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 백상 예술 대상에서 넘어졌다. 검색만 하면 과거의 온갖 사진들이 쏟아진다. 여자친구도 있었다. 오랫동안 무명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민호가 구준표가 되기 전까지, <구준표 Begins>.

차범근 : 프로축구 수원 삼성블루윙즈 감독. 이민호는 차범근 축구교실을 6년 다녔고, 축구 연습 중 오른팔을 다쳐 몇 달 동안 왼쪽 팔만 써 왼손으로도 글씨를 쓴다. 또한 이민호는 EBS <비밀의 교정>에서 미래가 막막한 고등학교 축구 선수로 출연했고, 친구인 정일우와 축구 게임 <위닝 일레븐>을 즐긴다. 또한 이민호는 PC게임 <워크래프트>를 즐겨 인터넷에는 지금도 그에 관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떠돈다. 게임도 하고 미니홈피도 관리하는 평범한 10대 시절을 보낸 셈.

한수한 : 현 소속사인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의 이사. 소속사 사무실 소파에서 큰 대자로 뻗어 자는 이민호를 보고 “참 낙천적인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이민호가 마냥 걱정 없이 사는 10대는 아니었다. 이민호는 고교시절 진로를 고민하다 스스로 연기자가 되기로 결정했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이민호의 생활기록부에 부모님이 적은 그의 장래희망이 1학년에 컴퓨터 프로그래머, 2학년에 회사원이다가 3학년에 연예인으로 적혀 있는 이유다. 또한 한수한 이사는 이민호가 “또래들과 달리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느긋하게 배우의 길을 가려”하는 점에서 성공을 믿었다고. MBC <사랑찬가>KBS <반올림>의 단역, ‘2% 부족할 때’‘롯데월드’ 등의 CF, MBC <논스톱 5>에서 ‘MC몽의 성형수술 후 모습’, 그리고 여장 등 그의 수많은 무명시절의 흔적은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쌓은 과정에서 생겼다.

박보영 : 배우. EBS <비밀의 교정>, SBS <달려라 고등어>, 영화 <울학교 E.T>등에 함께 출연했다. 한 때 박보영의 미니홈피에 이민호의 일촌명이 ‘오빠 믿지?’였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 이민호는 <달려라 고등어>와 <울학교 E.T>에서 문채원과도 함께 출연했다. 이민호는 박보영과 백상 예술대상에서 수상자로 만났고, 문채원과 CF에 출연하는 등 새로운 청춘스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달려라 고등어>등은 단지 이민호의 ‘뜨기 전 작품’이 아니다. 주목도는 낮지만 어린 배우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는 청소년 드라마는 이민호가 연기력을 쌓기에 좋은 기회였다. KBS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정극과 코미디를 오가는 것은 <달려라 고등어>에서,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모습은 <비밀의 교정>과 MBC <나도 잘 모르지만>에서 어느 정도 완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보다 남자>가 연출에 대한 논란은 있어도 주연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없는 이유. 그리고 한국에서 청소년 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져야 할 이유.

송병준 : <꽃보다 남자>의 제작자. <꽃보다 남자>를 위해 300명 가까운 연기자들의 오디션을 보며 이민호를 찾았다. 송병준은 한 지인이 휴대폰에 찍어놓은 이민호의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 오디션을 봤다고. 이민호는 오디션을 위해 만화 <꽃보다 남자>의 츠카사의 머리를 하고 와 그의 호감을 샀다. 훗날 <꽃보다 남자>의 전기상 감독은 이민호를 보고 “왜 이런 친구가 아직도 스타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정일우 : 배우. 이민호의 가장 친한 친구로, 어려서부터 같은 지역에서 살며 친해져 최근에도 정일우가 출연한 MBC <돌아온 일지매> 4회를 함께 시청할 만큼 친하다. 이민호는 정일우를 처음 봤을 때 “생김새가 여성스럽다”고 생각했다고.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도 함께 출연할 뻔 했던 이들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당시 이민호는 교통사고로 다리에 47cm 철심을 박아야했고, 7개월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이 때 병원에서 아무 것도 못한 채 누워 있으면서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미키마우스 :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그의 핸드폰 배경화면 주인공으로, 정확하게는 약간 음침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 미키마우스 인형 탈을 쓴 사람의 사진이다. 이민호에 따르면 “약간 이중적인 면을 띄고 있어” 좋아한다고. 이민호는 구준표를 ‘허점이 많은’ 캐릭터로 해석해 구준표를 럭셔리하고 까칠한 재벌 2세로만 표현하지 않았고, 카메라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밥주떼영”을 외치는 넉살도 갖고 있다.

강민경 : 그룹 다비치의 멤버. 이민호와 예전부터 친한 사이로, 이 때문에 교제설이 났었다. 또한 이민호는 과거 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다른 연예인과의 교제설, 드라마 쫑파티에서 찍은 사진 등이 인터넷에 떠돈다. 하지만 이민호는 이런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고, 이런 사진들이 그의 인기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무명시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여러 경험을 한 것은 그에게 좋은 자산이 될 듯. 그는 인터뷰 중 구혜선과의 교제설을 물어보는 인터뷰어의 질문을 슬쩍 넘어가거나, 돈 벌려면 CF 많이 출연해야겠다는 질문에도 웃으며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할 만큼의 능숙함을 갖고 있다. 또래 스타들과 달리 몇 년 동안 무명으로 활동하며 경험한 평범한 생활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배우가 스타가 됐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한 일들.

이재동 : 드라마 감독. 이민호가 출연한 MBC <나도 잘 모르지만>을 연출했다. <나도 잘 모르지만>은 이민호가 “거짓연기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는 작품. 그는 이 작품에서 인생이 막막한 고교생을 연기하면서 연기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가 어머니에게 반항하며 보여주는 울먹울먹한 눈, <공공의 적 1-1 강철중>에서 “그 놈 눈이 참 좋더만”이라는 대사가 나올 만큼 강한 눈빛을 보여준 첫 신에서의 연기는 <나도 잘 모르지만>에서 이미 보여준 것이다. 이재동 감독은 이민호가 친구와 싸울 때나 교사에게 얻어맞을 때 실제로 맞을 것을 요구했고, 실제 캐릭터의 상황에 빠지는 경험은 그에게 캐릭터에 몰입하는 방법을 익히게 했다. 그는 <꽃보다 남자>에 캐스팅 된 뒤 형이라고 하던 매니저를 ‘한실장’이라고 부르면서 구준표의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익혀나갔다. 물론 그가 지금 테크닉 적으로 아주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가 종종 속담을 틀리는 어설픔과 멜로에서의 진지함을 동시에 오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가 유지해야할 연기 톤을 잘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수로 : 배우. <울학교 E.T>에 함께 출연했다. 이민호는 늘 자신에 대해 반성하는 김수로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또한 김수로가 성공한 뒤 어머니에게 사과박스에 만 원짜리를 가득 넣어 선물한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민호는 데뷔 당시 소속사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부모님에게 모두 드렸다. 그리고 지금 이민호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CF에만 출연하겠다”며 CF를 고를 수 있는 스타가 됐다.

구준표 : <꽃보다 남자>에서 이민호가 연기하는 캐릭터. 요즘 이민호는 본명 못지않게 이 이름으로 불리고, 식당에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쏟아지고, 과거는 낱낱이 파헤쳐지며, 온갖 소문과 추측이 따라 붙는다. 그리고 누군가는 ‘거품’을 말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 이민호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은 언젠가는 사그라질 것이다. 그에게 구준표 만큼의 정점이 다시 찾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민호에게 앞으로 다가올 날들은 몇 년간의 무명시절보다, 교통사고로 7개월을 누워 있던 시절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반짝 스타보다는 먼 길을 돌아서 스타가 됐다고 할 수 있는 경력을 갖고 있다. 구준표는 이민호를 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민호가 구준표가 되기 전까지, 이민호는 이민호의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Who is next
이민호와 함께 CF에 출연한 문근영이 아역으로 나온 <명성황후>에 출연한 최명길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