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15~20% 사이의 시청률을 유지할 때 가장 즐거운 사람이다. 이 ‘적당한’ 시청률에서 그가 하고 싶은 것, 혹은 <무한도전>의 제작진 전부가 하고 싶은 것들을 가장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시청률에 ‘상승세’와 ‘위기’가 갈리고, 분당 시청률마저 따지는 현실에서 드라마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 창작자의 의지와 시청자의 접점을 찾겠다는 그의 생각은 좀처럼 받아들여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가주의 예능’이 가능하다고 믿는 그는 <무한도전>을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싶어 할까. 그에게 <무한도전>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건강은 괜찮나. 요즘 <무한도전>은 여러 에피소드를 같이 진행할 만큼 빡빡한 스케줄로 진행되는데.

김태호:
나는 괜찮다. 오히려 전진의 건강이 걱정이다.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준비해둔 걸 못하고 갑자기 다른 걸 준비해야 했다. 이번 주도 위급 상황이다. 길도 그래서 투입하게 된 건데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무한도전> 월드’를 확장시키고픈 마음이 있다”



김태호 PD│“우리가 매주 리얼하다고는 할 수 없다” -1


길의 참여에 대해 팬들은 찬반이 갈린다.

김태호:
개인적으로는 길이 멤버들의 무뎌진 면을 긁어주는 것 같아서 좋다. 멤버들이 4-5년 같이 하면서 서로 유해진 부분이 있는데, 길이 거기에 자극을 준다. 길이 하하와 친한 사이이기도 하고, 정형돈과는 하루 만에 친구 먹고 친해질 만큼 친화력도 있다. 전에 하하가 들어왔을 때도 하하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때 제일 고마웠던 게 하하였다. 하하가 다른 멤버들을 찌르면서 각자의 캐릭터가 살았으니까.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정원이 6명이어서 누가 들어오면 누가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길 말고도 <무한도전> 2부 리그에 대한 루머도 있었다.

김태호:
확정된 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기 조심스럽다. 여기에 거론된 사람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으니까. 다만 요즘에는 웃음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인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더 오래 가는 방법 같다. 오랫동안 방송됐기 때문에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에 비해 싱싱한 느낌은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돌+아이 컨테스트’나 ‘박명수의 기습공격’에 일반인들을 참여 시킨 건가.

김태호:
<무한도전>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6명의 멤버가 정점에 있고 우리를 바깥에서 가장 감싸고 있는 건 팬들이다. 그러면 그 사이를 채울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이’들은 그런 역할을 하는 거고, 2부 리그로 보도가 나갔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에피소드를 진행하면 때로는 6명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능 요원을 키워보면 어떨까 싶었다. 스포이드로 종이에 물감을 떨어뜨렸을 때 그게 점점 퍼져나가듯, 보이듯 안 보이듯 <무한도전>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었다.

<무한도전>을 하나의 세계로 보는 건가.

김태호:
<심슨 가족>에서도 그 가족뿐만 아니라 그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야 재밌다. 그렇게 ‘<무한도전> 월드’를 확장시키고픈 마음이 있다. 이야기를 더 다채롭게 하려면 고정 출연자가 아니라도 유용한 인프라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그런 얘기가 전달이 잘못된 거 같다.

아이템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춘향전’ 같은 몸개그부터 ‘Yes or No’같은 새로운 형식의 에피소드들이 계속 이어졌다.

김태호: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매주 에피소드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열 몇 개 정도로 한정돼 있다. 그걸 스무 개 이상으로 늘리고 싶다. 요즘 리얼버라이어티가 많아서 반복적인 것이 되면 멤버들부터 식상해하게 된다.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드러내는데 익숙해졌다”



김태호 PD│“우리가 매주 리얼하다고는 할 수 없다” -1
그 점에서 ‘Yes or No’는 <무한도전>의 새로운 스펙트럼 아닌가. 오락 프로그램에 어드벤처 게임의 형식을 도입했다.

김태호:
올해는 그런 것들을 좀 많이 하려고 한다. 리얼리티 보다는 판타지든 어드벤처든 다른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Yes or No’는 사실 재작년부터 생각했지만 그 때는 안 맞을 거 같아서 못했는데, 이제는 그게 가능할 것 같다.

그건 ‘봅슬레이 특집’의 영향 아닌가. 한창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진위 논란이 있을 때 ‘에어로빅 특집’과 ‘봅슬레이 특집’을 하면서 출연자들을 실제 상황에 던졌다.

김태호:
‘봅슬레이 특집’처럼 해외에서 오래 동안 같이 생활하면 출연자의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박명수와 정형돈의 갈등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박명수는 분명히 한 번 타고 못 하겠다고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진과 정형돈이 부상을 당하면서 박명수가 하게 됐다. 그래서 정형돈이 형들에게 미안해하면서 자괴감에 빠졌는데, 그 때 박명수가 놀려서 그런 반응이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그 사람의 실제 성격이 반영되고, <무한도전>도 눌림목을 지나 (웃음)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 거 같다. 우리를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하는데 이제는 우리가 매주 리얼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디까지 우리의 영역을 확장할지 고민한다.

‘Yes or No`는 게임과 다큐멘터리가 섞인 느낌이었다. 제작진이 짜 놓은 틀 안에서 멤버들이 자기 모습 그대로 그 과정을 따라간 것 같다. 전진은 예민한 상태에서 옆에서 장난치니까 정말 짜증을 내더라.

김태호:
멤버들이 카메라에 익숙해졌다. 전진도 작년에는 아이돌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감정을 드러내는데 익숙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늘렸었다. 박명수에서 시작해서 악마, 하찮은 식으로 발전한 것처럼. 그러다 결국 다시 박명수로 돌아가게 된 거다.

요즘에는 촬영할 때 출연자들에게 어떤 식의 디렉션을 주나. 구체적인 지시보다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시키는 게 중요할 거 같은데.

김태호:
테이프를 교체할 때 이야기를 한다. 아이템 중에는 출연자들이 전혀 내용을 모르고 올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출연자들은 아이템을 알면 당황하는 리액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때 테이프를 교체하게 되면 이런 그림을 그릴 거니까 괜찮다, 해보자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제작진과 출연자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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