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포츠 단체로의 한국인 선수 진출은 해당 중계의 시청률을 급상승시키는 촉매와도 같다. 과거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국 최초의 중계권 분쟁을 일으켰고,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은 남의 나라 축구 경기였던 프리미어리그를 케이블 TV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로 끌어올렸다. 김동현과 추성훈의 종합격투기 단체 UFC 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두 선수가 동반 출격했던 은 케이블로서는 대박이라 할 수 있는 평균 시청률 2.49%를 기록하며 확실한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두 선수의 동반 승리를 기념하는 동반 기자간담회에 스포츠 매체뿐 아니라 연예 매체 기자들도 다수 참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제 마니악한 격투기 선수가 아닌, 대중적 스포츠 스타에 가까워진 두 선수를 만나 최고의 무대에서 싸운다는 것, 그리고 파이터로 사는 것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UFC 데뷔전 승리를 축하한다. 소감을 부탁한다.
추성훈
: 처음에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시합 끝나고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었다. 시합 전에 아내도 별다른 말없이 시합을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톱 레벨도 아닌 중상위권 선수인 앨런 밸처에게 상당히 고전했다. UFC의 벽을 느꼈을 것 같다.
추성훈
: 일단 현재 UFC에서 싸우는 선수들은 나보다 실력 있고 경험 많은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합에서도 쉽게 이긴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힘에서 서양 선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상대가 몸이 커서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다, 정말 모든 부분을 다 준비해야 하는데 힘을 키우기 좋은 운동이 있다면 그걸 하며 힘을 늘리고 싶다.

체격 얘기를 했는데 실제로 경기를 보면 상당히 체격 차가 났다. 현재 한계 체중 84㎏인 미들급에서 활동하는데 일각에선 체급을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
추성훈
: 주변에서 그런 얘기가 정말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체중을 줄이는 게 싫다. (웃음) 또 현재의 체급이 내가 베스트 컨디션으로 활동할 수 있는 체급이라고 생각한다. 웰터급은 77㎏인데 그 체중으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지, 잘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까진 지금 체급에서 활동하고 싶다.

추성훈 선수가 데뷔전 승리를 했던 날 김동현 선수는 UFC 3승을 기록했다. 대단한 기록이지만 그럼에도 상위 랭킹에 올라간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스스로 챔피언 타이틀까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보나.
김동현
: 너무 자신 있는 발언인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다른 선수들과 스파링하면서 다른 건 몰라도 클린치 상황에서 레슬링이나 그라운드 실력은 거의 탑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타격 실전 경험만 더 쌓으면 충분히 통한다고 본다. 하루 빨리 강자와의 싸움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실제로 존 피치와 티아고 알베스 같은 강자들과의 시합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만약 싸운다면 어떻게 대비할 건가.
김동현
: 티아고 알베스와 싸운다면 별 전략 없다. 멋지게 이기거나 멋지게 K.O.되겠다. (웃음) 그리고 존 피치와의 대전 얘기는 실제로 나왔었고, 나는 좋다고 했다. 굉장히 잘하는 선수지만 키가 크고 하체가 약하고 중심이 잘 안 잡혀서 유도 타입의 테이크다운에는 약할 거라고 생각한다. 레슬링 잘 모르시는 분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정말 레슬링에는 자신 있다. 상대가 레슬링으로 온다면 피하지 않을 건데 아마 지루한 판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웃음)

“아마추어 선수시절부터 추성훈의 팬이었다”

이건 두 선수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인데 웰터급의 조르주 생 피에르와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 모두 극강의 챔피언들이다. 그것이 파이터로서 어떤 동기를 부여하는가.
김동현
: 조르주 생 피에르는 강자가 우글거리는 UFC에서도 아무도 상대할 선수가 없는 챔피언이다. 그러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고 싸워볼 가치가 있다. 열심히 해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
추성훈 : 이번에 앤더슨 실바와 포레스트 그리핀의 시합을 봤다. 내가 보기에 나는 절대 못이길 거 같다.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이다. 일단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타이틀을 향한 실력 향상을 위해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점은 없나?
김동현
: 아마추어 선수시절부터 나의 우상이라 할 정도로 추성훈 선수의 팬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에서도 내 시합이 끝난 후 얼른 올라와서 추성훈 선수의 경기를 확인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고 투지를 보여줬다. 그 투지와 격투 본능을 배우고 싶다. 살벌한 UFC에서 같이 살아남아서 윈-윈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추성훈 : 시합을 보니까 확실하게 이기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키도 크고, 팔 다리도 길고 기술도 좋기 때문에 내가 배울 게 많다고 본다. 나중에 같이 운동을 같이 한다면 좋을 것 같다.

추성훈이 데뷔전에서 부상을 입자 김동현이 병문안을 갔다고 들었는데.
김동현
: 말했던 것처럼 예전부터 팬이라 문병 가고 싶었는데 혹시나 실례 될까봐 고민했었다. 그런데 얘기가 잘 돼서 어찌어찌 가게 됐다. 지금도 이렇게 같은 자리에 있는 게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추성훈 : 김동현의 방문에 처음에는 솔직히 놀랐다. 그리고 같은 날 시합 했는데 나는 병원에 있고 김동현 선수는 멀쩡히 걸어와서 ‘나는 시합을 잘못한 건가’ 싶었다. (웃음)

“어디가 매력적인지 내가 묻고 싶다”

둘 다 훌륭한 파이터이고 친분도 있지만 대외적 활동은 많이 다르다. 추성훈은 격투기 외에도 방송 활동과 광고를 통해 연예인과 맞먹는 인기를 얻고 있는데 김동현은 혹시 그런 게 부럽진 않나.
김동현
: 일단 세계 톱 파이터와 싸워 이길 때까진 그런 건 생각 안 할 거다. 그 정도 레벨이 되면 그런 여러 가지 일이 저절로 생길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런 게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은 한다. UFC 파이터인 내가 봐도 미국에서 UFC의 인기가 대단한데 아직 한국에선 그냥 마니아들이 혼자 좋아하는 정도고, 대기업에서 관심 가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곧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될 것이고 나도 그 때를 위해 선구적 입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여성 팬의 인기를 얻기 위한 방법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추성훈 선수에게 배우고 싶은데 과외비가 얼마일지. (웃음)

그런 맥락에서 추성훈 선수는 본인의 어떤 매력이 여성 팬들에게 어필되어서 지금과 같은 활동이 가능하다고 보나.
추성훈
: 그걸 알면 내가 더 간단히 스타가 됐겠지. (웃음) 아직 잘 모르겠다, 뭐가 매력인지. 내가 좋아하는 대로 격투기 하고, 친구 만나서 술 마시며 지낸 것뿐이다. 일부러 그런 걸 만들어서 하는 건 아닌데 그걸 좋아하는 건가 싶다. 내가 물어보고 싶다. 어디가 매력적인 거 같나. (웃음)

운동선수인데도 패션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운동선수의 순수함과 연예인의 끼를 겸비한 것 같다.
추성훈
: 요즘에 계속 생각하는 건 프로 스포츠 선수는 여러 도전을 해야 한다는 거다.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이 24시간 일하는 게 아닌 것처럼 운동선수라고 24시간 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일반인들이 일하지 않는 시간에 드라이브도 하고 TV도 볼 때 나는 광고를 찍는 거다. 물론 격투기 선수니까 격투기가 중요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스포츠 선수에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앞으로 그렇게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조금 민감한 얘기일수도 있는데 최근의 연예 및 광고 활동 때문에 비난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성훈
: 방금 말했지만 나는 프로 선수라면 그런 걸 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거기에 대해서 비판한다면 내가 감당해야 하는 거고. 솔직히 이런 건 돈 때문에 움직이는 게 많다. 그리고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살면서 돈 중요한 건 모두가 알지 않나. 최근 낸 자서전을 보면 알겠지만 돈 관리를 못해서 문제가 많았었다. 돈을 벌어 아버지, 어머니에게 좋은 집을 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비판 여론은 내가 책임지고 가겠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격투기 팬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한다.
김동현
: 한 경기 한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한 번에 유명 선수를 이겨 높은 곳에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응원해주길 바란다. 또 우리나라 격투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들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
추성훈 : 나와 김동현을 사랑해줘서 고맙다. 에서 눈 부위 광대뼈를 다쳐서 현재 다음 경기가 언제 잡힐지 모르지만 빨리 나아 몸을 만들도록 하겠다. 나도 기다리겠지만 팬 여러분도 기다려주면 고맙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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