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도 치고받고 싸우느라 바쁜 두 형제와 늘 고향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노부모가 있다. 형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3년 동안 아버지와 말 한번 섞지 않았지만, 고지식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극적 화해를 일궈낸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이름만 바꿔서 MBC 주말 드라마로 들어간다고 해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내용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클리세를 집어넣은 듯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의 작품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눈물을 쏙 빼놓게 마련이다. 가족이란 빼내려 애쓰면 애쓸수록 깊은 곳을 찌르는 손에 박힌 가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토록 뻔하디 뻔한 이야기에는 가족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감정인 ‘죄책감’이 짙게 깔려져 있다. 그리고 그 죄책감 위에 구축된 안동 이씨 종갓집이라는 배경은 또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구슬프게 극을 이끌어 간다. 신랑 얼굴도 모른 채 시집 온 형제의 어머니는 종갓집 며느리라는 이유로 아파도 병원 한 번 가지 못했고, 형제의 아버지는 그런 아내의 죽음에 대한 모든 죄를 자신이 짊어진 채 세상을 떠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는 철철 잘도 울면서, 내 눈앞에서 직접 벌어지는 뮤지컬을 보면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단 한 번도 울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던 날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많이 우느라 한동안은 머리가 띵할 정도였다. 그리고 ‘2번째니까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봤던 날은 오히려 처음보다 더 감정이 격해져 아버지의 초혼 의식으로 시작되는 오프닝 때부터 통곡수준으로 울어댔다. 이제 눈물 섞인 이 작품의 3번째 시즌이 7월 12일로 막을 내린다. ‘너무 많이 울었다고 자책하지 말자’는 다짐 하나 강하게 하고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보러 가야겠다. ‘죄책감’은 모두의 공통된 감정이고, 눈물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명약이니까.

사진제공_PMC프로덕션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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