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프로그램의 새 시즌 제작, 혹은 영국이나 일본 프로그램의 리메이크가 주를 이루던 미국 TV 프로그램 소식 중 오랜만에 쇼와 드라마에서 신선한 기획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하나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프로듀서 나이젤 리스고의 댄스 경쟁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스탠 리의 게이 슈퍼히어로물이다.

국가대표 춤꾼들의 <유 캔 댄스>와 게이 히어로

이미 <유 캔 댄스>로 댄스 경쟁 프로그램에 손을 댄 적 있던 나이젤 리스고는 춤을 잘 추는 아마추어가 아닌 각 나라의 전통 무용을 대표하는 슈퍼스타급 댄서를 불러 경쟁을 시킬 계획이다. 경쟁할 나라는 미국, 아일랜드,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렇게 8개국으로 각 나라의 도전자들이 결정되면 NBC를 통해 내년부터 방영할 예정이다. “도전적이고 흥을 돋우는 프로젝트”라고 말한 나이젤 리스고의 자평 그대로 이 프로그램이 진정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당초 기획처럼 각 나라의 최고 춤꾼(best performer)을 불러들여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화려한 경쟁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나이젤 리스고의 새 프로젝트가 신선해서 기대되는 느낌이라면, 스탠 리의 프로젝트는 약간 당황스러워서 신선하다. 수많은 마블 코믹스 슈퍼히어로물의 원작자인 스탠 리는 페리 무어의 <히어로>라는 소설을 원작 삼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게이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미 <스파이더맨>을 통해 기존 슈퍼맨 같은 영웅과는 달리 불쌍하고 외로운 영웅의 이야기를 그려 슈퍼히어로물의 외연을 넓힌 그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훨씬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현재 이 프로젝트의 방영에 대해서는 방송사 쇼타임과 반 이상 협의가 진행된 상태다.

최근 미국 방송계를 보면 올해 첫 선을 보인 새로운 시리즈들의 성적은 영 신통치 못하다. <나이트 라이더>의 리메이크는 원작 팬들에게도 혹평을 받고 있고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스타 파워에 기댄 <마이 오운 워스트 에너미>는 낮은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이 결정된 상태다. 나이젤 리스고와 스탠 리의 프로젝트는 새로우면서도 탄탄한 기획이 무엇보다 필요한 현 미국 방송계에 신선한 피를 수혈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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