탈리아나>라는 레스토랑은 벨라가 첫 데이트에서 주문한 음식 버섯 라비올리를 17달러로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벌써 4,500개의 주문을 받았다.

2006년 로고와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힌 티셔츠를 입고 관광하는 ‘트와일라이터스’를 본 폭스시 주민들은 반감을 가졌지만, 기념품 상점이 좋은 반응을 얻자 지금은 많은 주민들이 그들을 상대로 한 상품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모텔은 <트와일라잇>을 소재로 디자인하고, 주요 장소를 2~3시간 동안 투어 하는 패키지 상품도 개발했다. <트와일라잇>의 메카가 된 폭스시는 소설과 영화의 인기가 수그러들 때까지 특수를 만끽할 것으로 보인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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