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_ 스티븐 달드리(<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주연_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개봉_ 2009.03.26

사랑이라니. 발에 차이는 게 연애요, 걸려 넘어지는 게 사랑인 이 감정 과잉의 시대에 사랑이라니. 게다가 단 한 번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평생을 사는 남자라니 너무하다 싶었다. 그러나 두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제멋대로 영화의 홍보문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의 악건성 감성에 고품격 수분을 선사할 최고의 보습 영화!”

마이클(데이빗 크로스/랄프 파인즈)은 사춘기의 여름 날, 한나(케이트 윈슬렛)를 만난다. 소년은 책을 읽어주고 여자는 소년을 첫경험으로 이끈다. <오딧세이>, <채털리 부인의 사랑>,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등의 이야기가 만남의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갑자기 사라지고 이후 소년의 인생을 쥐고 흔들 첫사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마주친다.

이 간단한 이야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휘저어놓는 순간은 갑작스럽다. 사랑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이클의 행동은 몇 번의 연애와 이별을 거치면서 세워둔 어설픈 사랑의 정의를 단번에 허물어 놓는다. 이미 오래 전에 인연이 다한 연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이클은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해 여름의 소년이다. 소년은 여자가 떠난 이후, 조금도 자라지 않은 것이다. 그 엄청난 사랑을 하며, 한나를 위해 수많은 책을 읽어주면서 마이클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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