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 : 그룹의 막내였다. 버라이어티 쇼의 소녀 장사였다. 단 한 작품으로 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하는 작품마다 성공하는 톱스타가 됐다. 그리고 그 톱스타의 자리에서 작품을 이끌고 가는 ‘아가씨’가 됐다. 이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점의 순간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류현경 : 탤런트. 윤은혜가 데뷔 초 출연했던 과자 CF에 함께 등장한다. 윤은혜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인이 된 뒤 잡지 모델 등을 하다 그룹 베이비복스에 들어간다.

베이비복스 : 윤은혜가 본격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그룹. 윤은혜는 베이비복스의 3집부터 15세 막내 멤버로 활동한다. 당시 그룹의 소속사였던 DR기획의 윤등룡 대표는 “오디션에서 윤은혜의 노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실수에 주먹으로 벽을 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그를 캐스팅했다. 또한 윤은혜의 부모는 윤은혜가 전공하던 미술과 베이비복스 활동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고, 윤은혜는 하루 종일 울다 “미술은 취미생활로라도 기회가 있을 것 같아” 베이비복스를 선택했다. 윤은혜는 “데뷔하고 5년 동안은 기억도 안 날 만큼” 바쁘게 보냈고, 힘들 때면 부모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곤 했다. 또한 윤은혜는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한 탓에 “어떤 곳에서든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스태프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지는 것”에 대해 익숙하다고 한다.

유재석 : 윤은혜가 소녀시절 짝사랑했던 MC. 물론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에서의 이야기다. 섹시 콘셉트가 강하던 베이비복스에서 ‘미성년자 막내’였던 윤은혜는 대중에게 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런 윤은혜가 자신의 캐릭터를 갖기 시작한 것이 바로 ‘X맨’이었다. 윤은혜는 ‘X맨’에서 ‘강호동을 이기는 소녀장사’의 캐릭터로 화제를 모았고, 유재석을 좋아하는 것으로 설정되면서 ‘X맨’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아직 소녀 같은 이미지가 많았던 윤은혜는 어떤 연예인과도 부담 없이 로맨스를 만들어내기 좋은 출연자였고, 유재석과의 로맨스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X맨’안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소녀의 로맨스’는 그 때부터 그의 장기였던 셈. 또한 윤은혜는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 촬영을 위해 권투를 배우면서 보통 1주일동안 배워야할 내용을 2시간 만에 소화, 그를 지도하던 코치에게 프로 선수로 활동할 것을 권유받을 만큼 실제로 운동신경이 좋다.

김종국 : 윤은혜와 함께 ‘X맨’에서 파란만장한 로맨스를 벌였던 가수. 윤은혜가 유재석 대신 신화의 에릭에게 캐러멜을 주며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하던 날, 김종국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같은 팀이었던 윤은혜와 커플이 되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시작됐다. 이들의 로맨스에는 이민기, 온주완, 박경림, 채연, 심지어는 박준규까지 가세하면서 ‘X맨’의 가장 크고 긴 스토리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천진난만한 소녀(여성)가 예상치 못한 로맨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이를 통해 실제 연애 같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은 ‘X맨’부터 MBC <커피프린스 1호점>까지 이어지는 윤은혜의 중요한 이미지다. 윤은혜는 이후 김종국의 뮤직비디오 ‘사랑한다는 말’ 등에 출연하며 김종국과 실제 교제설이 제기됐지만, 윤은혜는 최근 출연한 KBS <해피투게더>까지 몇 년 째 “(김종국과 교제설이 나자) 어머니가 신문 1면에 났다고 좋아하셨다”는 말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황인뢰 : MBC <궁>의 연출자. 당시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윤은혜를 캐스팅했다. 황인뢰 감독은 윤은혜를 효린 역으로 염두에 뒀지만, 윤은혜가 <궁>의 채경처럼 “남동생이 있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양반 다리를 하고 식사하는 모습에 그를 채경으로 캐스팅했다. 이렇다 할 연기 경력이 없는 가수가 화제작의 주연이 됐으니 논란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 당시 윤은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하게 되면 응원해주신 분들 위해 열심히 할 것이고, 안하게 되면 다른 작품으로 인사드리면 되는 거니 제발 싸우지 마세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그는 지금도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 내 상대 배우가 그것 때문에 겁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즉각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리액션을 하는 것 같다”며 연기 수업을 받지 않은 것을 의식한다. 그러나 <궁>은 논란과 별개로 큰 성공을 거뒀다.

박만영 : KBS <포도밭 그 사나이>의 연출자. 윤은혜는 <궁>에서 그랬듯 <포도밭 그 사나이>의 초반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지만, 결과적으로 MBC <주몽>과 동시간대에 편성된 KBS 드라마 중 가장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분명히 윤은혜는 목소리로 하는 연기에 단점을 갖고 있다. 발음은 부정확하고, 발성은 불안하며, 어떤 감정 상태에서건 비슷한 톤으로 대사를 말한다. 그러나 윤은혜는 여성 시청자들이 꿈꾸는 로맨스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윤은혜는 박만영 감독이 “(윤은혜는)연기를 하라고 하면 못한다. 20대 처녀의 꿈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했다”고 말한 것처럼 평범한 20대 여성의 입장에서 작품을 받아들인다. 또한 <궁>,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은 모두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윤은혜는 여성들이 좋아할 작품에 출연, 특정 공간 속에서 여성들이 꿈꾸는 로맨스를 ‘진짜’로 만들어준다. 어느 날 ‘소녀장사’에서 이슈메이커가 된 진짜 신데렐라, 혹은 ‘로맨스의 아이콘’의 탄생.

서인영 : 그룹 쥬얼리의 멤버. 윤은혜의 가장 친한 연예인 친구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서인영은 MBC <행복주식회사>의 ‘만원의 행복’ 출연 당시 윤은혜예게 ‘천원의 만찬’을 대접하기도 했다. 윤은혜는 일찍부터 연예인 활동을 시작한 탓에 친구가 많지 않고, 학창시절은 “너무 피곤해 잠잔 기억밖에 없다”고. 또한 <궁> 캐스팅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됐을 때는 “연예계 데뷔 8년차다. 일희일비하면 어떻게 버티겠냐”고 말했고, 자신이 원했던 MBC <케세라세라> 출연이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무산되자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어린 나이부터 연예인을 하면서 얻은 것도, 잃어버린 것도, 상처받은 것도 많았다. 윤은혜는 “일하면서 상처는 여전히 받지만 조금씩 단단해진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윤정 : <커피프린스 1호점>의 연출자. “선생님 없이 우리 마음대로 교실을 꾸미는 설렘”으로 찍었다는 <커피프린스 1호점>은 아직은 연기자로서 윤은혜의 정점이다. 그는 이 작품 이후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부족한 테크닉을 메워나갔다. 윤은혜는 예쁘지만 비싼 옷은 “보는 눈이 없고 고지식해서” 입지 않고, 여배우로서 예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최대한 남장 여자의 설정에 충실한 모습을 연출해 이윤정 감독이 “여자배우라면 예뻐 보이고 싶을 텐데 끝까지 선을 지킨다”는 칭찬을 들었다.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시켜 연기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편”이라는 그의 작품 선정 방식과 연기 방식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를 만나 최선의 결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드라마 속에서는 남장 여자를 소화할 만큼 털털하지만, 한 차례의 다이어트를 거쳐 어느새 CF와 화보에서 바비인형의 몸매를 보여주는 윤은혜의 모습은 어떤 여성들에게 판타지, 혹은 롤모델의 대상이 됐다. “내가 도망치고 있고, 도망치고 싶은지 아무도 몰랐다”던 윤은혜가 자신의 일을 즐기기 시작한 순간.

윤상현 : KBS <아가씨를 부탁해>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아가씨를 부탁해>는 윤은혜와 윤상현의 캐스팅으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첫 회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윤은혜의 연기력 논란도 다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윤은혜가 직면한 문제는 발음이나 발성보다 변화한 그의 상황과 캐릭터를 어떻게 시청자에게 설득하느냐일지도 모른다. 캐스팅 자체가 논란이 됐던 신인 연기자는 어느새 톱스타가 됐고, 그의 극중 캐릭터 역시 평범한 소녀에서 재벌 가문의 ‘아가씨’로 변했다. 과거의 캐릭터들이 평범한 여성들에게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했다면, <아가씨를 부탁해>의 혜나는 시청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다. 윤은혜는 자신의 경험이 아닌 상상력을 통해 이 캐릭터를 표현해야 한다. 여기에는 평상시나 자신이 납치당한 줄 알고 유언을 남길 때나 크게 다르지 않은 톤으로 연기하는 감정처리를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의 윤은혜는 로맨스의 신데렐라만 하기엔 너무 유명해졌고, 너무 예쁘다. ‘서민출신 황태자비’가 재벌가의 아가씨가 된 순간, 윤은혜는 더 넓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Who is next

윤은혜가 출연한 ‘X맨’의 MC였던 유재석과 현재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중인 대성과 같은 그룹인 G-드래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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