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그룹의 역사에서 슈퍼주니어는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 그들은 그룹보다는 오히려 개인 활동이 더 활발한 아이돌 그룹일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답지 않게 데뷔 당시부터 웃기거나 가벼운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줬다. 한 팀의 그룹이라기 보다는 마치 13명의 엔터테이너가 모인 듯한 이 그룹은 어떻게 이런 모습이 됐고, 그 상태 그대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을까. 슈퍼주니어의 멤버 중 이특, 동해, 시원, 려욱, 성민, 규현이 그 궁금증들에 대해 답했다.

슈퍼주니어가 ‘Sorry Sorry’로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하고 나서 팬사이트에서 팬들이 ‘기범아, 형들이 해냈다’라는 말머리를 달던데요.
이특
: 네, 저희가 1위하고 한 말이에요.

전에도 1위를 했는데, 이번에는 특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특 씨는 울었잖아요? (웃음)
성민
: 특이 형은 언제나 울어요. 눈물이 워낙 많아서. (웃음)
이특 : 1년 6개월 만에 한국 활동하는 거라서 굉장히 불안했어요.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도 그렇고, 음악 트렌드도 많이 바뀌어서 적응할까 싶었고. 그래서 앨범 준비할 때 중국에 있는 멤버들은 전화로 “형, 상황은 어때?”라고 맨날 물어보고.

“‘Sorry Sorry’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자신이 있었어요”

앨범 내기 전에 공개한 안무가들이 춤추는 동영상을 보니까 자신 있는 것 같던데요? 안무가들의 춤을 보면서 환호를 지르고.
이특
: 네. 제가 올렸습니다. (웃음) ‘Sorry Sorry’를 처음 들었을 때 멤버들 대다수가 “형, 이 노래면 될 거 같아”라고 했어요. 저는 팝을 잘 안 들어서 음악 트렌드를 잘 모르는데, 동해가 “형, 이 노래면 내가 정말 자신 있어” 이러더라구요. 그리고 안무 연습하면서 곡이 완성되는 과정을 거칠수록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동해 : ‘Sorry Sorry’가 완성됐을 때, 멤버들이 다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때 회사에서 음원이 완성돼서 메일로 보냈다는 문자를 받고 다운 받아 듣는데, 멤버들이 거실로 다 몰려 오는 거예요. 그러더니 서로 “이거면 정말 자신감 있게 해볼 수 있다”고 했죠. 그런 기분으로 함께 안무 연습을 했고, 서로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 보고 싶었기도 해서 연습 기간 동안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다들 요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았나 봐요.
이특
: 음악 시장이 빠르게 변하니까요. 우리 색깔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하나, 거기에 맞춰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그리고 저희가 정규 앨범은 3장인데, 활동한 앨범을 다 합치면 19장이에요. 그래서 더 이상 보여줄 게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안무가들이 외국에서 오신 분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고정관념을 다 깨줬죠.

안무가 멤버들 각자 다른 동작도 해야 하고, 동선도 복잡한데다 테크닉적으로도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배우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이특
: 안무가가 온 첫 날 춤을 좀 춘다 하는 멤버들이 먼저 가서 배우고, 몸에 익힌 다음에 의견을 내고 수정하면서 다른 멤버들하고 같이 배웠죠. 그래서 춤 좀 추는 멤버들이 어려운 동작을 하면 다른 멤버들이 메워줄 거 메워주고. 동해, 은혁, 신동이 춤을 잘 추니까 연습할 때는 그들 얘기대로 다 따라가요. 걔들이 한 번 더 해볼까 이러는데 나머지가 너무 힘들다고 하면 동해가 “형, 한 번 더 하자고 얘기 좀 해줘” 이러고, 그러면 제가 “야, 한 번 더 하자. 형이 이렇게 나이 먹고 하는데 한 번 더 하자.” (웃음) 이런 식으로.
려욱 : 안 할 수가 없죠. (웃음)

무대에서 춤을 더 추는 멤버들과 메워주는 멤버들이 보이겠네요. (웃음)
이특
: 저희도 배우면서 차이가 있겠구나 했었는데 안무를 완성하고 나니까 하나라도 빠지면 허전해요. 예를 들어 마지막에 멤버들은 앉아서 그냥 손동작 하나만 하는데도 가운데의 시원이의 표정과 제스처가…

동해 : 없으면 허전하죠.

이특 : 약간…. 미국인 느낌이 확 나서. (웃음)
시원 : (웃음) 솔직히 연습하면서 너무 힘들었었어요. 그래도 닉하고 트렌트(안무가)가 워낙 잘 챙겨줘서 다행이었죠.

이특 : 시원이가 정말 열심히 하는데…. 어느 날 연습 하다 혼자 슥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따라 나가보니까 복도에 혼자 앉아 있더니 “형, 저 지금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요. 그래도 시원이가 결국 잘 해줬어요. 초반에 확 분위기를 잡아주니까.

“무대에 올라가면서 가볍기만한 이미지도 조금씩 변하는 거 같아요”

시원 씨가 앞 부분에서 곡의 분위기를 잡아주던데요. 섹시한 느낌도 들고.
이특
: 너무 멋있어요. 아주머니들이 되게 좋아하세요. (웃음)
시원 : 녹음하기 전에 곡을 작곡한 유 이사님(작곡가 유영진)하고 상의하면서 이번에는 좀 더 가냘프게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 이사님도 섹시하고, 가볍고, 가냘프게 부르는 게 좋다고 하셨고.

시원 씨처럼 ‘Sorry Sorry’는 음정을 잘 소화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센스 있게 느낌을 살리느냐가 중요한 노래잖아요. 이펙트도 많이 쓰고, 곡의 흐름을 탄력 있게 이어가야 하는데 그런 걸 계산해서 부르기는 어땠나요?
성민
: 제가 부르는 부분이 기계음이 들어가야 해서 려욱이하고 고민을 많이 했죠. 그냥 부를 수는 있지만 그러면 어색할 거 같아서.
려욱 : 멜로디도 반복되고, 음역대도 자다가 일어나서 부를 수 있을 만큼 쉽죠. 그래서 쉬운 노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녹음할 때는 그 맛을 내기 어려웠었어요. 가사의 첫 글자와 두 글자 중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니까요. 가창력이 필요한 노래는 아니지만 센스 있게 부르려고 했죠.

그런 과정을 거쳐서 ‘Sorry Sorry’가 나왔는데, 지금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슈퍼주니어라는 그룹의 가장 대중적인 히트곡이 나왔다는 느낌인데요.
이특
: 맞아요. 저희가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곡은 많은데 대중적으로는 오히려 유닛 활동을 했던 ‘로꾸거’를 많이 기억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팬들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려면 전보다 더 편하게 다가가야 하나 싶었는데, 이번에 그게 어느 정도 된 거 같아요. 요즘은 음원차트의 비중이 큰데, 음원 차트에서 생각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번에 그룹으로서 슈퍼주니어의 힘이 잘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특
: 그런 부분이 있죠. 사실 슈퍼주니어가 버라어이티 쇼도 그렇고 유닛으로 밝은 노래를 많이 해서 대중들에게 재밌고 말 열심히 하는 애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더라구요. 그런데 저희가 함께 무대에 올라가면서 이미지도 조금씩 변하는 거 같구요.

이특 씨가 말한 대로 슈퍼주니어는 처음부터 특이한 콘셉트였잖아요. 인사부터 “안녕하세요 슈퍼쥬니‘어’”였고, 활동하자마자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하고. 어떻게 모인 건가요?
이특
: SM에서 ‘발표회’라는 게 있어요. 연습생들끼리 그룹을 만들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모의 방송을 하는데, 어느 날 발표를 한다고 해서 저하고 희철이가 뉴키즈 온 더 블록 노래를 했어요. 나이 어린 친구들은 HOT나 신화를 했는데, 그걸 보던 분들이 “각자 다양한 매력이 있는데 한 번 뭉쳐보는 게 어때?” 이러셨죠. 그 때부터 각자 열심히 활동하다 또 뭉쳐서 해보고, 다시 각자 활동하고 이런 식으로 한 게 지금까지 왔죠.

“아이돌의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그게 보통 아이돌 그룹의 정석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콘셉트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이러다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인기에 지장을 받는다든가.
이특
: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안 했어요. 아이돌의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고도 싶었고. 그런데 계속 그렇게 활동하니까 이러다 우리가 아이돌 취급 못 받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더라구요. 아이돌 그룹을 거론할 때 어느 순간부터 슈퍼주니어 이름이 안 나오고. 그리고 무대에서는 멋진 척 하다 버라이어티에서는 웃겨야하니까 이런 변화를 계속 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팬들도 처음에는 “오빠들 아이돌이잖아요” 하다 저희가 버라이어티 쇼에서 말을 안 하면 “오빠들 왜 말을 안 해요, 왜 편집당해요” 이러고. (웃음)
동해 : 그래도 틀에 갇혀 있는 것보다 각자 자기 활동을 통해서 위치를 다지면서 같이 뭉쳤을 때 더 빛이 나는 것 같아요. 40대가 돼서 각자 활동을 하면서도 그 앞에는 슈퍼주니어의 동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요.
이특 : 이런 게 더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로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 걱정은 안 됐나요? 처음에는 우리는 언제 모이나 하는 생각도 했을 거 같고.
이특
: 그런 생각 많이 했었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는 뭉쳐도 살고, 흩어져도 산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웃음) M.net <러브파이터>를 진행할 때도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팬들이 너무 싫어했거든요. 굉장히 자극적이라는 말도 들었던 프로그램인데, 제 이름을 걸고 하다 보니까 팀에 피해를 주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었고. 그런데 거의 1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오히려 팬들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프로그램이 됐어요. 그 프로그램이 워낙 세게 나가서 저는 거기서 한 발 물러서서 프로그램을 보려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배운 것 같아요.

이특 씨는 MC에 뜻이 있나요? 이번엔 KBS <로드쇼 퀴즈 원정대> 진행도 하는데.
이특
: 네, KBS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웃음)
시원 : 야~ 역시! (박수)
이특 : 선배 아이돌 분들을 보면 연기를 하는 분들도 계시고 뮤지컬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MC 쪽으로는 없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 분야가 더 롱런 할 수 있지 않을까…

아까부터 롱런에 초점을 맞추는 거 같아요. (웃음)
이특
: 짧게 가면 안돼요. (웃음)

개인 활동이 멤버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성민
: 공부가 많이 되죠. 라디오 할 때도 그렇고 연기를 할 때도 그렇고. 신동하고 토크쇼 같은 것도 했었는데, 제가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서 혼자 했으면 힘들었겠지만 신동이 편하게 풀어주면서 많은 걸 배웠죠.
려욱 : 제가 하지는 않았지만 멤버들이 라디오 DJ를 할 때 8시부터 12시까지 모든 공중파를 꽉 잡고 있었어요. 그런 걸 보면서 자랑스러웠죠. 저 같은 경우는 슈퍼주니어 K.R.Y.로 활동했는데, 앞으로도 K.R.Y.를 통해서 제 가창력을 들려 드리고 싶구요.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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